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가진 아들이 걸핏하면 이혼하겠대요

작성일2017-03-22

문 : 안녕하세요. 결혼까지 한 자식 문제 때문에 상담요청을 한다는 게 너무 부끄럽네요. 하나 밖에 없는 아들 녀석이 결혼한 지 1년 반이 되었고 애아빠가 되었는데도 걸핏하면 이혼하겠다고 난리입니다. 아들 표정을 보면 그냥 하는 말은 아닌 것 같고요. 며칠 전엔 자정이 넘은 시각에 전화해선 “시어머니 욕하는 마누라랑 더 이상 못 살겠다”며 식식대더군요. 저는 상담에 관심이 많아 지난해엔 교회에서 시행하는 상담학교 과목을 수강했는데 그 때 들은 내용으로 보면 아이의 마음을 충분히 받아줘야다는 데 정말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 : 가정을 꾸린 아들 내외가 오손도손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아야 할 시점에 도리어 이혼하겠다고 난리를 치는 것에 속상하시군요. 그래도 이 사안은 일단, 공감이 아니라 호통이 우선임을 기억하십시오. 공감이 필요한 대상은 아주 어리고 여
린 사람, 트라우마에 의해 신체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자신을 지탱할 여력이 없는 대상입니다. 또 그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어른의 경우는 외부의 문제, 예를 들면 실직했거나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보게 된 상실감 같은 것으로 힘겨워할 때이지 자신의 문제로, 그것도 지극히 주관적인 문제로 인해 걸핏하면 이혼하겠다는 말 따위는 굳이 공감 같은 거 안 하셔도 됩니다.
물론 자식 입장에선 이중으로 섭섭하겠지만 ‘이혼’, ‘별거’와 같은 극단적인 말들을 일상용어처럼 말한다면 야단을 치면서 드라마의 흔한 대사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전에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라는 태도를 유지하셔야 합니다. 걸핏하면 이혼하겠다는 아드님의 태도는 어른이라기보다는 심리적 아이의 태도에 불과하니까요. 그보다 자정이 넘은 시각에 전화해서 이혼하겠다는 그 이유가 무엇이었는지요?

문 : 아들 녀석이 며느리의 휴대폰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아마 며느리가 친구들과 단체 톡을 하고 있었는가봐요. 거기에 시어머니 욕을 해 놨더랍니다. 그 내용을 보는 순간 꼭지가 돌아 시어머니를 욕하는 마누라와는 살 수 없다고 단정 짓고 이혼을 결심했답니다.

답 : 네. 그 부분은 충분히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그동안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불손하거나 쌍욕에 가까운 언행을 보였던 적이 있었는지요? 만약 그랬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며느리의 문제가 컸겠지만 그런 부분에서 흠잡을 게 없었다면 그건 아드님의 문제가 더 크다고 보아야 하니까요. 보다 객관적인 판단을 부탁드려요.

문 : 사실, 아들의 말을 듣고 며늘아이가 나에 대해 욕을 했다는 말에 분하고 괘씸한 마음이 들기도 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동안 제가 본 며늘아이는 그렇지 않았거든요.
늘 생글생글 웃는 게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언제나 상냥하고 싹싹하고 예의바른 아이였거든요. 출산 후 애기 돌보는 것도 보면 요즘 젊은이들과 다르구나 싶어 기특해 하던 차였습니다. 그래도 아들 녀석이 저렇게까지 난리를 치는 것을 보면 “얌전한 개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라는 말을 떠올리고 섭섭하긴 하더군요.

답 : 다행이네요. 시어머니 시각에서 며느리에게 후한 점수를 주고 있는 것에 감사합니다. 평소 시어머니께서 며느리에 대한 판단이 도리어 아드님의 주관적 판단보다 더 정확하니 섭섭해 하지 마십시오. 사실 아드님의 경우, 남편이 아내의 휴대폰을 보게 된 것은 일종의 경계선 침범입니다. 더구나 며느리가 아드님에게 시어머니에 대한 불평불만을 대 놓고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면 말이죠. 또 아내가 친구들과 단체 톡을 하고 있었다면 거긴 며느리 개인의 소통창구이자 ‘감정의 화장실’이었을 겁니다.
또, 정황은 모르겠지만 며느리가 먼저 자신의 속마음을 하소연하고 푸념을 늘어놓기 위해서일 수도 있었겠지만 다른 누군가의 푸념에 맞장구를 쳐 주는 상황일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러니까 아드님은 남의 화장실에 가서 남이 용변 보는 것을 보고 냄새난다고 짜증내는 경우에 해당됩니다.

문 : 그러면 아들은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자기 딴엔 아주 심각한데 말입니다.

답 : 아드님에게는 같은 여자로서 며느리의 마음을 설명해 주십시오. 시집와서 지금 그 아들을 갓 낳았을 때의 심정들, 시집살이, 그 시절의 어려움 등등을 말씀해 주시면서 여자는 수다를 통해서 마음을 치유하고 충전도 한다는 것과 푸념은 말 그대로 푸념이지 큰 의미가 아니며 누군가 그 푸념을 받아주기만 하면 여자는 자가충전을 해서 또 거뜬히 어려움을 이겨낸다고 말이죠. 그런 과정을 통해서 아드님은 여자에 대해서 조금 더 알게 될 것이고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그런 태도를 많이 고마워할 것입니다. 그리고 아드님에게는 어머니 대신 아버지나 나이 드신 남자 어른이 조용히 불러서 호통과 위로, 훈계와 타이름을 적절히 조율해서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아버지가 되고 남편이 되고 어른이 된다는 것을 알려줘야겠지요.†


이 병 준 목사
상담학 박사, 통&톡 하이터치 커뮤니케이션즈 대표,
<남편&아내사용설명서>, <다 큰 자녀 싸가지 코칭>,<니들이 결혼을 알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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