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청소년들에게는 공감이 필요합니다

작성일2018-11-20

연일 보도되는 청소년 비행 소식은 끔찍하다. 청소년들의 폭력이 극에 달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아픔이 극에 달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청소년들은 나쁜 아이들이기 이전에 아픈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왕따’로 우울증에 걸리는 청소년이 늘고 있으며 하루에 한 명 꼴로 자살한다고 한다. 학교에서는 성적 관리로 우정이 사라지고 있다.

무엇이 10여년밖에 살지 않은 청소년들을 이렇게 아프게 하고 무섭게 변화시켜 놓았는가. 경제적으로 살기 어려워서가 아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일탈도 일부 있겠지만 근본적 이유는 어른들이 그들의 마음에 공감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환경이 아무리 어려워도 공감해주는 누군가가 있는 청소년은 어려움이 변해 내적 능력이 되고 위기가 기회가 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말을 귀 기울여 들어주지 않는 부모에게서 양육된 자녀가 다른 사람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것은 불가능하다. 문제 있는 자녀는 없다. 문제 있는 부모만 있을 뿐이다.

청소년들에게는 공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끓어오르는 방황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방향을 잡아줄 수 있는 길은 공감이 유일하다. 사람의 뇌에는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관찰하고 느낄 뿐만 아니라 거울처럼 다른 사람에게서 비슷한 일이 일어날 때도 알고 반응하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이를 ‘거울 뉴런 체계’라 부른다.

하나님께서 공감을 위한 세포를 우리의 뇌에 넣어주신 것이다. 공감을 위한 세포는 쓰면 쓸수록 더욱 촘촘하고 정교해진다고 한다. 공감 능력은 인생 경험이 늘어날수록 더욱 풍부해져야 정상이다.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 일, 충돌하고 갈등하는 일도 줄어야 맞다. 그렇지 않다면 공감 능력을 유지시키는 세포를 많이 사용하지 않아 그 능력이 떨어진 것이라 볼 수 있다.

엄마들의 마음은 아이들의 마음에 정확히 조율돼 있다. 아이는 엄마와의 조율을 통해 자기 마음을 읽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 조율하는 능력을 기른다. 어린 시절 누군가로부터 이런 공감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다른 누군가의 정서를 공감하지 못하게 되는 게 당연하다.

‘정서 공명’이라는 작용이 있다. 웃고 있는 사람을 보면 함께 웃게 되고 슬퍼서 눈물 흘리는 사람을 보면 함께 슬퍼진다는 작용이다. 한 사람의 감정이 다른 사람 속에도 똑같은 감정이 일어나는 게 물리학의 공명 작용과 비슷하다는 데서 ‘정서 공명’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정서 공명이 잘 훈련된 사람들처럼 보인다. 인디언들은 친구를 ‘나의 슬픔을 지고 가는 사람’이라 부른다고 한다. 1996년 미국 콜로라도에서 있었던 아메리카 인디언 남자들의 모임에서 발표된 철학은 공동체에 대한 것이었다. ‘공동체 안에서는 한 사람의 영광이 곧 모두의 영광이고 한 사람의 고통이 곧 모두의 고통이다.’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지식이 없는데도 자연과 양심을 통해 얻은, 관계에 대한 그들의 지혜가 놀랍다.

이 땅의 청소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서로 공감하고 서로의 정서가 공명되는 것을 느끼는 일이다. 친구의 아픔을 함께 느끼고 서로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일이다. 입시위주의 교육에서는 결코 이런 능력이 계발될 수 없다. 우리 사회 청소년들의 아픔은 교육의 자리를 대학입시에 내어줬기에 일어난 일이다. 입시는 교육의 일부일 뿐이지 전부가 될 수 없다. 입시를 친구들이 서로 도우며 준비할 수 있는 교육은 불가능한 것일까.

서로를 공감해주는 능력을 배양해주면서 공부할 수 있는 학교는 이상적인 것일까. 우리 자녀들과 주변 청소년들의 아픔에 지적으로 반응하기보다 먼저 공감해주며 다른 사람의 아픔을 공감해줄 수 있는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인도해줘야 한다. 학업 성취만이 아니라 공감 능력 또한 중요한 목표가 될 때 이 땅의 청소년들은 살아날 것이다.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35225&code=23111413&sid1=mco

이재훈 (목사)

온누리교회 담임목사

※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