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를 안 가려는 아들을 둔 부모님께

작성일2018-07-15

문 : 아들 녀석이 군 입대를 자꾸 미루기만 하네요. 또래 친구들은 진작 다 입대했고 가장 먼저 입대했던 친구들 중에는 벌써 전역하고 복학까지 한 친구도 있어요. 자기 딴엔 무슨 생각이 있어 그렇다고 하는데 곁에서 보는 입장에선 그저 무작정 미루기만 하는 것 같이 보이네요. 왜 저렇게 군대를 미루고 있을까요?

답 : 아마 가장 큰 이유는 두려움 때문일 겁니다. 남자들에게 있어 군대란 그다지 좋은 이미지로 비춰지진 않습니다. 낯선 환경에 낯선 사람들, 상하복종의 인간관계, 그동안 한 번도 해 보지 않았던 훈련을 받고 보직에 따라 근무하는 것 등 불편하기 짝이 없는 것들로만 이뤄져 있을 겁니다. 그래서 할 수만 있다면 회피하고 싶고 뒤로 미루고 싶은 것이지요. 정말 군에 입대하면 막연히 두렵고 전역하는 날이 오기는 할까 하는 막막한 현실 앞에 한숨을 쉬기도 합니다. 거기에 또 먼 저 입대했던 친구들이 휴가 나와서 들려주는 무용담(?)을 듣노라면 군대가 더 싫을 겁니다. 그렇지만 친구들이 들려주는 무용담이라는 게 대부분 부풀 려 있는 것이 많습니다. 마치 그 일부가 전부인 것처럼 오해하게 되지요. 막상 가보면 무용담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될 테니 말입니다.

문 : 할 수만 있다면 아이가 군에 안 가게 도와주는 건 어떨까요? 만약 공익 근무를 하게 된다든지 하는 방법도 괜찮지 않나요? 만약 저희가 억지로 등 떠밀어 군에 보내면 두고두고 원망을 들을 것 같은데요?

답 : 6.25전쟁의 참상을 누구보다 잘 아는 부모님 세대에게는 군대란 곧 죽음과 직결되는 위험한 곳일 겁니다. 그래서 할 수만 있다면 안 보내고 싶겠지요. 그러나 만약 그렇게 한다면 동족방뇨(凍足放尿)일 뿐입니다. 잠깐은 도움이 된다 싶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더 연약한 아이,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없는 무력한 아들만 만들 뿐입니다. 정말 아들을 도와주고 싶다면 군에 꼭 보내십시오. 군은 일종의 ‘통과의례’개념, 즉 남자 아이가 남자가 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지요. ‘아마존의 눈물’ 같은 다큐 프로그램을 보면 아마존의 원시부족들이 필수적으로 시행하는 것 중의 하나가 성인식입니다. 아이가 어른이 되는 통과의례입니다. 그 과정을 통과하고 나야 비로소 어른, 전사, 용사, 남자라는 제대로 된 칭호를 받게 되고 그에 걸맞은 예우도 해 주고 또 한 능력도 갖추어야 합니다.
사실, 상담을 하다 보면 결혼까지 한 젊은이들 중에는 정신적으로 어른이 안 된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통과의례를 하지 않았으니 생물학적으로는 성체가 되어 결혼도 하고 직장생활도 하고 돈도 벌고 집도 사고 차도 사고 아이들도 낳지요. 그러나 정신세계가 어른이 되지 못했으니 세상을 살아가고 다른 사람들과 관계하는 방식은 어린아이 수준이지요. 그렇게 되면 가장 큰 문제는 자녀교육이겠죠? 자기가 어른이 못되었는데 어떻게 아이를 어른으로 키울 수 있을까요?

문 : 그런데, 요즘은 가고 싶어도 입영날짜가 연기되어 군대 가기가 사법고시 같다고들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렇게까지 해서 군에 보낼 것도 걱정이지만 군에 갔다 해도 각종 사건사고에 연루될까 걱정되긴 합니다. 정말 사고라도 나면 어쩌지요?

답 : 일단은 가까운 병무청에 방문하셔서 문의하십시오. 요즘은 온라인으로도 신청이 가능하니 아드님과 함께 병무청 사이트에 방문해서 신청하십시오. 입영이 늦어진 경우라 빨리 조치가 될 겁니다. 그리고 사건사고라는 것이 군대만 안 보내면 안 생긴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구더기 무섭다고 장을 안 담글 수는 없지 않습니까? 분명히 기억할 것은 군대가 조직이지만 일반사회나 가정과 별반 차이가 없는 조직체란 점입니다. 집에도 부모형제가 있는 것처럼 부대 안에도 똑같습니다. 결국 사람이 사는 곳이고 사람에 의해서 움직이는 곳입니다. 따라서 군 생활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시간만 낭비하는 곳이 될 수도 있고 오히려 자기도 보지 못한 자신의 장단점을 제대로 알게 되고, 또 해보지 못했던 일을 하게 됨으로써 잠재력을 발전시키는 곳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오롯이 본인의 몫입니다.
실제로 군에서 배운 경험들은 사회에서 유 용하게 사용됩니다. 기업에서 장교 출신들을 우대했던 이유는 그들이 받았던 훈련들과 경험이 일반 사람들보다 더 유용한 점이 많아서였을 겁니다. 그러니 군 입대는 부모가 해야 할 통과의례의식을 군대가 대신 해 주는 것이니 꼭 보내시기 바랍니다. 아이는 태어나 처음으로 부모를 떠나서 독립하게 되는 첫출발일 수 있습니다. 군대가 없다면 결혼이란 방식을 통해서 부모를 떠나겠지만 결혼 이전에 한 번 부모를 떠나는 경험을 통해서 성장하고 성숙하는 것이랍니다. †


이 병 준 목사
상담학 박사, 파란리본 셀프 힐링 연구소, <다 큰 자녀 싸가지 코칭>, <니들이 결혼을 알어?>, <우리 부부 어디서 잘못된 걸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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