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말썽을 일으키는 자녀를 둔 부모에게

작성일2018-02-22

문 : 중학교 2학년인 아들이 있는데 이 녀석이 학교에서 얼마나 말썽을 부리는지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시도 때도 없이 문자가 날아와요. 문자오는 휴대폰 알림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아요.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골치 아픈 학생 하나 만나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너무 크데요. 지금껏 교사생활에 이런 아이는 처음이래요. 요즘엔 아예 대놓고 “전학을 고려해 주셨으면 좋겠다”고까지 하네요. 얼마나 힘드셨으면 그럴까요? 선생님께 송구하기만 합니다. 정말 우리 아이, 학교에서 문제아일까요?

답 : 아이가 일으키는 문제로 학교에서 연락이 온다는 것은 아마 어머니 입장에선 거의 하늘이 무너지는 것과 같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정학이나 퇴학과 같은 행정처분을 받을정도로 사고를 쳤거나 체육시간에 다쳐서 뼈가 부러졌거나 하는 상황이었을 테니까요. 그런데 말씀하시는 내용을 보면 아이문제가 100%라는 기본전제를 깔아 놓으신 것 아닌지요? 문제는 관계에서 발생하고 관계라는 말은 최소 둘 이상이 교류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것이거든요. 아이의 잘못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담임교사의 잘못도 있다는 생각을 해 봐야 합니다. 일단 담임교사가 시도 때도 없이 문자를 보낸다는 부분이랑 골치 아픈 학생 하나만나서 정신적 스트레스가 너무 크니 전학을 종용한다는 것을 보면 교사의 문제도 적지 않다고 봅니다. 아이가 가정에서 하는 행동은 어떤가요?

문 : 집에서도 좀 무례하다 싶을 때가 있고 반항을 한다 싶을 때가 있어요.
김정은도 무서워한다는 중2이고 사춘기니까 당연히 그렇거니 했어요. 그런데 무작정 화를 내거나 따지고 덤벼들진 않아요. 아이와 다툼이 있을 때는 아이가 하는 말이 맞을 때가 더 많거든요. 자기 속내를 숨기는 스타일이 아니라 표현을 해요. 그게 당당함인지 건방진 것인지 저도 헷갈리는데요, 집에서는 그렇게 문제라고 느끼진 않습니다. 그래도 일단 아이가 학교에서 얼마나 말썽을 부렸으면 누적된 벌점으로 선도위원회에까지 가야 한다고 말씀을 하실까요? 그럼 큰 일 아닌가요?

답 : 큰 일일 수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아이도 자기가 계속 벌점을 받는다면 선도위원회에까지 가야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을 겁니다. 혹시, 아이의 생각 크기가 또래 보다 크다는 생각을 해 본 적 없으신가요? 어머니께서 아이를 대할 때 아이가 하는 말이 맞는다고 인정하는 일이 많다 하셨잖아요? 그 말은 아이가 생각하는 기준이나 방식, 생각의 용량이 꽤 크다는 뜻입니다.
또 분명하게 자기표현을 하는 그 방식이 학교라는 제도, 규격화된 사회에서는 통용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도리어 어머니 쪽에서 담임교사의 수준을 한 번 테스트해 보시지요. 학교에서 문자가 올 때 어머니께서 한 번 정확하게 선을 그으세요. “아이가 학교에 있을 때는 선생님 소관이니 아이가 문제를 일으키면 혼을 내든 매를 들든 정학을 시키든 퇴학을 시키든 마음껏 하십시오. 거기에 대해서 토 달지 않겠습니다. 대신 아이가 무슨 사고가 나 응급실에 실려 가게 되었거나 다른 아이를 때려서 상해를 입혔다거나 하는 그런 일이 아니라면 퇴근 이후에 전화나 문자 부탁드립니다. 업무에 집중하기가 어렵습니다”라고 보내세요.

문 : 말씀하신 대로 했습니다. 그랬더니 저에게는 문자가 더 이상 안 옵니다. 그런데, 저한테 문자를 안 보내고 아이 아버지(남편)에게 문자를 보냅니다. 남편이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묻더라구요. 그것 때문에 남편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담임교사 문자에 쩔쩔 매는 남편을 보니 그동안 아이 문제에 대해선 나몰라라 하던 남편이 좀 쌤통이긴 하네요.

답 : 그렇다면 아이는 스티그마 효과로 인해 자기의 잘못보다 더 큰 잘못으로 취급되고 있을 겁니다. 스티그마 효과는 딱지효과라고도 하는데요, 예를 들어 어떤 교과 교사가 수업태도가 불량한 아이에게 딱지 하나를 붙이면 다른 선생님도 그 딱지를 보고 저 아이는 문제아라고 단정 짓는 경우를 말합니다. 그럴 때 담임교사는 정황을 확인하고 아이의 울타리가 되어 주고 훈계하고 교육해야지요.
그런데 되려 담임교사가 시도 때도 없이 부모에게 문자를 날린다면 그 사람은 교사의 기본적인 자질, 그러니까 자기 반 아이들을 다루는 능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오히려 어머니께선 아이의 억울한 감정부터 받아줘야 할 것 같네요. 학교에서 문제아로 취급받고, 집에서도 그렇게 취급받는 아이는 어디서도 설 자리가 없게 되지요. 훈계하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훈계의 기본 원칙은 어떤 정황에 대해서 충분히 말하게 하고, 그로 인해서 생긴 감정을 수용해 주되 옳고 그름에 대한 기준과 원칙을 정확하게 세워서 잘못에 대한 대가는 책임지게 하는 겁니다. 야무지게 야단치시되 마음만큼은 충분히 받아주십시오†



이 병 준 목사
상담학 박사, 파란리본 셀프 힐링 연구소,
<다 큰 자녀 싸가지 코칭>, <니들이 결혼을 알어?>, <우리 부부 어디서 잘못된 걸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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