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성] 진화론이나 페미니즘 인정하며 신앙 가지면 안될까

작성일2018-11-16

교회에 다니면서 진화론이나 페미니즘을 인정하고 교리 대신 긍휼을 강조한다면 이는 ‘올바른 기독교 신앙’에 어긋나는 것일까.

저자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됐다. 복음주의 성향이 강해 ‘바이블 벨트’ 지역으로 분류되는 미국 테네시주 데이턴 지역에서 어릴 적부터 신앙생활을 해온 그였지만 신앙과 과학 혹은 지적 양심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권하는 교회의 입장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는 교회가 인종차별, 성(性), 사회정의, 성경 해석 등 다소 논쟁적인 문제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랐다.

그러나 저자가 속했던 교회는 이러한 주제에 관한 대화가 거의 불가능한 보수적인 신앙공동체였다.

여성 지도자가 설교하는 것을 허락지 않았고 성경에는 오류가 없다는 성경무오설을 견지했다. 자신의 이성과 교회의 신앙관 사이에 놓인 간극을 극복할 수 없었던 저자는 결국 눈물을 머금고 모교회를 떠난다. 당시 심경에 대해선 이렇게 적는다. “나를 사랑하고 내게 너그러웠던 교회를 떠난 건 더는 믿을 수 없는 것을 믿는 척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가나안 성도’가 된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교회를 떠난 이때부터 저자는 수많은 교회와 신앙인들을 찾아 나선다. 루터교와 감리교, 정교회와 성공회 등 다양한 전통을 지닌 교회를 방문하고 이들 공동체 사람들과 어울리며 부활과 환대, 치유 등 기독교 고유의 특질을 체험한다. 가정에서 학대를 당하거나 마약에 중독된 여성을 포용하는 성공회 공동체와 실패한 목회자를 격려하는 ‘처참히 실패한 목회자 대회’ 등을 경험하면서 저자는 다시 교회로 발걸음을 옮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현재 그는 성공회 교인이다. 테네시주 클리블랜드에 있는 성루크교회에 출석하며 미국 각지의 대학과 교회 등에서 신앙과 교회 관련 강연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은 ‘신앙의 사춘기’를 겪고 있다며 독실한 건 아니라고 고백한다. 저자와 같은 고민으로 비슷한 신앙 노정을 걷는 ‘가나안 성도’라면 관심을 가져봄직하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33952&code=23111312&sid1=mcu&sid2=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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