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위기에 있는 자녀를 둔 부모에게

작성일2017-09-20

문 :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립니다. 결혼한 지 십년도 넘은 자식 문제라 몇 번이고 망설였습니다. 결혼할 때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지들끼리 잘 살라고 가급적 참견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이 녀석들이 이혼하겠다고 통보를 해 왔습니다. 아들 녀석은 너무 물러 터졌고 며느리는 너무 꼼꼼한 게 문제입니다. 내용을 좀 들어보니 며느리 쪽에서 몇 개월 전부터 이혼을 요구했는데 이 녀석은 그저 멍청하게 아무 대책도 안 세우고 있었네요. 며느리가 저렇게까지 이혼을 요구한다면 심각한 상황 아닌가요? 자기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도 타는 발만 멍청히 바라보는 저 현상은 뭘까요?

답 : 결혼 연차가 10년을 넘었든 50년을 넘었든 남자는 우선 생물학적으로 ‘수컷(male)’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대부분의 남자는 ‘일’에 대해서는 차분하고 침착해서 능력을 발휘하지만 ‘관계’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면 아주 바보가 되고 맙니다. ‘관계’의 문제를 ‘일’의 문제로 해결하려는 메시야신드롬(해결사 신드롬)때문입니다. 그러다 아내로부터 아주 강한 ‘관계’의 불만을 듣게 되면 멘탈 붕괴(멘붕)나 버퍼링(동영상을 클릭하면 재생되기 전까지 계속 읽고 있는 현상) 상태가 됩니다. 이성도 감정도 의지도 제대로 작동 안 되는 멍한 사람이 되는 것이지요. 반대로 여자는 ‘관계’의 문제가 발생되면 감정을 2차로 빼고 아주 이성적으로 바뀝니다.
그런 까닭에 남편이 아주 황당한 사고를 쳐도 아내가 적극적으로 나서 그 일을 해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리석은 남자들은 그것을 화해나 용서의 의도로 파악하고 미온적으로 대처하다 된통 당하게 되지요. 문제는 잘 해결되었는데 이혼이나 별거로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아드님도 지금 멘붕 상태라 그렇습니다

문 : 심지어 며느리가 아이들까지 다 데리고 집을 나가겠다고 했답니다. 어떻게든 막아야 할 것 아닌가요? 뭘 어떻게 도와야할까요?

답 : 며느리 쪽에서 아이들까지 데리고 나간다는 말은 아드님이 남편으로서의 역할과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으니 더 이상 못 맡기겠다는 뜻이 들어 있고 그동안 누적된 감정이 한꺼번에 터졌다는 의미입니다. 그래도 며느리가 그렇게 표현해 왔다면 다행입니다. 더 걱정해야할 상황은 아이도 내팽개쳐 놓고 집을 나간다고 할 때죠. 그것은 자신만을 위해 살겠다는 표현이요, 아내와 어머니이기를 포기한다는 뜻입니다. 집을 나가는 여성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상담사례를 통해서 보면 외부에서 제공되는 어떤 쾌락(음주, 도박, 취미, 친구, 불륜 등)에 빠져 있다면 돌이키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께서 조금 수위를 조절해야할 것은 비록 어머니로서 걱정되는 마음이야 당연하겠지만 이 문제의 주체는 아드님이고, 해결해야 할 주체도 아드님이란 사실입니다. 아들의 힘겨운 마음을 받아주는것은 좋지만 어떤 행동을 하라고 압력을 넣거나 며느리를 비방하는 언행은 삼가셔야 합니다. 더구나 10년이 넘은 부부관계는 일종의 패턴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그 패턴으로 인해 발생된 관계의 단절은 겉으로 드러난 문제만 가지고 판단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결혼 후 3년 동안 가장 많이 싸운다”라는 말은 그 3년이 패턴이 형성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그 패턴이란 도망가는 자와 좇아가는 자, 숨는 자와 찾는 자, 비난하는 자와 주눅 드는 자, 말하는 자와 침묵하는 자… 등등이 있습니다. 아드님이 착해빠진 순둥이 남자였다면 입에 거미줄 친 남자와 고장 난 라디오가 된 여자의 패턴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 :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저렇게 두고만 있어야 하나요? 과연 회복될 수 있을까요? 상담실에 간다면야 전문가들에게 부탁하겠지만 쉽게 갈 것 같지 않거든요. 사돈어른들께도 부탁할까요?

답 : 걱정되는 마음은 충분히 인정하지만 사돈까지 끌어들여 문제를 크게 만들진 마십시오. 아들 며느리 부부도 자식을 둘이나 둔 부모이잖습니까? 배울 만치 배운 사람들이니 생각보다는 현명한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갈 겁니다. 일단은 며느리 쪽에서 이혼이라는 극단적 카드를 들고 나오긴 했지만 어떤 액션을 취했다는 부분에선 긍정적입니다. 그렇게 서로 대처하는 과정에서 숨겨진 마음도 알게 되고 굳어진 패턴의 정형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로 다른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살다보면 긍정적 감정도 있겠지만 부정적 감정도 생깁니다. 음식물과 같아서 긍정적 감정은 영양이 되지만 부정적 감정은 배출을 해야 하지요. 그래서 매일 배변하듯 부정적 감정을 적절히 배출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이혼이니 별거니 하는 말 때문에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변비를 쾌변으로 바꾸는 과정이라 여기시고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병 준 목사
상담학 박사, 통&톡 하이터치 커뮤니케이션즈 대표,
<남편&아내사용설명서>, <다 큰 자녀 싸가지 코칭>,<니들이 결혼을 알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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