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을 고전(古典)으로 만든 것은 무엇일까?

작성일2016-02-17

프랑스 소설가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은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고전이 되었습니다. 방대한 양의 소설 <레미제라블>은 영화로 만들어졌을 뿐만 아니라,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맘마미아’와 함께 세계 4대 뮤지컬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레미제라블>을 고전으로 만든 것은 이 소설이 지니고 있는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력입니다. 이미 그 내용을 아시는 분이 있겠지만 이야기 일부를 소개하겠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인 장발장은 배고픔 때문에 빵을 훔칩니다. 그는 절도죄로 오랜 시간 동안 감옥살이를 하고 출소합니다. 출소 후 마땅히 잠잘 곳이 없었던 장발장은 신앙심 깊은 신부의 도움으로 수도원의 한 거처에서 하룻밤을 머물 수 있었습니다. 다음 날 성당을 떠난 장발장이 경찰과 함께 다시 성당에 나타났습니다. 경찰은 장발장이 가지고 있던 은촛대가 성당에서 훔친 것임을 확신하고 그를 성당까지 연행해온 것이었습니다. 장발장이 가지고 있던 은촛대는 누가보아도 성당에서 미사를 드릴 때 사용하는 은촛대임을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장발장은 자신이 묵었던 수도원에서 다시 은촛대를 훔쳐가지고 나온 것입니다.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었던 신부를 배신하고 말입니다. 경찰은 신부에게 장발장이 가지고 있는 은촛대를 들어 보이며, 그것이 성당의 물품이 맞지 않느냐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신부는 장발장이 가지고 있던 은촛대가 성당 소유의 은촛대가 확실하다고 대답했습니다.

또 다시 감옥으로 끌려가야하는 장발장의 절망에 가득 찬 눈빛이 느껴지시는지요. 바로 그 순간, 신부의 또 다른 고백으로 기막힌 반전이 일어납니다. 신부는 절도범을 잡아 의기양양해진 경찰을 향해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장발장이 가지고 있는 은촛대는 그가 훔친 것이 아니라, 자신이 그를 위해 준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 순간 장발장의 눈빛은 어떠하였을까요? 빵을 훔친 죄값으로 오랜 기간 동안 감옥살이를 했으며, 출옥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시 성당의 은촛대를 훔쳤던 그의 비뚤어진 내면을 향해 날 선 도끼가 날아와 ‘쩡’하고 가르는 느낌이었을 것입니다. 그의 일생을 통해 단 한 번도 느껴본 적도 없고, 받아본 적도 없는 인간애가 그의 전부를 휘감았을 것입니다.

신부는 어째서 장발장의 도둑질을 눈감아 주었을까요? 물건을 훔치는 것은 중대한 범죄일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절도죄를 저질러 감옥살이를 한 사람이 또 다시 절도죄를 저질렀으니 그를 용서해주면 그가 더 큰 범죄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신부가 몰랐을 리 없습니다. 하지만 신부는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은촛대를 훔친 죄로 장발장이 또 다시 감옥살이를 한다 해도 그가 새사람
이 될 리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는 생(生)의 막다른 골목에 서 있는 장발장의 죄악과 절망을 신부는 분명히 보았던 것입니다. 이미 어둠의 자식이 되어버린 장발장을 빛으로 인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용서’와 ‘사랑’이라고, 신부는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인간의 허물을 사랑으로 감싸주었을 때, 한 인간이 ‘어둠’에서 ‘빛’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신부는 믿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경찰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지요.
신부의 선처로 장발장은 또 다시 감옥으로 끌려가는 불행을 면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거짓말을 했지만 신부의 사랑으로 장발장은 다시 태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가 어둠 속을 걸어 나와 당당한 빛의 지도자가 되었으니 말입니다. 신부의 믿음대로 장발장은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장발장의 죄를 감싸준 신부의 사랑이 한 인간을 감동시켜 마침내 그를 다른 사람으로 변화시킨 것입니다. 신부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상황을 깔보지 않았고, 그러한 상황에 몰려 있는 인간을 깔보지 않았던 것입니다.마찬가지로 <레미제라블>이란 소설을 통해 ‘장발장’이라는 인물을 탄생시킨 소설가 빅토르 위고는 가난과 죄악이 넘쳐나는 삶의 조건 속에서 인간은 파멸할 수도 있다는 인간의 한계를 분명히 알고 있었던 사람이었습니다. 도둑질한죄로 감옥살이를 하고 나서도 또 다시 도둑질을 하는 장발장이라는 한 인간을 소설가 빅토르 위고는 멸시하거나 비웃지 않았습니다. 빅토르 위고는 죄악으로 가득 찬 장발장에게서 ‘인간의 가치’와 ‘인간의 선함’을 발견하려고 힘썼습니다.
물론 작품 속 주인공 장발장은 보편적 인간을 의미하는 것이겠지요. <레미제라블>을 불멸의 고전으로 만든 것은 바로 이 점이었습니다.†

이철환  (소설가)

작품으로는 430만 명의 독자들이 읽은 <연탄길 1,2,3>과 <행복한 고물상>과 <위로>와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얻을 것인가> 등 총 23권이 있다. 작가의 작품 중 총 10편의 글이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과서에 실렸고, 뮤지컬 연탄길 대본은 고등학교 ‘문학’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2000년부터 책 수익금으로 운영해 온 ‘연탄길 나눔터 기금’을 통해, 낮고 그늘진 곳에 있는 이들을 후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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