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이단 트렌드

작성일2020-01-09

올해의 핵심어는 단연 ‘정치’일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관심이 높은 총선이 4월 15일 실시되고 11월 3일에는 미국 대통령 선거도 있다. 게다가 오늘날 첨예한 이념 대립의 역사적 출발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6·25전쟁 7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이들 주요한 정치적 사건들이 어떤 상호연관성을 갖고 국내외 정세에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염려와 기대가 공존하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은 역사적으로 이단들에게 호기로 작용해 왔다.

한국 현대사를 돌아보면 군사정권 하에서 이단들의 정치 개입이 직간접적으로 가장 두드러졌다. 이 시기 이단들의 정치적 관심은 두 가지 양상으로 나타났다. 하나는 문선명 유형이고, 다른 하나는 최태민 유형으로 분석할 수 있다.

첫째, 문선명 유형은 돈과 조직이 있었지만, 기독교적 정통성이 부재한 이단이다. 사리사욕을 위한 반공 운동의 대가로 얻은 군사정권의 지원에 힘입어 돈도 벌고 조직도 키웠지만, 반기독교적 이단이라는 굴레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이로 인해 군사정권에도 통일교와의 공개적인 동거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정권 획득 과정의 정통성이 결여된 정권으로서, 반공 운동에 적극적인 문선명의 통일교와 같은 충실한 지원 세력이 필요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드러내놓고 공식적인 관계를 갖기에는 이단 문제에 민감했던 한국교회와 사회적 정서가 부담됐다.

둘째, 최태민 유형은 돈과 조직은 없지만, 목사라는 공식 직함을 갖고 있던 사이비성 이단이다. 하지만 ‘이단’으로 분류돼 권력의 주변을 맴돌아야만 했던 문선명과 달리,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하기는 했지만, ‘목사’라는 타이틀은 최태민으로 하여금 그의 활동 폭을 합법적으로 확장할 수 있게 해줬다.

최태민은 권력의 핵심에 선을 댄 후 거침없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힘을 갖게 됐다. 하지만 정통성이 부재했던 ‘목사’와 ‘정권’의 동침은 결국 오늘날 정치적 혼란의 발단이 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깊은 영향을 주게 된다.

문선명과 최태민은,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갖고 있었다. ‘이단’ 문선명에게는 돈과 조직이 있었고 ‘목사’ 최태민에게는 정치적 힘이 있었다. 문선명은 이단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며 활동 제약을 느껴야 했지만, 최태민은 비정상적 방법으로 급조된 목사라는 신분으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었다.

그리고 군사정권은 이 둘을 적절하게 이용했다. 문선명과 최태민은 군사정권의 더 큰 관심을 받기 위해, 반공을 넘어 승공과 멸공을 주장하기에 이른다. 민족을 위한 소신 있는 반공 운동이 아니라, 사욕을 위한 위장된 승공과 멸공이었다. 문선명과 최태민에게 정치권력은 강력한 후견인이었으며, 군사정권에 이 두 사람은 충실한 지지자들이었다. 이처럼 이단과 정치의 부적절한 협력은 한국사회 병리현상의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해오면서, 사회와 교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왔다.

한국 이단들은 정치적 불안정성이라는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았다. 1950년대 6·25전쟁으로 사회와 교회의 통제력이 약화된 혼란기에 대거 발흥했으며, 60~70년대 국민 다수의 동의와 민주적 정치력이 부재했던 군사정권 밑에서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80~90년대 민주화의 격동기에는 합법성과 다양성을 내세워 정착하기 시작했으며, 2000년대 이후 정치적으로 양극화된 대립 구도 속에서 줄타기하며 정치권에 다가서고 있다.

2020년,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정치적 변화들이 예정돼 있다. 그리고 이를 이용하려는 이단들의 심상치 않은 동향들이 감지되고 있다. 정치권은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단들을 이용하는 잘못을 또다시 범해서는 안 된다. 만약 정치인들이 권력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단들마저 이용할 경우, 제2·제3의 문선명과 최태민이 언제든 등장해 사회적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촛불과 태극기로 나뉜 오늘의 한국사회를 향해 질곡의 한국현대사가 던지는 역사적 경고에 귀 기울여야 한다.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16634&code=23111413&sid1=mco

탁지일 (교수)

부산장신대 교수·현대종교 이사장

※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