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서 만난 주님, 탈북민 선교 비전 주셔” 오영필 다큐 감독

작성일2017-01-15

오영필 다큐멘터리 감독이 최근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의 한 카페에서“막연해 보이는 통일의 모델하우스를 영상으로 보여주는 게 저의 사명”이라고 말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중국 네이멍구 지역에서 보낸 3개월의 감옥생활.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보낸 시간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2001년 12월 당시 프리랜서 PD로 KBS ‘VJ특공대’를 제작하던 오영필(47·내수동교회) 다큐멘터리 감독은 다른 방송프로그램 PD의 요청으로 중국에서 탈북민 관련 취재를 도왔다. 옌지에서 탈북민의 남한행 프로젝트를 취재한 뒤 내몽고로 향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탈북민 등 일행이 다른 지역에 가다 중국 공안에 체포됐고 내몽고로 이동하던 취재진도 이들과 연루 사실이 드러나 옥살이를 하게 됐다. 탈북민의 위태로운 처지를 깨달은 오 감독은 이들을 취재 아이템으로만 생각했던 과거의 모습을 반성했다. 영상을 통해 탈북민을 제대로 돕겠다고 결심했다.

다시 기회가 생겼다. 2003년 초 중국 항저우에서 한 선교단체와 방송사의 기획으로 기획탈북 과정을 취재했다. 그러나 조선족 가이드의 휴대폰이 공안에 의해 도청되면서 취재는 실패했고 오 감독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체포돼 17개월 동안 감옥생활을 해야만 했다. 훗날 무죄 판정을 받았지만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오 감독은 “감옥이라는 구렁텅이에서 종일 영어성경을 통독하며 예수님과 성경을 깊이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어릴 때부터 하나님을 믿었지만 감옥에서 하나님을 제대로 만난 셈이다. 덕분에 통일선교의 비전을 갖게 됐다”며 웃었다.

“실향민인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는데 감옥에서 고향을 그리워하신 아버지의 절절한 마음을 더욱 이해할 수 있었어요. 이전엔 천국을 사후에 가는 세상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하나님이 계신 곳이 천국이라는 걸 경험했죠. 고통의 현장에는 하나님이 임재하신다는 원리도 터득했고요.”

그는 석방 후 탈북민을 다룬 영상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2004년 기획탈북을 고발하는 다큐멘터리 ‘거짓 우화’를 제작했다. 두 번째 감옥생활을 마친 후 탈북을 기획한 방송사가 체포된 탈북민과 오 감독에게 무관심한 태도를 취하고 이 사건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보고 기획탈북에 반대하게 됐다. 2008년 한국행을 위해 중국의 국경선을 넘는 탈북민을 그린 ‘금지된 여행’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이 작품으로 이듬해 제7회 서울기독교영화제에서 단편경쟁부분 대상을 받았다.

“탈북민 관련 영상을 제작하면서 감옥생활에서 받은 제 상처가 치유되는 것을 경험했어요. 고난 후 고통 받은 사람의 감정을 영상에 담으며 이를 통해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매순간 느낍니다.”

그는 2013년부터 통일을 준비하는 동호회 모임 ‘통일보다’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일상에서 통일을 경험할 수 있는 현장을 찾아 영상에 담는다. 예를 들어 남북 청년들이 데이트를 하거나 통일단체에서 탈북민이 통일강사로 활동하는 모습, 교회에서 남북 성도들이 함께 신앙생활을 하는 장면 등을 영상으로 제작한다. 현재 그는 지난해 폐쇄된 개성공단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다.
2014년 ‘수원성교회 통일 분야 사회선교사’로 파송 받은 그는 영상 선교사로서도 헌신하기로 결단했다. 지난해 한국전문인선교훈련원(GPTI)에서 1년간 선교사 훈련을 받은 그는 타 문화권에 있는 선교사를 지원하고 격려하는 ‘멤버케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 선교사들의 사역 현장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후원교회와 후원자들에게 영상 보고를 하도록 지원하기 시작했다. 오 감독은 “후원교회가 선교사의 사역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영상을 제작했는데 선교사와 교회, 후원자가 모두 회복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막연해 보이는 ‘통일의 모델 하우스’를 보여주는 게 자신의 사명이며, 탈북민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보이는 게 통일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탈북민들은 북한과 중국, 그리고 남한에서 이런 저런 이유로 받은 상처가 많습니다. 크리스천들이 그분들을 귀하게 여기고 격려해줄 때 큰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이 땅에서 통일을 연습하는 방법이 아닐까요.”

김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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