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만 하려는 아이를 둔 부모에게

작성일2018-10-07

문 : 안녕하십니까? 저는 중국 ○○시에 살고 있는 조선족입니다. 저도 현직교사로 있는데 정작 게임에 빠진 제 아들 녀석은 어떻게 할 수가 없어 도움을 요청합니다. 그런 저를 딱하게 본 동료 교사 한 분이 선생님이 쓰신 <다 큰 자녀 싸가지 코칭>을 읽어보 라고 권해 주더군요. 책을 읽으면서 내용속의 사례가 제 경우와 너무 닮아 있어서 놀랐습니다. 저는 한국어가 익숙한데 아들 녀석은 많이 서툴긴 하지만 방학하면 아이를 한국으로 데리고 나가야 할지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이 말로는 자기가 프로 게이머가 된다고 하면서 오로지 게임하는 데만 몰두합니다. 혼을 내 거나 말리고 싶어도 어떤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답 : 이젠 자녀의 게임 때문에 속상한 부모이야기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걸친 공통 문제가 되고 말았네요.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자식이 아주 귀한 시대가 되다 보니 더더욱 그런 문제가 더 커지고 있네요. 교사라면 기본적으로 자녀의 심리발달 이론을 비롯한 교육심리를 공부하셨을 텐데요, 일단 먼저 기억하실 것은 게임이 아이에겐 자연스럽게 접촉하는 놀이라 무조건 금지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란 점이죠. 다만 지금처럼 과하다면 그 땐 중독으로 보셔야 합니다. 중독이란 자기가 좋아하는 행동이 남들에게 피해가 될 때를 지칭하니까요. 아이가 게임에만 몰두하는 것을 통해서 생기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텐데 어느 정도인가요?

문 : 여기는 전문 상담사나 심리치료사의 도움을 받기가 어렵습니다. 심리진단 정도는 받을 수 있는데 아이가 받은 판정은 ‘품행장애’였습니다. 그 때문인지 아이가 제 말은 전혀 들으려고도 하지 않고 요즘은 밤을 꼬박 새면서까지 게임만 하려고 합니다. 밤을 새니 다음날 학교에 못가는 일이 생기기도 하지요. 그러면서도 주말이 되면 엄마 곁에 맴돌려고만 합니다. 게임을 하는 직업을 갖는다고 저러는데 아이 말대로 지금부터 어느 한 가지에 집중하면 그것을 전공으로 삼아 그 길로 나가도 되지 않을까요?

답 : 엄마도 아셔야 하고 아이에게도 주지시켜야 하는 것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고 그 일에 집중해서 그것으로 평생을 살아간다는 개념은 제도화된 교육이 가진 기본발상이란 점입니다. 일찍이 국가의 주도로 그런 패러다임으로 교육을 시켜왔던 나라들은 최근에 와서 인성의 부재와 그렇게 길러진 사람들이 어른이 된 이후에 행복하지 않다는 것에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 생각도 문제지만 아이가 게임을 잘 해서 그 분야로 성공할 수 있다 해도 그렇게 오래가지 못합니다. 지속하려면 기본적인 소양이나 성품이 바탕이 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마치 엔진이 좋지 않은 자동차가 오래 달릴 수 없고 뿌리가 약한 나무가 튼튼하게 자랄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게임을 하든 무엇을 하든 일정한 수준의 교양을 갖추는 일이 중•고등학교까지의 공부입니다. 독서와 글쓰기가 추가된다면 금상첨화겠지요. 아이가 주장하는 말은 권리만 누리고 의무는 하지 않겠다는 ‘합리화’라는 방어기제에 불과하니 큰 의미를 두지 마십시오. 더구나 품행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면 참을성이나 타인을 향한 배려와 같은 추상적 사고가 턱없이 부족하고 무언가를 실행하는 능력과 반추(피드백)하는 능력이 턱없이 부족하단 뜻입니다.

문 : 그렇다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요? 방학이 되면 아이를 데리고 선생님께 가고 싶은데 가능할지요?

답 : 아이가 저를 만난다고 해결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문제점을 인식하고 도움을 받고자 하는 열망이 있어야 하니까요. 또 저를 만나 아이가 치유된다 해도 그건 외부의 힘을 통한 변화라 재발의 위험이 다분합니다. 아이랑 가장 많이 접촉하는 엄마가 중심을 잡고 아이를 치료하셔야 합니다. 결국 아이를 교육하는 주체는 부모라는 사실을 명심하십시오. 일단 오시면 대면상담 후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한국에선 카카오톡을 통해 부모님들에게 실시간지침을 제공하고 있는데 중국이라면 위챗이라는 통로를 통해서 가능합니다.

우선 부모로서 자신감부터 가지십시오. 아이가 게임만 하겠다는 건 아이입장에서 당연한 주장일지 몰라도 그건 옵션에 해당됩니다. 게임을 하려면 기본적인 공부, 생활, 부모말씀에 순종하는 것이 의무라는 것을 주지시키시고 그 기준의 시행 이후에 게임이라는 옵션을 제공받도록 하시면 됩니다. 그렇지 않고 게임만 한다면 게임의 환경 자체를 없앨 뿐 아니라 다른 권리와 혜택 또한 박탈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상기시켜줘야 하고 실제로 그렇게 하셔야 합니다. 엄마가 열쇠를 쥐고 있으니 마음 단단히 먹고 싸가지 코칭을 시작하십시오.†

이병준 목사
상담학 박사, 파란리본 카운슬 링&코칭, <다 큰 자녀 싸가지 코칭>, <니들이 결혼을 알어?>,
<우리 부부 어디서 잘못된 걸 까?> 저자

※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