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중독 VS 신앙 성장

작성일2018-08-17

취업과 결혼에 어려움을 느꼈던 30대 초반 여성 A씨에겐 교회가 유일한 안식처였다. 교회에서 찬양을 하고 설교를 들으면 풀리지 않는 고민들을 잊을 수 있었다. 주일학교 교사, 청년부 리더 등의 활동을 하면서 교우들에게 받는 인정도 잠시나마 그의 시름을 덜어줬다.

그러나 집에 돌아오면 달랐다. 변하지 않은 현실에 공허감을 느꼈다.

몇 년 뒤 A씨는 “하나님 뜻대로 살기 위해서라기보다 내게 감정적으로 위로가 됐기에 교회활동을 열심히 한 것 같다”며 “돌이켜보면 세상에서 도피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일터사역자 강하룡 예함교회 목사는 A씨처럼 자기 위로와 만족을 위해 교회 활동에 열심인 경우를 두고 ‘종교 중독’이라 진단한다. 강 목사에 따르면 종교 중독은 신앙 성장의 반대 개념으로, 하나님이 아닌 자기중심의 신앙생활을 하며 영적 황홀감이나 감정적 만족을 추구하는 특징이 있다. 신앙 성장의 결과가 그리스도인을 ‘건강한 생활인’으로 만든다면 종교 중독은 현실도피 성향이란 결과로 이어진다고 했다.

그의 신간 ‘종교 중독인가 신앙 성장인가’(브니엘)는 스스로 바른 신앙인으로 살고 있는지를 점검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에서 그는 그리스도인에게 ‘신앙이 좋다’는 말은 무슨 의미인지 질문하면서 동시에 객관적으로 신앙 행태를 바라볼 것을 주문한다. 자신이 열심 있는 신앙인인지, 광신자인지 스스로 ‘신앙 점수’를 매겨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나의 신앙, 중독인가 성장인가’란 제목의 신앙 체크리스트를 책 부록에 실었다.

이 체크리스트에 따르면 예배에서 영적 황홀감을 추구하며, 감동이 없는 설교자를 영감이 부족한 사람으로 속단하고, 찬양 자체가 아닌 음악에 매료되는 사람은 ‘종교 중독’ 현상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가정과 일터에서의 일상보다 교회 활동을 더 편하게 느끼는 현실도피적 성향까지 보인다면 중독 정도가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반면 하나님의 인도를 신뢰하며 교회뿐 아니라 가정과 직장에서도 성경적인 삶을 살아가려 애쓰는 사람은 ‘성숙한 신앙인’으로 진단한다.

체크리스트에서 제시하는 ‘종교 중독’ 판단 기준은 성경 말씀이다. 일례로 사람에겐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이 있는데 이는 돈, 성공 등 세속적 활동이 아닌 오직 하나님으로만 채워질 수 있다.(전 3:11) 그렇기에 아무리 교회 활동에 열심이어도 자신의 이기심을 채우려 하는 것이라면 허무감에 빠질 수밖에 없다.

책에는 종교 중독뿐 아니라 자기비판과 회개, 거래와 서원, 야망과 비전, 자기비하와 겸손 등 신앙생활에서 오해하기 쉬운 개념 15가지에 대해서도 성경 말씀을 기준 삼아 작성한 체크리스트가 담겨있다. 여기엔 ‘교회 안의 문제를 하나님 뜻대로 분별하는 사람을 비난하는 사람으로 정죄하며 잘못을 덮으려 하지 말라’ ‘하나님은 남녀를 인격적으로 차별하지 않으며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길 원하신다’는 다소 민감한 주제도 다룬다.

저자는 “오랜 신앙생활에서 오는 매너리즘을 극복하고 자신의 신앙을 분별해보고 싶은 이들에게 성경적 지침을 제안코자 이 책을 썼다”며 “신앙 성장에 있어 ‘사이비’ 격인 종교 중독을 멀리해 하나님을 삶 속에서 이해하는 이들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993749&code=23111312&sid1=mcu&sid2=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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