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동? 사도 바울처럼 살고 싶다” 성경 놓지 않은 권아솔

작성일2016-12-27

권아솔(30)은 격투기 선수다. 그리고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뭇사람들로부터 ‘건방진 악동’이라며 손가락질을 받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 자신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사명을 충실히 따를 뿐이다. 성탄절인 25일 서울 강남구 로드FC 압구정GYM에서 권아솔을 만났다. 그는 “모진 핍박에도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사도 바울처럼 저도 제 사명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권아솔은 2006년 한 케이블TV 격투기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했다. 몇 번의 패배가 있었지만 그는 지난 10년 동안 오뚝이처럼 도전하는 자세로 살았다. 경기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달려갔다. SpiritMC, K-1히어로스, Deep, OneFC 등에서 종횡무진 활약했고 군복무 이후에는 로드FC에 정착해 지난해 라이트급 챔피언 벨트를 찼다.


그러나 권아솔을 향한 시선은 곱지 않다. 겸손하지 않고 건방지다는 비판이 있다. 실제로 라이트급인 권아솔은 아오르꺼러나 최홍만, 이둘희 선수와 같은 무제한급 선수들과 싸우고 싶다며 도발했고 지난 5월 이둘희 선수의 대타로 출전한 쿠와바라 키요시 선수와 슈퍼매치를 벌이기도 했다. 결과는 18초만에 기절하며 참패. 팬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권아솔은 그런 상황을 자신이 짊어져야 할 짐으로 여겼다.

“프로와 아마추어 합쳐 50번 이상 경기했어요. 저만큼 많이 뛴 선수는 없습니다. 제가 베테랑인데 관심 끌려면 이런 행동이라도 해야죠. 법적, 윤리적인 테두리 안에서 전 ‘악당의 끝판왕’이나 ‘슈퍼배드’가 되고 싶습니다. 그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권아솔은 슈퍼매치의 패배를 딛고 지난 10일 열린 로드FC 라이트급 사사키 신지와의 2차 방어전을 승리했다. 권아솔이 압도적인 기량으로 상대를 제압하고는 “많이 힘들었다”며 눈물까지 글썽이자 이번에는 팬들이 열광했다.

권아솔의 극적인 승리는 어떻게 가능했던 걸까? 권아솔은 경기에 나서기 전 9시간 동안 대기실에 머물면서 손에서 성경책을 놓지 않았다. 소아암 아이들을 위해 같은 날 경기에 나섰던 김보성(50)은 지난 15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권아솔이 성경을 읽는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밉상’은 콘셉트일 뿐 그는 하나님의 자녀”라고 말하기도 했다(국민일보 12월 16일자 29면 참조).


권아솔은 여호수아 1장을 반복해서 읽었다고 했다.

‘강하고 담대하라 두려워하지 말며 놀라지 말라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너와 함께 하느니라 하시니라.’


권아솔은 “경기에서 질까봐 성경책을 계속 읽었다. 성경에는 절 지켜주시는 하나님 말씀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자신을 위해 기도해준 목포 상미교회 홍석기 목사에게 성탄절 인사를 보내고 싶다고 했다.

“목사님, 언제나 저를 위해 기도해주시고 힘이 돼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하나님의 자녀로 은혜에 보답하며 살겠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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