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한 편의 영화가 예배만큼 은혜와 감동을 준다

작성일2017-11-10

강제 개종으로 고향 잃고 수백년 방황한 ‘숨겨진 유대인, 스파라딤 아누심의 알리야’

한 편의 영화가 감동의 눈물을 선사할 때가 있다. 예배만큼이나 큰 은혜의 말씀을 나누게 한다. 우리 이웃을 소재로 했거나 전 세계 오지에서 활동하는 선교사들을 조명한 다큐멘터리영화는 더 그렇다. 그들의 스토리는 언제나 깊은 공감과 함께 예수님의 사랑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영화 ‘아이엠호프맨(I Am Hopeman)’은 빈민촌 아이들과 함께하는 한 선교사의 삶을 통해 감동과 눈물, 은혜를 한꺼번에 안겨준다. 영화의 배경은 캄보디아에서도 최대 빈민촌으로 꼽히는 언동마을에 있는 희망학교다. 늘 이곳엔 한국말로 “최고”라고 말한 뒤 영어로 “아이 엠 호프맨”이라고 소리 높여 외치는 밝은 얼굴의 아이들이 있다. 그들의 얼굴을 쓰다듬는 교장선생님이 임만호 선교사다. 빈민촌 아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15년째 교육에 헌신하고 있다.

2002년 선교활동을 위해 캄보디아에 온 그는 빈민촌에서 학교 다니는 걸 꿈도 꾸지 못한 채 고사리손으로 쓰레기더미를 뒤지고 구두를 닦는 아이들을 목격한다. 그리고 잃어버린 동심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메콩강가에 돗자리를 깔고 글과 숫자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영화에선 교실 바닥, 교정 벤치 등에서 쓰러져 잠을 자는 임 선교사를 볼 수 있다. 한가롭게 낮잠을 자는가 싶었는데, 그의 인터뷰 장면에서 뭔가 문제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2008년 초등학교 건물을 짓던 중 그는 몸에 이상이 생겼음을 감지한다. 공사를 마무리한 뒤 2009년 서울의 병원을 찾았고 파킨슨병 진단을 받는다. 날이 갈수록 마비증상이 심해져 거동이 불편해지고 있다. 하루 세 번 먹던 약은 네 번으로 늘었고, 약 부작용으로 그는 아무 곳에서든 잠을 잔다.

그런데 2012년 더 큰 아픔이 덮쳐왔다. 당시 18세이던 장남이 뺑소니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허술한 사회구조 시스템 때문에 아들의 시신조차 찾지 못 할 뻔했다. 아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캄보디아에서 임 선교사는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

나현태 감독은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임 선교사와 희망학교 아이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오랜 시간 촬영한 만큼 크고 작은 변화를 눈여겨볼 수 있다. 전 축구 국가대표 선수 이영표씨의 내레이션이 소박하게 들린다.

최근 서울 서대문구 필름포럼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나 감독은 “이 영화에선 시선에 따라 아이들, 임 선교사, 관객인 내가 주인공이 될 수 있다”며 “우리는 각자의 위치에서 얼마든지 희망의 전령사, 호프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쉽게도 영화는 소수의 극장에서만 볼 수 있다. 16일 필름포럼과 롯데시네마 노원에서 개봉한다.

‘숨겨진 유대인, 스파라딤 아누심의 알리야’는 그동안 동성애나 개척교회 목회자의 어려운 현실 등 다소 무거운 주제로 영성의 눈을 뜨게 한 김광진 감독의 신작이다. 제목만 보고 ‘메시아닉주(예수를 믿는 유대인)에 관한 이야기인가’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영화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500여년 전 스페인에서 가톨릭교회의 종교재판으로 강제 개종을 당해 지금껏 이스라엘의 변절자로 본토귀환(알리야) 거부를 당하고 있는 ‘숨겨진 유대인들’에 관한 이야기다. 중요한 것은 그들은 성경에 나오는 예언의 성취를 확신하며 사는 크리스천들이다.

“사로잡혔던 이스라엘의 많은 자손은 가나안 사람에게 속한 이 땅을 사르밧까지 얻을 것이며 예루살렘에서 사로잡혔던 자들 곧 스바랏에 있는 자들은 네겝의 성읍들을 얻을 것이니라.”(옵 1:20)

또 그들은 주께서 예비하신 언약의 땅에 예배 공동체를 세우겠다는 비전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 중심엔 이스라엘에서 동역하는 한국인 선교사가 있다. 네게브0120 대표 장다니엘 선교사다.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장 선교사는 “오바댜 말씀에서 ‘스바랏’은 스페인을 의미하고 ‘스바랏에 있는 자들’은 곧 ‘스파라딤 유대인(스페인에 사는 유대인)’을 일컫는다”며 “그들은 다시 고국으로 돌아와 네게브(광야)에서 살게 된다는 예언의 말씀”이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고향을 잃어버린 채 수백년을 방황해온 스파라딤 유대인을 보면서 일제 강점기 나라를 잃고 힘들게 살았던 우리 민족의 가슴 아픈 역사를 떠올렸다”며 “예언의 말씀에 의지해 ‘때’를 기다리며 기도로 준비하고 있는 숨겨진 유대인들처럼 우리도 깨어 기도함으로써 주님 만나는 그날을 준비했으면 한다”고 했다.

내레이션은 배우 추상미씨가 맡았다. 영화는 오는 15일까지 서울 온누리교회, 에스더기도센터, 부산 생명수교회 등에서 시사회를 마친 뒤 기독교방송 등을 통해 방영될 예정이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846341&code=23111313&sid1=mcu

※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