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평하다고 불평하는 아이 어떻게?
작성일2017-05-21
문 : 초등학교 5학년 남자 아이를 둔 엄마입니다. 방학이 되니 정말 죽을 맛입니다. 하도 방에서만 빈둥빈둥 놀기에 마트에 데리고 나갔는데 로봇 장난감을 사 달랍니다. 못 사준다 했더니 자기 돈 갖고 산다며 고집을 부립니다. 기가 막혀 무시했습니다. 오는 길엔 짐을 들으라고 했더니 입이 댓 발이나 나오고 집에와선 ”엄마는 사고 싶은 거 다 사면서 왜 나는 못 사게 해? 엄마 돈도 아니고 내 돈 갖고 내가 갖고 싶은 거 산다는 데 왜 못 사냐고. 이건 너무 불공평해!”라며 문을 쾅 닫고 자기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한편에선 짠한 마음에 들어가서 조곤조곤 달래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다른 한편에선 따끔하게 혼을 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요. 정말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답 : 단호하게 자르고 따끔하게 혼내셔도 됩니다. 만약 아이가 학령기 이전이나 높게 잡아도 초등 저학년 10살 이하라면 우선 달래고 타일러 알아듣게 교육해야 하겠지만 초등 5학년이면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5학년 남자 아이의 키는 이미 엄마와 비슷하거나 더 클 겁니다. 그러니 짐 드는 일도 마땅히 해야 할 일이지요. 엄마가 “달래야 하는 거 아닐까요?”라고 묻는 마음의 이면에는 ‘아이와 눈높이를 맞춰주라’는 아이 중심 심리학의 노예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그 때문에 요즘은 자식들이 상전이 되어버렸고 부모는 그 상전을 모시고 사느라 등골이 빠집니다. 아이가 혹시라도 상처받을까를 걱정하는 부모가 아이에게 상처나 학대를 하는 부모일 리가 없으니 자신감을 가지세요. 그리고 아이가 말하는 ‘내 돈’이 정말 자기 돈일까요?
문 : 그런데도 아이의 불평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군요. 자기 눈에는 집도 그렇고 학교에서도 그렇고 다 불공평하대요. 이야기 끝에 두 달 전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더군요. 아이가 교장선생님과 독대해서 따진 일이 있었대요.“중앙현관의 엘리베이터는 누구나 쓰라고 만들어 놓은 것 아닌가요? 그런데 왜 우리는 못 쓰게 하나요? 그러려면 다 안 써야지, 선생님들은 타면서 우리는 왜 못 타게 해요? 이건 너무 불공평해요.”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이 엘리베이터는 몸이 불편한 장애우들이 타거나 짐을 옮길 때, 그리고 학교에 방문하는 손님이나 나이 많은 선생님들이 타도록 만든 거야”라는 답을 들었다는데 이해못하겠다는 표정입니다. “쳇! 우리 아파트 엘리베이터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다 타는데, 심지어 택배 아저씨나 치킨 배달하는 아저씨도 맘대로 타는데 말이야.” 이럴 때도 설명이 필요하나요? 아니면 좀 단호하게 이야기해줘야 하나요?
답 : 일명 ‘똑똑한 아들’을 두셨군요. 아이들이 그렇게 말할 때의 특성을 ‘피해자 증후군’이라고 합니다. 잘해준 것은 기억 못하고 못해준 것, 지금 당장 채워지지 않는 욕구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고 늘 억울해 하며 분노에 차 있습니다. 최근에 부쩍 늘어나고 있는 특성인데요, 이것은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어릴 때부터 눈높이를 부모가 낮춰줬기 때문에 마치 부모를 자신들의 종으로 여기고 자기는 왕인 줄 착각하는 현상입니다. 영유아기엔 부모가 눈높이를 낮춰주고 성장해가면서 원래의 높은 자리에 올라가야 아이가 부모의 눈높이에 맞춥니다. 그것이 어른이 되는 과정이요 어른이 되었다는 말은 독립적인 존재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문 : 방학이라 집에 있으니 더 가관입니다. 아침에 깨울 때마다 “방학이라 학교도 안 가는데 왜 일찍 일어나야 돼?”라고 따져요. 그리고 방은 얼마나 지저분한지 돼지우리를 방불케 합니다. 이것도 알아듣게 설명해야 하나요? 아니면 순악질 여사처럼 좀 막무가내로 대해도 되는 건가요? 엄마 역할, 너무 힘들어요. 어떨 땐 방학 같은 거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 때가 있을 정도에요.
답 : 방학이니 마음껏 늦잠을 자고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는 것 또한 자기가 상전이니 간섭하지 말라는 겁니다. 그러나 초등학교 고학년은 추상적 사고를 형성하는 시기입니다. 자기조절능력, 의무와 책임을 이행하는 것을 가르쳐야 하지요.
자기관리의 능력이 요구됩니다. 그래서 오히려 방학에 생활습관을 형성하도록 교육해야죠. 그것은 기본원칙이기 때문에 잘하면 상을 주고, 못하면 벌을 주고의 개념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의무란 국민의 4대의무인 세금과 같이 해야 할 것은 기본이고 안 하면 거기에 따른 벌(punishment)이 주어집니다. 거기엔 개인의 의견, 호불호 따위는 무시합니다. 하면 당연한 것이고 안 하면 부과금을 더 내야 하고 그래도 안 내면 재산을 빼앗기는 등 불이익을 당합니다. 초등 5학년 아이는 그 단계이므로 부모는 보다 더 단호하게 대하시고, 기본적인 생활에 대한 원칙도 철저하게 요구하셔도 됩니다.†
이 병 준 목사
상담학 박사, 통&톡 하이터치 커뮤니케이션즈 대표,
<남편&아내사용설명서>, <다 큰 자녀 싸가지 코칭>,<니들이 결혼을 알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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