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작성일2018-12-07

문 : 제가 제일 듣고 싶지 않은 말은 “넌 커서 뭐가 되고 싶어?” “네 꿈은 뭐야” 하는 질문입니다. 부모님이 이 질문을 하는 것도 싫고 선생님이나 별로 가깝지도 않은 어른을 만났는데 대화를 시작한다고 이런 말부터 꺼내는 것은 정말 짜증나요. 왜 어른들은 이 말부터 할까요? 오랜만에 가족모임에 따라 갔다가 지겹게 듣고 온 질문이 바로 “가고 싶은 대학은 정했니? 꿈이 뭐야?” 하는 질문에 “꿈 없는데요” “모르겠는데요” 했다가 핀잔만 들었어요.

답 : 맞아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겠고, 뭐를 잘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도 아직 모르겠는데 자꾸 꿈이 뭐냐고 대답하라고 강요당하니까 ‘꿈’이란 말도 싫을 수 있지요. 아이들은 어른들의 꿈을 궁금해 하지 않고 꿈이 없다고 힘들어 하는 어른을 만나기는 쉽지 않아요. 어른들끼리 만나서 대화를 해도 ‘나의 꿈’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지요.
그런데 왜 어른들은 꿈이 뭐냐고 물어볼까요? 한 번 생각해 보세요. 그건 아마도 십대라는 시기가 ‘꿈 꿀 수 있는 자유’ ‘꿈을 꿀 수 있는 시간’이 허용된 특별함 때문이 아닐까요?
꿈이 아직 없어도 괜찮고 뭘 하고 싶은지 몰라도 괜찮아요. 십대는 아직 꿈을 정하기엔 이른 나이죠. 꿈이 없어서 날마다 흔들려도 좋은 나이에요. 끝내지 못한 숙제를 내밀 듯이 꿈이 없다는 답을 하지 않아도 돼요. 오히려 이제 막 받아든 큰 도화지에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그릴 수 있는 자유가 주어졌다고 생각하세요. 꼭 이루고 싶은 간절한 무엇이 없어도, ‘이건 꼭 이루고 말거야’ 오기부리지 않아도 돼요. 그래도 꿈이 없는 내가 불안하다면 오늘부터라도 ‘나도 모르게 관심이 가고 더 알고 싶어지는 것은 무엇인가?’ 관찰해 보자는 마음으로 자신의 생각이 흘러 가는 곳, 내 눈에 보이는 사물을 보세요. ‘이건 왜 그럴까? 왜 이것은 좋은데 저것은 싫을까?’ 이런 질문을 하면서 나를 관찰하기만 해도 어제는 몰랐던 나를 발견 하면서 꿈을 찾아가는 실마리가 보일 거예요.

문 : 물론 초등학교 때는 저도 꿈이 있었어요. 아니 꿈이 너무 많아서 탈이었죠. 보는 것마다 다 해보고 싶고, 되고 싶은 것뿐이었어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꿈을 말 하는 것이 유치하게 생각되었어요. ‘꼭 그걸 말로 해야 돼’라는 생각도 들었고 또 꿈을 말하면 “네 현실을 알고는 있지. 네 성적 말이야” 하는 놀림도 싫었어요. “꿈만 크면 뭐 하냐. 노력을 해야지. 누군 말로 뭐는 못해?” 하는 엄마의 말을 들 은 뒤부터는 아예 꿈같은 것은 말하지 않기로 했어요. 꿈같은 것 없다고 제가 나 빠지는 것은 아니잖아요.

답 : 맞아요. 꿈을 말했다가 “네 주제에 무슨…” 하는 무안을 당했던 기억을 어른들은 누구나 갖고 있어요. 그런데 어른이 되고 보니 꿈을 말하는 아이에게 똑같은 무안을 주는 사람이 되어 있지요. 내 생각을 말했는데 격려나 칭찬이 아닌 비난과 핀잔의 말을 듣는다면 다시는 그 사람과 말을 섞고 싶지 않을 거예요.
그럼 초등학교 때 내가 가졌던 꿈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그 꿈들은 분명 나를 떠나지는 않았어요. 다만 내 안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거예요. 자기를 기억하고 불러주기를. 꿈을 말하고 꿈을 꾼다는 것은 훌륭한 일이에요. 세상을 바꾼 멋진 일들도 다 처음엔 다른 사람들의 귀에는 터무니없고 어리석은 말로 들렸으니까요. 사람이 새처럼 공중을 날겠다고 했을 때, 보이지 않는 저 다른 나라에 있는 사람과 얼굴을 마주한 것처럼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했을 때, 달에 갈 수 있다고 했을 때 모두 다 그 꿈을 비웃고 그 사람을 미친 사람 취급하기도 했답니다.
하지만 꿈을 이룬 사람들은 그 비웃음에 상처 받지 않았고 꿈을 묻어버리지 않았답니다. 내 꿈은 나를 위해서 꾸는 것이고 나에게 소중한 것이지 남에게 인정받을 필요는 없답니다. 친구들이나 엄마가 내 꿈을 무시해도 난 꿈을 말하고 꿈을 기록하고 꿈을 꾸는 것을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꿈을 이룰 수 있으니까요. 내 꿈은 나의 생각과 나의 말, 나의 행동으로 현실이 되지 다른 사람의 말이나 명령은 듣지 않으니까요.

문 : 그런데 문득문득 제가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가 되고 싶은 사람이 무엇인지 궁금할 때가 있어요. 제 미래를 생각하면 하나도 떠오르는 것이 없어요. 꿈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꿈을 파는 상점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엄마 카드로 긁고 제일 마음에 드는 꿈을 사 올 텐데요.

답 : 엄마 카드로 긁지 않아도 꿈을 가질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에요. 꿈을 파는 백 화점은 없지만 꿈이 자라는 곳은 있어요. 바로 오늘과 다른 내일을 생각하는 내 마음에서 꿈은 자란답니다. 처음부터 크고 엄청난 꿈을 갖지 않아도 돼요. “오늘은 ‘싫다’는 부정적인 말 대신에‘이게 더 좋아요’라는 말로 나를 표현하기” 같은 작은 결심도 꿈이 될 수 있어요.
등굣길에 새롭게 알게 된 거리의 모습을 생각하며 ‘만약 내가 저 입장이라면 난 어떻게 할까?’ ‘내가 꼭 만나고 싶은 사람 중에 누구든 만날 수 있다면 난 누구를 만나고 싶을까? 매스컴을 통해서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의 인생을 살 수 있다면 난 누구의 인생을 살고 싶을까?’ ‘세상에 있는 꼭 해결해야 할 문제 중에 하나를 풀 수 있는 능력을 준다면 난 어떤 분야의 문제를 풀고 싶을까?’ 이런 질 문으로 내 생각이 자유롭게 뛰어놀도록 해주세요. 그러면 내가 관심 있고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일로 가는 길의 초입에 이를 수 있어요. 전혀 생각도 못했던 곳이 라도 괜찮아요. 생각이 자유로울 때 꿈도 경계가 없답니다. 다른 사람의 꿈이 궁금 하세요? 이미 성공한 사람들의 자서전이나 고전으로 이름난 작품들을 읽어보세요. 그 책들은 나의 꿈을 구체적인 모습으로 만들어주는 건축가랍니다.†

강금주 변호사
지난 30년간 <십대들의 쪽지>를 통해 십대들과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살아온 청소년 전문 상담자이자 발행인, 호주 변호사, 저서로는 <사춘기로 성장하는 아이 사춘기로 어긋나는 아이>, <사춘기 대화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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