계획 세우는 것을 싫어하는 자녀를 둔 부모에게

작성일2018-03-18

문 : 우리가 어릴 땐 방학이나 새해가 되면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며 부산을 떨곤 했었지요. 뭐 그래봤자 작심삼일이 되고 마는 게 대부분이었지만요. 그래도 연말이 되고 새해가 되면 뭔가 계획을 세우고 책상에 붙이는 작업을 해야 새 힘이 나는 것 같았습니다.저희 집 쌍둥이 아들 둘이 이제 수능을 치렀고 내년이 되면 대학생이 될 텐데, 그 아이들에게 한 해를 멋지게 계획할 수 있도록 돕고 싶은데 마땅한 방법을 모르겠네요.

답 : 대학에 들어가는 쌍둥이 아들 둘에게 한 해를 멋지게 보내도록 도와주려는 그 마음이 참 고맙네요. 맞습니다. 계획을 세운다는 말은 희망을 향하는 것이요 목표를 설정한다는 것이니 그것만으로도 흥분되고 설레는 일입니다. 아마 학창시절을 비롯해서 지금까지 살면서 다들 자기 나름의 거창한 계획을 세웠다가 용두사미로 끝낸 경험들이 있을 겁니다. 저는 <내 생애 최고의 해 만들기>라는 프로그램을 제시해 주고 싶네요. 어떤 외국 여성이 우연찮게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계획했었는데 그것이 정말 인생을 통째로 바꾼 계기가 된 체험을 바탕으로 시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여기엔 계획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난 한 해를 돌이켜 보면서 자신이 잘했던 것을 살펴보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자신이 성공했던 경험을 토대로 해야 다음 계획이 보다 더현실적이고 실현가능하니까요. 우선, 올해 내가 잘했던 일 열 가지를 적고 다음에 내년에 해야 할 일을 스무 가지 정도 정하고 중요도에 따라 일련번호를 부여합니다. 그렇게 정해진 것들을 몇 장 인쇄해서 침실, 화장실, 책상, 직장인은 근무하는 곳 등, 눈에 잘 보이는 장소, 다른 사람도 다 볼 수 있는 장소에 붙입니다. 가족끼리는 공동의 공간에 같이 붙여도 좋습니다. 상세한 내용이 궁금하면 위 제목의 책을 참고하셔도 좋습니다.

문 :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꺼냈더니 계획을 세워도 어차피 며칠 지나면 안 할것을 왜 세우냐고 하네요. 듣고 보면 아이들 말도 맞아요. 사실 계획보다 실행에 있어 작심삼일이라는 게 더 큰 문제인데, 저도 워낙 작심삼일을 반복하는 사람이라 강력하게 주장하지 못하겠더라고요.

답 :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계획을 세웠다가 3일이 되면 시들해지고 급기야 집어치우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약 작심삼일이 우리의 의지박약이라는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보편적 특성’이라면요? 그렇다면 3일마다 다시 작심하면 되지 않을까요? 실제로 모보험회사에서 실험을 해 보았습니다. 보험회사들은 대부분 월요일 아침과 목요일 아침 일주일에 두 번 조회를 하는데요, 일주일에 두 번 모이는 게 부담스럽고 시간도 많이 소비된다 싶어 일주일에 한 번으로 줄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오히려 성과는 이전보다 훨씬 더 떨어졌고 다시 조회를 두 번으로 늘렸더니 정상궤도에 올랐습니다. 3일은 단지 실적을 확인하는 자리뿐 아니라 다시금 작심하게 하는 시간이었던 겁니다. 가정에서 3일마다 작심하게 하는 도구는 가정예배가 되겠지요.

문 : 예전엔 저희 집도 가정예배를 드렸었어요. 초등학교 때까지는 참 좋았는데 머리가 커진다 싶으니 그마저도 어렵더라고요. 해 주신 말씀대로 다시 가정예배를 드리고 싶은데 어떤 방식으로 시작해야 할까요?

답 : 가 정예배의 형식부터 바 꿔야 할 겁니다. 대부 분의 가 정예배는 교회예배의 연장선상이라 그 형식이 다 교회의 예배와 같습니다. 교회는 회중교회(Congregation)로서 주의 종을 통해서 선포되는 말씀에 초점이 있지요.그러나 가정교회는 가족교회이므로 성경을 읽고 설교하는 방식이 아니라 서로 디베이트(debate:토론)를 통한 방식을 사용해야 합니다. 대화의 장으로 만들라는 뜻입니다. 여기에 필요한 기술은 질문과 토론이란 방식입니다. 성경을 본문으로 하되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 또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같은 것, 사회적 이슈 같은 것을 꺼내어 이야기를 하는 것이죠. 그러다 보면 가족끼리 속마음도 충분히 표현할 수 있고 덕분에 더 깊은 결속으로 연결되겠지요. 매일은 어렵겠지만 작심 3일이니 일주일에 두 번이면 가장 좋겠고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그 양과 질이 많고 깊으면 충분히 좋습니다. 심리학자 카를 융은 말합니다. 리츄얼(Ritual:의식)이 많아야 그에 속한 구성원들의 결속력이 강해진다고 말이죠. 그러니 오히려 아이들이 어렸을 때가 아니라 성인이 되는 시점에서 다시 가정예배를 시작하고, 또 한 해를 멋지게 설계하는 일을 함께 하신다면 가족의 결속력이 훨씬 더 강화될 것입니다†.



이 병 준 목사
상담학 박사, 파란리본 셀프 힐링 연구소,
<다 큰 자녀 싸가지 코칭>, <니들이 결혼을 알어?>, <우리 부부 어디서 잘못된 걸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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