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살린다며 아이를 감싸고도는 며느리를 둔 시어머니께

작성일2017-07-16

문 : 이제 초등학교에 입학한 손주들이 있습니다. 지난 주 남편 팔순잔치를 한다고 온 가족이 모였는데 손주들이 호텔 로비와 식당을 뛰어다니며 심하게 장난을 치기에 불러서 타일렀습니다. 그런데 이내 또 난잡하게 놀기에 불러서 따끔하게 야단을 쳤습니다. 그런데 그 광경을 며느리들이 지켜보고 있었던지 아이 기를 죽인다며 꾸중하지 말라고 하네요. 배운 며느리들이 그렇게 말하니 할말은 없지만 내내 속상하고 섭섭하네요. 아니 그럴 때 아이 엄마가 나서서 혼을 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정말 그럴 때 꾸중하면 아이의 기를 죽이는 건가요?

답 : 원칙부터 말씀드리면 하신 말씀이 맞습니다. 아이 엄마가 먼저 야단을 쳤어야 했지요. 평소에 아이가 조금 산만했다면 할아버지 팔순잔치가 열리는 곳은 공공장소이니 함부로 뛰어다니면 안 된다는 것과 할아버지 할머니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조신할 것을 미리 주지시켰어야 했습니다. 혹여 몰라서 그랬거나 사촌들끼리 오랜만에 만나다보니 서로 감정이 격앙되어 평소보다 과하게 노느라 그랬을 수는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할머니가 주의를 주었다면 바로 순종하고 행동을 고쳤어야 맞습니다. 며느리들 입장에서도 시어머니가 나서서 손주들 야단을 쳤다면 본인들이 더 빨리 나서서 아이들을 더 단속했어야지 기 죽이지 말라며 시어머니께 항의할 것은 아니지요. 더구나 손주들의 나이가 학령기에 접어든 초등학생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공공장소에서의 예의를 가르쳐야 하고 나아가 배려와 존중도 가르쳐 궁극적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문 : 사실 며느리 둘 다 초등학교 교사에요. 교사라면 교육의 전문가잖아요. 전문가가 아이를 꾸중하면 아이 기를 죽인다고 하니 배우지 못한 늙은이가 뭐라고 항변을 할 수 있을지요. 뭐라더라. 아이의 자존감이 망가진다고 하더군요. 정말 그런가요?

답 : 며느리들이 교사가 되는 과정에서 배우는 교육학의 커리큘럼에는 심리학도 있습니다. 다만 심리학의 기본 전제가 인간의 병리적 특성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을 짚어야 합니다. 상담학에서는 정상적인 부모의 사랑과 돌봄을 받지 못하고 자란 역기능 가정의 자녀들은 자존감 형성에 문제가 생긴다고 봅니다. 학대를 당했거나 방치된 아이들, 일관성 없는 교육을 받았을 때 더 그렇습니다. 그런 아이들은 성장과정이나 어른이 되었을 때 연애와 결혼, 사회생활 등 여러 영역에서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그러니 그런 아이들을 위한 자존감 살리기, 즉 기 살리기는 절대적으로 필요하죠. 그러나 며느리들이 그렇게 아이를 두둔하고 나왔다면 역기능 가정이라기보다 아이중심의 과잉적 부모와 허용적 부모의 양육태도라고 보셔야 합니다. 그래서 이 문제는 자존감의 상실이 아니라 예의 없는 행동입니다.

문 : 사실 할머니 입장에서 손주들을 타이르거나 훈계하게 되면 제 마음도 많이 불편하지요. 그래서 몇 번이나 심호흡을 하고 침을 몇 번씩이나 삼키고 말을 하거든요. 큰마음 먹고 그렇게 했는데도 졸지에 무식한 사람으로 치부되니 많이 속상하네요.

답 : 그 부분은 잘못한 게 아니니 너무 속상해 마십시오. 할머니가 훈계하신 건 상처주려는 게 아니라 아이가 올바르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을 겁니다.
더구나 혹여 꾸중을 하면 손주들에게 상처가 되진 않을까를 생각하고 할까 말까를 수없이 고민했다면 이미 충분히 숙고하신 후에 하신 행동입니다. 손주들이 난잡하게 행동함으로서 할머니 마음을 상하게 했다면 그것부터가 이미 무례한 것 아닐까요? 며느리는 아이를 단속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먼저 미안함을 표시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앞에서 말씀드렸듯 할머니가 처음 타이를 때 부모 선에서 야무지게 단속을 했어야지요. 설령 또 며느리가 그렇게 불만표시를 했더라도 가장인 아버지가 나서서 최종 정리를 했어야 했지요.

문 : 그럼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길 땐 어떻게 할까요?

답 : 그럴 땐 며느리보다는 아들을 통해서 정리하시면 좋겠습니다. 아이들 교육엔 아버지가 나서는 것이 훨씬 더 큰 효과를 냅니다. 그래야 아이들도 행동을 빨리 고치게 되고 또 가정의 주도권도 아버지가 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에서 자녀교육에 가장 극성인 부모로 알려진 유대인 부모들은 한없이 인내하며 자녀를 양육한다고 합니다. 화가 나더라도 크게 소리를 지르거나 매를 들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부모가 매를 들어 혼을 내는 두 가지 경우가 있는데 율법을 읽지 않을 때와 공공장소에서 무례하게 행동할 때입니다. 앞에 것은 신앙교육 차원이고 뒤에 것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이 병 준 목사
상담학 박사, 통&톡 하이터치 커뮤니케이션즈 대표,
<남편&아내사용설명서>, <다 큰 자녀 싸가지 코칭>,<니들이 결혼을 알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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