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별력을 가르치시는 하나님

작성일2016-07-26

어떤 것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을 가진 사람을 보셨는지요? ‘지나친 자신감’은 ‘열등감’과 맞닿아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만일 어떤 것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그는 그것에 대한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와 같이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어떤 것의 속성을 제대로 알아낼 수 없습니다

“살아있는 나무가 많은 곳에 버섯이 많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죽은 나무가 많은 곳에 버섯이 많다는 말이 맞지 않을까요? 왜냐하면 죽은 나무에서 버섯이 더 많이 자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살아있는 나무가 많은 곳에 버섯이 많다는 말도 맞는 말입니다. 왜냐하면 살아있는 나무가 많은 곳에 죽은 나무도 많기 때문입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죽은 나무가 많은 곳에 버섯이 많다고만 생각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생각의 틀은 생각보다 단순하다고 합니다. 뤼크 드 브라방데르 교수의 견해에 따르면, 어떤 문제나 상황이 주어졌을 때 우리는 그것을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생각의 틀’ 속에 넣어 자기 멋대로 단순화 시킨다고 합니다. 우리의 생각의 틀이 별모양이라면, 우리의 뇌 속에 어떠한 상황이 입력되어도 우리는 그것을 별모양으로 해석할 뿐이라는 것입니다. 생각의 틀이 별모양이니까 어떠한 상황에 대한 해석도 별모양으로 나오는 것이겠지요. 마치 붕어빵틀 속에 넣은 밀가루 반죽이 붕어빵틀 속에 새겨진 붕어의 모습을 쏙 빼닮은 빵으로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함이 좋을 때도 있지만 단순한 해석이 우리를 혼란스럽게 할 때도 많고, 단순한 생각으로 이런저런 낭패를 겪어야 할 때도 많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우리의 삶이 단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분별력을 가지려면 때때로 우리 안에 있는 ‘생각의 틀’을 부수어야만 할 것 같습니다. ‘생각의 틀’이 되어버린 ‘고정관념’과 ‘편견’을 때때로 버릴 수 있어야 우리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롬12:2).

우리는 올바른 분별력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상황에 맞는 마땅한 말을 하고, 상황에 맞는 마땅한 판단을 하며 상황에 맞는 마땅한 행동을 하며 살아가고 있을까요? 어쩌면 우리의 분별력은 위태로운 것일지도 모릅니다.

인간은 연약하기에 상황에 휘청거릴 수밖에 없을 때가 많습니다. 살다보면 정말로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말해야 할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것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을 가진 사람을 보셨는지요? ‘지나친 자신감’
은 ‘열등감’과 맞닿아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만일 어떤 것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그는 그것에 대한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와 같이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어떤 것의 속성을 제대로 알아낼 수 없습니다. 오히려 그것의 속성을 반대로 해석할 위험도 높습니다. 인간의 감각과 인식은 대체로 믿을 만하지만 여전히 한계를 지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간은 논리적인 것 같지만 인간의 논리 속엔 수많은 함정이 숨어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말싸움에서 이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무엇이든 설명하려 하고, 무엇이든 설명을 들으려 합니다. 인간의 삶 속엔 어떠한 말로도 설명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을 외면한 채 말입니다. 하물며 하나님의 세계를 논리로만 이해하려고 합니다. 신앙은 정서적 공감으로부터 출발해야 하는 것인데 말입니다.

인간은 옳고 그름에 대한 이성적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요? 평상시엔 이성이 작동하지만, 작은 위태로움에도 이성 따윈 헌신짝처럼 버릴 수 있는 게 대부분의 인간입니다. 여럿이 함께 있을 땐 이성이 작동하지만 혼자 있을 땐 이성보다 욕망이 앞서는 게 대부분의 인간이기도 합니다. 자신에게 유익을 주면 옳고, 자신에게 불이익을 주면 그르다고 말하는 것이 보통의 인간이고, 자신을 칭찬하면 좋은 사람이고 자신을 비난하면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의 인간입니다. 손익에 따라 휘청거릴 수밖에 없는 인간을 이성적이라고 확신할 수 있겠습니까? 생사를 다투는 전쟁 앞에 서면 선악의 기준마저 모조리 버릴 수 있는 게 대부분의 인간일 텐데, 인간을 이성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인간을 논리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분별력은 고정관념이나 편견이 없는 균형 잡힌 생각으로부터 나올 것입니다. 우리의 생각은 얼마든지 틀릴 수 있지 않나요? 하지만 ‘고정관념의 틀’과 ‘편견의 틀’을 버리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들 대부분이 어린 시절에 형성되었거나 오랜 시간 동안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더욱 버리기 어려운 것이겠지요.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어쩌면 내게 익숙한 것을 버리고 낯선 곳을 향해 용감히 걸어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인간의 탁월함’은 무엇으로 결정되고, 어디로부터 오는지, 그것을 분명히 알려줄 것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는 하나님의 지혜를 들려줄 것입니다.†

이철환 (소설가)

작품으로는 430만 명의 독자들이 읽은 <연탄길 1,2,3>과 <행복한 고물상>과 <위로>와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얻을 것인가> 등 총 23권이 있다. 작가의 작품 중 총 10편의 글이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과서에 실렸고, 뮤지컬 연탄길 대본은 고등학교 ‘문학’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2000년부터 책 수익금으로 운영해 온 ‘연탄길 나눔터 기금’을 통해, 낮고 그늘진 곳에 있는 이들을 후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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