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가짜뉴스 공방

작성일2018-10-07

2013년 12월이었다. 당시 기독교 신자들 사이에 긴급 문자메시지가 퍼졌다. ‘급진적 인도 불교도들이 오리사(현 오디샤)주 20개 교회를 불태웠고 앞으로 200개 교회와 200명의 선교사들을 24시간 안에 죽인다고 합니다’는 내용이었다. 확인 결과 사실 무근이었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는 당시 “기독교 박해 등의 소식이 SNS 등으로 전해질 경우 해당 내용을 반드시 확인한 뒤 알릴 필요가 있다. 인도에 선교사를 파송한 교단 선교부나 파송 선교단체로 연락하면 알 수 있다”고 당부했다.

KWMA가 대처법까지 알려준 것은 오디샤 관련 루머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0년 3월에도 “인도 오리사 지역에서 극우 종교단체가 20개 교회에 불을 질렀고 선교사들을 학살하려 한다”는 내용이 문자메시지를 타고 퍼졌다. 유사한 내용의 문자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나돌았다.

오디샤주 루머는 왜 사그라들지 않았던 것일까. 실제로 인도 동북부 오디샤주는 힌두교와 기독교 간 갈등이 심한 지역이다. 2008년 세계힌두교협회 지도자인 스와미 락스마난다 사라스와티가 오디샤에서 살해됐다. 힌두교 측은 사건 배후에 기독교인들이 있다며 보복 공격을 가했고 38명의 기독교인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사라스와티 살해는 마오주의(중국 마오쩌둥의 사상) 무장 반군들의 소행으로 현지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오디샤주가 정치·종교적 갈등이 많은 지역이니 거짓 소식을 퍼뜨려 사람들을 불안에 떨게 하려는 목적에서 루머가 계속됐고 이단 등이 혼란을 일으키려는 목적으로 거짓 메시지를 유포했을 거란 분석도 있었다.

오디샤주 루머는 있지도 않은 사실을 진짜처럼 속여 퍼뜨렸다는 점에서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가짜뉴스’와 닮아있다. 사전적 의미에서 가짜뉴스란 뉴스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사실이 아닌 거짓뉴스를 말한다. 경찰은 가짜뉴스를 ‘실제 언론 보도처럼 보이도록 가공해 신뢰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유포되는 정보’라고 정의한다.

오디샤주 루머가 기승을 부릴 때만 해도 기독교 신자들 사이에는 반성과 신중론이 많았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 마지노선이 무너졌다. 진위 파악이나 확인 과정은 생략됐고 충격적 내용을 무차별 공유했다. 교회 장로님과 권사님, 신실한 형제와 자매가 전했기에 틀림없는 사실이라 믿었다. 칼 바르트의 유명한 명제는 어느덧 ‘한 손엔 성경을, 한 손엔 카톡을’이 됐다.

한겨레신문이 최근 일부 선교단체와 사역자들을 가짜뉴스 유포자로 지목해 논란이 일고 있다. 당사자들은 보도 자체가 허위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무엇이 가짜뉴스이고 진짜뉴스인지는 객관적인 검증과 토론을 통해 밝혀지겠지만 크리스천이라면 당연히 가짜뉴스에 대한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

성경에서 거짓(false, lying)은 하나님보다 자신을 주인으로 생각하는 교만한 마음을 가리킨다. 하나님을 배반하는 행위인 우상숭배, 복술, 주술과 관련해 사용됐고, 하나님께서 말씀하시지 않은 것을 하나님의 이름으로 속여 예언하는 사람에게도 적용됐다.(렘 29:9) 구약성경에서 거짓 고소와 거짓 증거는 경계 대상이었으며, 신약에서도 거짓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취한다.

세상은 기독교 진리를 가짜라고 주장한다. 성경에 등장하는 수많은 기적과 초월적 스토리는 한낱 신화와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치부된다. 역사적 예수의 존재는 인정하지만 하나님 자신이자 아들로 세상에 출현한 그리스도(메시아)는 불신한다. 기독교인은 이 같은 세상에서 말과 행동으로 복음을 전하는 소명을 받았다. 이는 확인되지 않은 카톡 메시지에 놀라고 공유 버튼을 누르는 일보다 더 긴급하다. 진리 수호에 앞장서고 나라사랑의 마음으로 사회운동에 나서더라도 믿는 자들을 통해 전파되는 것은 그리스도여야 한다.(빌 1:18)

지난해 8월 에드 스테쳐 빌리그레이엄센터 사무총장은 미국 크리스채너티투데이 인터넷판 ‘익스체인지’에 ‘가짜뉴스 세상에서 진리의 사람 되기(Being people of Truth in a world of fake news)’란 글을 기고하고 가짜뉴스 대응법 4가지를 소개했다. 당신이 확인할 수 없는 것은 공유하지 말라, 진실함(integrity)을 지키라, 당신이 공유하는 것이 사람들에 의해 인식될 수 있는지 확인하라, 만약 당신이 문제의 일부라면 사과하라.

신상목 종교부 차장 smshin@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14210&code=23111411&sid1=mco

신상목 (국민일보 종교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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