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더 벌면 뭐해요, 신앙적이지 않다면요”

작성일2016-11-27

스타일디렉터 김유안씨가 자신이 만든 가면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성 4인조 보컬그룹 2AM의 창민이 복면가왕에 출연할 때 썼던 ‘남산위의 저 소나무’ 가면이다. 김보연 인턴기자

걸그룹 EXID(이엑스아이디)의 솔지가 특별히 고마워하는 사람이 있다. MBC 음악예능 ‘복면가왕’ 설 특집 파일럿(2015년 2월 18일 방송)에 출연할 때 자신에게 ‘자체검열 모자이크’라는 가면을 만들어준 스타일디렉터 김유안(38·서울 청운교회)씨다. 무명가수였던 솔지는 이 가면을 쓰고 출연해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우승까지 차지했다.

김씨는 이 방송 제작진에겐 높은 시청률과 보람을, 시청자들에겐 감동을 선사하는 복면가왕의 숨은 공신이다. 오승환 이특 김수로 붐 크라운제이 조세호 등 유명 연예인들의 스타일디렉터로 활약했던 그는 ㈜유안 대표로 패션 제품을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솔지는 김씨의 도움으로 복면가왕 우승을 차지한 뒤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21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보리씨’ 쇼룸에서 만난 김씨는 복면가왕 가면 제작 제안을 해준 방송인 붐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어느 날 붐에게서 형이 가면을 만들어 보면 어떻겠느냐고 연락이 왔어요. 처음엔 거절했습니다. 만들어 본적도 없었고 추천한 건데 못 하면 안 되니까요. 근데 재차 연락이 왔어요. 세 번째는 잠깐 보자고 해서 갔더니 제작진과 있더라고요. 2014년 12월 크리스마스 이브였습니다.”









제작진과 만남의 자리에서 한다고는 했지만 막상 실제 제작은 막막했다. 그도 그럴 게 복면가왕의 포맷은 기존에 없었고 가면을 만드는 조건도 까다로웠다. 가면을 썼을 때 해당 연예인의 정체가 드러나선 절대 안 되고, 메이크업이 묻어나지 않고, 가면을 벗었을 때 머리가 헝클어지면 안 된다. 노래할 때 불편함이 없어야한다는 것도 포함돼 있었다.

스타일링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오페라 가면과 레슬링 가면을 구입해서 연구했지만 오페라 가면은 얼굴의 아래 부분이 보이고, 레슬링 가면은 화장이 다 묻어났다. 잠을 못 이룰 정도로 고민이 깊었던 차에 하나님이 기적적으로 그에게 지혜를 허락하셨다.

“2015년 1월 부산에 일이 있어서 와이프랑 내려갔고 수영로교회에서 예배를 드렸어요. 그때 와이프한테 디자인에 대해 기도를 할 건데 하나님이 주시면 하고, 아니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줄 알고 포기하겠다고 했어요.”

예배 중에 가면의 디자인과 소재가 떠올랐다. 예배가 끝나자마자 그림을 그렸고 서울로 올라오자마자 제작에 들어갔다. 제작진이 원하는 대로 만족할만한 가면이 탄생했고 첫 방송은 무사히 시작됐다.

프로그램은 큰 이슈를 모았고 이전에 없었던 가면을 만들어 보람도 컸다. 하지만 그는 7회까지만 하고 하차했다. 주일마다 포털 검색어 상위권을 휩쓰는 인기 지상파 프로그램에 더 머물고 싶지 않았을까. 그는 “크리스천으로서 저의 신앙을 지키고 싶었다”고 입을 열었다. “뱀파이어 가면을 만들면 어떻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사실 제 입장에선 거절하기 쉽지 않았죠. 하지만 저는 그 가면은 만들 수 없었어요. 하나를 받아들이면 이후에도 신앙적이지 않은 다른 것들도 만들 것 같았습니다.”

복면가왕을 계속했으면 물질적으로 더 부를 축적하고 유명세를 탈 수 있었겠지만 욕심을 내려두었다. 엄격한 잣대일지 모르겠지만 “하나님이 주신 가면인데 그 가면을 지키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유안의 패션브랜드인 ‘보리씨’ 매장에는 흔한 아이템인 해골 무늬 액세서리가 전혀 없었다. 대신 곳곳에 십자가와 성경책이 놓여 있었다. “알게 모르게 사탄의 사인들이 침투해 있습니다. 저희 매장에도 몇 종류 흘러들어왔더라고요. 다 없앴어요. 사탄이 그려진 스카프, 액세서리 팔아서 돈 더 벌면 뭐해요. 만물이 다 하나님 것인데요.”

인터뷰 말미에 가장 기억에 남는 가면이 무엇인지 묻자 가수 강균성이 쓴 사자 가면을 꼽았다. 강균성의 믿음이 사자와 같이 용맹하고 타협이 없어서 사자 디자인을 떠올렸다고. 김유안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조경이 기자 rookeroo@kmib.co.kr, 사진=김보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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