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에 찌든 성인자녀를 둔 부모에게

작성일2018-01-21

문 : 선생님! 속이 터져 죽겠어요. 어떻게 스물 둘이나 된 아이가 하루 종일 침대에만 박혀 있을 수 있을까요? 그 아름다운 청춘의 때를 저렇게 무의미하게 보내다니요. 맨날 잠만 자고 깨어 있는 시간은 넷 북과 스마트 폰만 가지고 놀아요. 밥은 제대로 안 먹고 밥 때가 되어도 식탁에 나오지 않아요. 매일 침대 위에서 군것질만 하는데 온 방이 과자봉지 투성이고 바닥엔 과자 부스러기가 밟혀요. 운동은 죽어도 안 하니 살만 디룩디룩 찐돼지 같아요. 살 빼겠다는 말만 하지 아무것도 하는 게 없어요. 왜 저럴까요?

답 : 아이의 증상은 게으름에 해당됩니다. 게으름은 천성일 수도 있고 어떤 계기로 인해 고질화된 무기력(helpless)이기도 합니다. 무기력을 처음 연구한 사람은 미국 펜실바니아 대학의 긍정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M.Seligman)입니다. 실험실에서 전기충격을 받는 개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처음에 전기충격을 받은 개들은 나중에 충분히 도망갈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어도 도망가지 않는 현상, 다음 전기충격을 가한다는 신호를 줄 때는 사전에 도망갈 수 있도록 했음에도 그대로 무력하게 전기충격을 받아들이는 현상을 보았습니다. 그것을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이라고 명명하였습니다. 일명 ‘곡마단의 코끼리’라고도 부릅니다. 어릴 때부터 곡마단에서 길러진 코끼리는 조그만 말뚝에만 묶어두어도 절대로 도망가지 않는다는 것과 같습니다.

문 : 아, 그렇군요. 그 말씀 듣고 보니 미안해지네요. 사실 저 아이는 초등학교 때 학교생활 부적응과 왕따 문제로 심리상담을 받았고 놀이치료와 미술치료를 2~3년 받았습니다. 그 땐 부부갈등이 심해서 자주 싸웠고 제가 아이에게 분풀이를 많이 했거든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걸었는데 아이 입장에선 엄청난 상처였겠죠. 상담 선생님도 아이가 상처 받아서 그런 것이니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 주라고 하더군요. 부부 싸움이 아이에게 큰 상처가 된다 하니 그 때부터 저희 부부는 적어도 아이 보는 앞에서는 싸우지 않았습니다. 또 아이가 원하는 것을 다 해 주니 아이도 선뜻 다가온다 싶어서 다 해결된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부터는 저렇게 방에만 틀어박혀 있네요.

답 : 마틴 셀리그만은 무기력이 학습되었다면 긍정과 낙관주의 또한 학습으로 가능하다 즉, 노력으로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생각의 전환을 통해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는 인지심리학입니다. 또한 상처를 입었다고 할 때 그것은 감정이지 인지나 의지의 부분이 아닙니다. 그래서 초등학교 때 받은 감정적인 상처의 치유도 중요했지만 그렇다고 의무와 책임까지 배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부모들이 자칫 실수하기 쉬운 부분이지요. 상처를 준 주체인 부모는 천하의 죄인이 되었으니 완전히 종처럼 납작 엎드려 아이를 상전 모시듯 하는데 그 시간이 흐르다 보면 완전히 상전과 하인의 관계로 고질화되지요. 아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마땅히 해야 할 의무, 자신의 일을 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문 : 그럼 지금부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선생님 말씀대로 의무와 책임을 지우는 건 완전한 어른으로 봐야 한다는 뜻인가요? 하도 넷 북만 갖고 있기에 계속 그렇게 있으면 넷 북을 치워버리겠다 엄포를 놓았습니다. 그러자 아이는 눈에 쌍심지를 켜고 “내가 받은 용돈을 모아서 산 내 넷 북을 내 마음대로 쓰겠다는데 왜 엄마가 사용하라 마라고 간섭해?”라고 대들더군요. 자기는 이제 성인이니 간섭하지 말랍니다. 그냥 말문이 콱 막히던데요.

답 : 아이에겐 이렇게 말씀하십시오.
“좋다. 네 말마따나 네 용돈으로 산 네 넷 북을 네가 사용한다고 치자. 네가 받은 그 용돈은 사실 엄마 아빠가 뿌려 놓은 돈이다. 넷 북 마음껏 사용하되 오늘부터 내 집에서 절대로 충전하지 마라. 전기요금은 우리가 지불하니 전기는 엄연히 우리 것이다. 네가 충전 케이블을 꽂을 때마다 요금은 1천원씩 부과하겠다.”아이가 보이는 무기력은 무 능력한 존재라서 생긴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게으름의 늪에서 건져내야 합니다. 안락의 환경인 와이파이, 패스트푸드부터 제거하십시오. 그리고 밤낮없이 침대에 누워 기본적인 생활을 하지 않을시 용돈은 물론이요 스마트 폰과 넷 북도 싹 제거하십시오. 권리는 반드시 기본적인 의무를 이행할 때 주어진다는 것을 확인시켜야 완전히 독립된 개체가 세상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젠 더 이상 스스로를 죄인 취 급하지 마시고 용기 있게 대처하시기 바랍니다†.




이 병 준 목사
상담학 박사, 파란리본 셀프 힐링 연구소,
<다 큰 자녀 싸가지 코칭>, <니들이 결혼을 알어?>, <우리 부부 어디서 잘못된 걸까?> 저자

※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