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동안 엄마랑 말을 안 하고 있어요!

작성일2018-07-17

문 :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에요. 친구들이랑 카톡을 하고 있는데 엄마가 자꾸 “폰 그만하고 와서 밥 먹어”라고 톡을 여러 번 날렸어요. 저도 모르게 “나대지 좀 마. 짜증나. 배 안 고파” 하고 엄마한테 톡을 보냈어요. 그땐 정말 짜증이 나서 친구들한테 보낸 말투로 쓴 거였어요. 근데 누가 국어선생님 아니랄까봐 엄마는 제 말버릇이 그게 뭐냐고 한 시간이 넘도록 잔소리를 하곤 핸드폰도 빼앗아가 버렸어요. 평소에 제가 바르게 말할 때는 아무 말 안하다가 그 말 한 마디로 이렇게 유치하게 나오면서 엄마 대접을 해달라고 하는 것은 불공평해요.

답 : “나대지 좀 마. 짜증나” 이런 표현은 세상의 누구도 받고 싶지 않은 문자, 누구 에게도 보내서는 안 되는 문자가 아닐까요? 아주 친한 친구라도 이런 글을 읽으 면 당장 카톡방에서 나가고 말거예요. 하물며 소중한 딸이 밥 먹자는 엄마의 채근에 이렇게 응답했다면 실수라고 해도 엄마가 화를 내는 것은 당연하지요. 국어 선생님이신 엄마는 평소에 말하는 태도나 억양, 단어 선택까지 민감하게 반응하며 가르치셨겠죠. 내 입장에서는 핸드폰 뺏긴게 억울하고 배가 부르게 욕을 먹었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한 번의 실수가 더 큰 실수로 연결되지 않게 엄마 입장 에서 읽어보세요. 아마 본인도 엄마에게 미안함을 갖고 있겠죠. 그래서 평소에 바르게 말했던 생각을 하며 후회하고 있는 거예요.
상대의 신분에 맞는 예의를 갖춰 완전한 문장으로 바르게 말하는 언어습관은 사춘기에 꼭 익혀야 할 습관입니다. 내가 하는 말이 바로 나의 인격 수준이기 때 문이죠. 기분이 나쁘다고 어른에게 욕이 섞인 반말을 내뱉고 그런 말을 하는 난 당당하고… 말은 듣는 상대의 인격은 달라지지 않지만 그 말을 하는 사람의 인격 은 그 말로 드러나게 되죠. 글자를 귀찮아서 줄이고, 초성 자음만으로 답을 하거나 이모티콘으로 생각을 과장하는 것은 좋은 언어습관이 아니에요. “엄마, 그 말은 친구한테도 해서는 안 되는 말인데 제가 잘못했어요”라고 한시라도 빨리 말씀 드리세요. 진심이 담긴 사과는 깊은 상처도 치유할 수 있지만 때를 놓친 사과의 말은 관계를 멀어지게 하거든요.

문 : 그때부터 한 달 동안 엄마랑 말을 안 하고 있어요. 꼭 필요한 말이 있으면 아빠가 중계를 해요. 물론 엄마도 저한테 말을 걸지 않죠. 처음엔 엄마의 잔소리가 없으니 편했는데 이젠 말은 하지 않고 레이저를 쏘면서 저를 지켜보는 엄마의 눈빛이 싫어요. 일요일에 같이 밥을 먹는 시간은 고문이에요. 차라리 혼자 나가 서 살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

답 : 날마다 얼굴을 보는 가족이면서도 한 달, 일 년도 넘게 말 한 마디 안 하고 사는 가족이 많아요. 서로 버티는 거죠.
우리는 하루에 수백 번 문자나 톡을 보내면서 가족이나 친구들, 멀리 있는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있다는 착각을 합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친구들의 0.1초의 모습에 ‘좋아요’라고 누르는 것이 대화는 아니죠. 내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강조하고 과장해서 보여주면서 진짜 내 모습이나 위치가 어딘지 잊어버릴 때가 있어요. 꼭 해야 할 고마움의 표현, 용서를 구하는 말을 할 기회를 놓치기도 하죠. 엄마라서, 가족이기 때문에 굳이 말하지 않아도 미안하다는 표 정으로 혹은 다른 친절로 상처가 아물었겠지 생각하지 마세요. 눈을 마주 보면서 진심을 담아 군더더기 없이 실수에 대한 인정과 용서를 구하는 말로 엄마랑 화해 하세요. 그래도 싫다면 만약 나에게 이 땅에서 마지막 30분의 시간만이 허락된다 면 지금 난 누구에게 무엇을 말할까 생각해 보고 그대로 하세요. 그 간단한 일을 못해서 엄마의 눈빛이 싫어 가출하고 싶다고 문제를 확대하지 않기를 바래요.

문 : 아빠는 “네가 잘못했으니 엄마에게 먼저 사과하라”고 하시는데 왜 제가 먼저 사과해야 하죠? 전 엄마한테 딱 세 마디 했고 엄마는 저한테 한 시간 내내 하고 싶은 말 다 했는데요. 엄마가 먼저 미안하다고 하기 전엔 말하고 싶지 않아요. 가끔 저도 모르게 “엄마” 하고 부르려다가 꿀떡 삼키고 말아요. 꼭 제가 먼저 사과 해야 하나요?

답 : 네. 꼭 먼저 사과하세요. 시작이 나였고, 나의 실수에 엄마가 화를 내시면서 온 집안에 한랭전선이 형성된 거죠. 상황을 몰라서 사과를 미루는 것은 아니에요. 그냥 첫머리를 어떻게 시작할지 몰라 미루고 있는 거죠. 물론 엄마는 말은 하지 않아도 이미 용서하셨을 거예요. 하지만 내가 사과하면 다시 평범한 딸과 엄마로 돌아갈 수 있어요.
우린 살면서 알게 모르게 잘못할 수 있어요. 아이들은 누구나 실수할 권리도 있어요. 그러나 실수할 수 있는 권리는 물론 실수한 다음에 지켜야 할 의무(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는 사과의 말과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의무)까지 함께 져야 해요. 말로 하는 실수, 행동으로 하는 실수, 잘하겠다고 다짐했는데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때 괜찮다고 자신을 다독여주세요. 그러나 나의 실수로 누군가 상처를 입었거나 손해를 봤다면 진심으로 상대에게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구한 다음에 다시 행동하세요. 그 자세가 우리를 어제보다 나은 사람으로 발전하게 하지요.†


강금주 변호사
지난 30년간 <십대들의 쪽지>를 통해 십대들과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살아온 청소년 전문 상담자이자 발행인, 호주 변호사, 저서로는 <사춘기로 성장하는 아이 사춘기로 어긋나는 아이>, <사춘기 대화법> 등이 있다.

※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