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똑같은 아이는 없다

작성일2019-08-07

아이의 성향에 맞게 말한다
첫아이를 키우면서는 어떤 상황을 만났을 때 책을 찾아보거나 어떻게 말하는 게 아이에게 도움이 될까 고민하면서 구체적이고 알맞은 언어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No, 안 돼”라고 단정적이고 부정적인 말을 하는 대신 “그만, Stop”이라는 중용의 태도를 취한다. 아이가 더러운 것을 만지려고 할 때 “아, 더러워” 하는 감정적인 말 대신 “지저분하잖아” 하면서 사실을 말한다.
그런데 둘째 아이 때는 긴장이 풀린다. 아이 한 명을 키우고 나니 이젠 도돌이표 복습을 하는 것과 같아서 있는 대로 말하게 되고, 첫째를 키울 때보다는 엄마의 감정에 충실하게 말하게 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세상에 똑같은 아이는 없다. 세상의 모든 아이는 다 다르게 칭찬 받고 다르게 인정받아야 한다.

공부하는 스타일도 아이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옮겨 다니면서 편한 자세로 공부하는 것이 집중이 잘 되는 아이가 있고 책상에 바르게 앉아서 해야 집중이 잘 되는 아이도 있다. 아이에게 물어보거나 엄마가 관찰할 수도 있다. 엄마가 관찰할 때는 엄마의 생각-공부는 조용하고 안정된 방에서 책상에 바른 자세로 앉아서 해야 한다-을 내려놓고 아이의 집중도를 살펴봐야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판단을 할 수 있다.
아이들의 성향은 제각각이다. 어떤 아이는 실내에 내놔도 상하지 않는 과일처럼 향기롭고 강하지만 어떤 아이는 냉동실에 보관하지 않으면 금방 녹아버리는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럽다. 따라서 아이들의 성격에 따라서 그에 맞게 말하는 것이 지혜로운 말 습관이다.

다르게 말하기 위해서는 아이를 관찰해야 한다. 형제간이라도 아이의 성격에 따라서 칭찬이 도움이 되는지, 꾸중이 도움이 되는지,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진행을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지, 가끔 확인만 하는 게 도움이 되는지 파악해야 한다. 같은 말로 형제를 대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왜 우리는 아이에게 화를 내는가?
아이들은 참 다양한 모습으로 부모를 화나게 한다. 부모들 역시 여러 가지 말과 행동으로 아이에게 화를 낸다. 아이가 어릴 때는 아이가 큰 잘못을 해도 아이를 걱정하는 마음이 앞서서 화를 내기보다는 아이를 위로하고 걱정하는 말을 먼저 한다.
아이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 “안 다쳤어? 아프지. 나쁜 돌부리 때찌!” 하면서 무조건 아이 편이 되어 말한다. 그래서 아이는 무릎은 까져서 피를 흘려도 마음에 상처를 입지는 않는다. 그런데 아이가 크면 똑같이 넘어져도 “넌 왜 그렇게 조심성이 없니.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니면서 걸음도 똑바로 못 걸어. 눈은 장식품으로 달고 다니는 거야. 칠칠 맞긴…” 하면서 넘어진 것이 온전히 아이의 부주의 때문이라고 몰아 부친다. 이렇게 화를 내는 엄마의 말을 들으면서 아이는 무릎이 아픈 것이 아니라 마음이 바위에 부딪친 것 처럼 멍이 든다. 그리고 이 멍이 풀리기 전에 반복해서 그런 말을 듣게 되면 아이의 가슴에는 피멍이 들게 된다.
자식과 부모 사이에 가슴에 멍이 든다는 말은 자식의 행동으로 부모만 아픔을 겪는 것 같지만 부모의 말로 아이도 그만큼 아픔을 느끼고 상처를 받는다.

아이에게 화를 낼 때 모든 부모는 ‘너를 위해서’ ‘화를 내면 내 마음이 먼저 상하지만 그래도 화를 내서라도 꼭 가르쳐야 할 중요한 것이 있다’는 교육 적인 확신을 갖고 화를 낸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아이에게 그렇게 말할 수는 있지만 우리가 자신의 마음을 조용히 들여다보면 “그 일이 꼭 그렇게 아이에게 화를 내면서 말해야 할 만큼 아이가 크게 잘못한 일인가?” “엄마가 화를 내면서 하는 말을 들으면서 아이가 느끼는 부끄러움과 두려움, 때론 분노로 아이 마음에 떨어지는 바위의 무게를 견뎌야 할 만큼 급하고 중요한 말이 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기 어렵다.
부모가 아이에게 화를 내면서 말하는 경우는 아이 관점에서 보다는 부모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는 내가 아니다. 아이는 나와 다르다. 키와 몸무게, 생김새만 다른 게 아니라 생각이 다르고 원하는 것이 다르고 좋아하고 싫어하는 모든 것이 다르다. 이 다름을 인정하지 않을 때 부모도 사람인지라 내 아이가 한 행동이나 선택이 부모인 나의 자존심을 상 하게 하거나 감정을 건드리면 더 쉽게 화를 내게 된다.

아이에게 화를 내는 또 다른 경우는 엄마가 지쳐있거나 힘들 때이다. 아이는 어제와 똑같은 일을 했는데 오늘은 화를 내는 엄마의 꾸중을 들으며 ‘왜 엄마는 오늘은 나를 미워할까?’라고 생각한다. 피곤한 몸에선 객관적이고 설득력 있는 말보다 부정적이고 감정적인 말이 튀어나올 확률이 많다. 몸이 피곤하다는 것은 마음도 지쳐서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요구나 말에 마음을 나 눌 기운이 없다는 뜻이다. 몸은 피곤한데 싱싱한 말을 하기 위해서는 마른 행주를 짜듯이 몸에 남은 모든 힘을 모아서 마음을 쥐어짜야 하는데 그게 어렵다. 그래서 툭 감정이 묻은 말을 던지게 된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란 말은 그리스 시대부터 이어져오는 올림픽 정신이다. 피곤한 몸은 아이의 부탁이나 아이가 만드는 일상적인 소음에도 견디기 어려운 예민한 촉수를 세우게 된다. “엄마가 지금은 피곤해서 네 말에 마음을 집중하기 어려우니까 엄마가 조금 쉬고 나서 이야기하자”라고 말하는 것을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강금주 변호사

지난 30년간 <십대들의 쪽지>를 통해 십대들과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살아온 청소년 전문 상담자이자 발행인, 호주 변호사, 저서로는 <사춘기로 성장하는 아이 사춘기로 어긋나는 아이>, <사춘기 대화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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