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양택조 “일이 안풀리면? 예수 믿어요”

작성일2017-02-12

“그러므로 이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생명의 성령의 법이….”

연기파 배우 양택조(78) 집사의 입에서 로마서 8장 말씀이 줄줄 흘러나왔다. 양 집사의 성경 암송은 10분 이상 계속됐다.

그는 60대 중반에 간경화로 쓰러졌었다. 간이식 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은 다음엔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해 교회 내 제자반에 들어갔고 성경을 즐겨 암송하게 된 것이다.

“더 열심히 연기하고 싶다”는 양 집사와 9일 경기도 고양 충정교회(옥성석 목사)에서 만났다. 중절모를 푹 눌러쓴 그는 “어릴 때 몇 번 교회에 다녔고 지금은 신앙이 전부라고 할 정도로 열심히 교회에 다닌다”고 근황을 전했다. 또 “사후세계를 믿으니 사는데 자신이 있다. 어떤 문제든 하나님만 대입하면 답이 나온다”고 했다.

1966년 동양방송 성우로 데뷔한 그는 TV와 영화를 오가며 활약했다. 양 집사의 아버지는 배우 겸 극작가 극단 대표였고, 어머니는 북한의 1원짜리 지폐 모델로 등장한 인민배우 문정복이다. 이모도 해방 전 인기배우 문정숙이다.


그는 “우리 집안은 연기자의 피가 흐른 것 같다. 1·4후퇴 때 서울에서 대구로 피난을 갔는데 극장 안에서 살았다. 당대 최고의 배우들을 가까이서 보며 연기를 배웠다. 제 연기 인생의 자양분이 됐다”고 전했다.

그의 최고 출연작은 97년 MBC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다. 조연연기였지만 하나님께 유명하게 해 달라고 기도한 직후였다.

“대본을 보니 최불암 친구 역인데, 좀 덜 떨어진 사람으로 연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았어요. 그게 ‘합죽이’ 캐릭터입니다. 입을 죽 내밀고 대사를 하면 스텝들부터 자지러졌습니다. 마지막회 시청률이 66.9%에 달했어요. 방송 2주 만에 스타가 됐지요. 리얼한(?) ‘턱’연기로 98년 MBC 연기대상 남자우수상을 받았고요.”

유명해지니 바빠졌고 주일성수를 소홀히 하게 됐다. 술을 많이 먹고 줄담배를 피우는 날이 잦았다. 결국 피를 토하고 쓰러졌다. 간경화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6개월을 넘기기 힘들다고 했다.

“그때 의사가 한 말이 지금도 생각나요. ‘살 수 있는데 왜 일찍 죽으려 하세요. 좋은 연기로 우리를 즐겁게 해 주셔야죠’라고 했어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의 간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할머니 품에서 자란 어린 시절을 담담하게 털어놨다.

양 집사는 “우리 부모님의 나이차이가 십수년 됐다. 그래서인지 부모님 결혼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결국 부모님은 이혼했다. 해방 후 남북이 분단됐는데 공산주의는 선동선전이 제일 아니냐. 배우를 우대한다고 하니까 어머니가 월북했다. 그래서 어머니가 북한의 인민배우가 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에 갈 기회가 있었다면서 “어머니는 숙청당했다. 북한당국은 아니라고 했지만 북한에선 숙청할 때 교통사고로 위장한다”고 전했다.

숙청당한 이유에 대해 “김정일은 78년 신상옥·최은희 부부가 북한에 갔을 때 무척 기뻐했다. 어머니는 신상옥·최은희 동료배우 겸 친구니까 함께 영화를 만들다가 신·최 부부가 86년 체코를 통해 탈출했고 우리 어머니만 남았다. 그즈음 신문에 ‘배우 양택조가 살아있는데 그게 인민배우 문정복의 아들’이라는 기사가 나오는 바람에 김정일이 배신감에 어머니를 숙청한 것”이라고 했다(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친하게 지내는 이두용 감독과 함께 영화를 만들 계획이다. 러시아합작 액션영화다. 성극에도 출연해 복음을 전할 예정이다. 어떤 연기자로 남기를 바라느냐고 묻자, 그는 “연기 잘하는 배우였다고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며 환히 웃었다. 그는 후배 연기자들에게 “일이 안 풀리면 예수 믿으라고 말해준다. 진실하게 살고 하나님 은혜와 함께 생활하면 절로 축적된 연기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유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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