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참 소중한 사람

작성일2018-03-29

지금도 기억나는 생생한 순간, 마치 칼에 손이 베이듯 섬뜩한 느낌으로 다가오던 그 시간을 잊을 수 없습니다. 지방에서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후배 목사로부터 집회 요청이 있어서 참 어려운 시간을 내어 멀리 갔습니다.
며칠의 집회는 주님의 은혜로 감격적인 시간이었고 많은 도전을 받은 성도님들과 그 교회의 담임목사님의 따뜻한 배웅을 받으며 집으로 오는 길이었습니다.
너무 고마웠던지 후배 목사는 저의 집까지 자신의 차로 섬겨주겠다고 했습 니다. 거의 4시간 동안 그 먼 길을 차로 오면서 저와 그 후배 목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살다보면 정말 내가 마음에 품고 있는 것과 같은 마음을 품은 그런 사람을 만 나는 경우가 있지 않습니까? 그 후배 목사가 그랬습니다. 하는 말마다 저의 마음에서 ‘아멘’이 나왔습니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하나님께서 각 사람을 향한 계획이 참 으로 소중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에게는 스치는 한 사람조차 너무나 소중하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 말에 눈물을 쏟을 뻔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장거리 고속도로 운전을 하던 후배 목사가 톨게이트를 지나는 순간이었습니다. 고속도로 운행요금을 내려고 창문을 내리는 그 상황에서 톨게이트 비용을 정산하는 아주머니는 밝은 목소리로 인사했고 금액을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 후배 목사는 단 한마디의 말도 없이 돈만 건네고 창문을 다시 올렸습니다. 한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 4시간 동안 모든 톨게이트에서 그렇게 했습니다. 사람을 마치 하나의 기계처럼 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차에서 내릴 즈음 그 후배에게 부드럽게 그 문제를 이야기 했습니다. 얼굴이 붉어졌지만 이후에 전화로 집회보다 더 큰 깨달음을 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 왔습니다.
저는 누구를 비난하려고 글을 쓴 것은 아닙니다. 저를 비롯한 우리 자신이 그렇지 않은가 돌아보기를 바랄뿐입니다. 우리는 당연히 하나님을 그 누구보다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의 계획이 아니라 하나님의 계획이며, 우리의 뜻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그 놀라운 하나님의 계획과 뜻은 언제나 사람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가장 깊게 하나님을 알게 되는 순간은 동시에 그분의 형상으로 지어진 사람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순간이며,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서 하나님을 온전히 사랑하는 그 순간이 동시에 그분의 독생자 예수님께서 목숨을 걸어서 구원해 주신 사람을 내 몸처럼 온전히 사랑하게 되는 수준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40년이 넘는 인생과 20년 넘는 목회의 시간 속에서 미움과 원한의 대상이 된 사람들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사람과 어려운 사람들이 넘칩니다. 그러나 그들을 나의 육신적인 시각이 아니라, 내 안에 계신 예수님의 시각으로 바라볼 때, 그들 안에 계신 예수님을 보게 됩니다. 그러면 각 사람에 대한 나의 기대를 포기하고 하나님의 기대로 모든 사람을 기다릴 수 있으며 또한 기도할 수 있게 되고 사랑할 수 있게 될 것을 믿습니다.

오늘도 원하지 않는 상담 전화를 두 번이나 받게 되어 많은 시간을 빼앗겼습니다. 그래서 오늘 해야 할 일을 다 마치지 못했고 새벽을 넘겨야 합니다. 그러나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아픔과 대화 속에서 들리는 성령님의 탄식과 기도가 있습니다. 그래서 시간은 부족해졌지만 영혼은 풍성해졌습니다. 더 나아가 그 한 사람, 한 사람 속에서 역사하시는 예수님의 마음과 기대가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힘들고 아프지만 그 과정을 통과하고 난 후 에 정금처럼 나오게 될 그 영혼을 저도 예수님처럼 기도하고 기대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부족하지만 저는 조금씩, 조금씩 예수님을 닮아갑니다. 결국 우리는 다른 무엇이 아니라 사람들을 통해서, 특히 나에게 가장 힘든 사람들을 통해서, 그 사람 안에 계신 주님을 만나면서, 그 주님의 탄식과 사랑과 기대를 만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하나님의 나라로 나아갑니다. 사람이야말로 유일한 하나님의 형상이요, 위대한 하나님의 기대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신앙계 독자분들과 한해 동안 부족한 글들을 나누었습니다.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글이 되기를 바라면서도 동시에 저는 늘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여러분 한 분, 한분을 생각하며 글을 썼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바로 그 한 사람, 한 사람을 통해 오기 때문입니다. 오래 전 참 힘들었던 시간에 쓴 조잡한 시(詩)지만, 한 해를 마감하고 새해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또한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삶을 축복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나누어 봅니다.†

당신은 참 소중한 사람

소중하지 않은 사람 하나 없다
그들 모두 주님의 형상으로
지음 바 되었으니
따뜻한 마음으로 만나
눈물로 헤어진 사람도
뜨거운 기도 속에
단 한 번 만난 사람도
진실한 말 한마디로
잃어버린 사람도
사랑한다 말 한마디로
떠나 보내야 했던 사람도
한결같은 신실함으로
내 옆을 지켜주는 사람도
문득 문득 생각나
가슴 저린 사람도
소중하지 않은 사람 하나 없다
그들 모두 주님의 형상으로
지음 바 되었으니

강산 (목사)

십자가 교회 , <나는 진짜인가? >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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