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소통을 원한다면

작성일2018-08-14

진정한 소통을 원한다면 대화 중엔 내가 할 말만 찾지 말고 오직 상대방의 이야기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상대방의 이야기에 온전히 참여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이야기에 온전히 참여할 수 있을 때 진정한 소통이 시작됩니다.



 어느 날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읽다가 제 영혼을 흔드는 문장을 만났습니다.

 -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단지 껍데기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올바르게 볼 수 있는 것은 오직 마음으로 볼 때이다. –

 이 세 문장을 만난 이후로 ‘마음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 이 저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바라볼 때 우리는 비로소 중요한 것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바라볼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마음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의 예수님은 틀림없이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우리를 바라보셨을 것입니다.
 진정한 소통을 원한다면 마음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그러므로 진정한 소통을 원한다면 내 멋대로 상대방의 마음을 짐작하지 않고 그에게로 다가가 진심을 다해 물어야 합니다. 마음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그런 것이겠지요. 우리의 짐작은 얼마든지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짐작의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다투는 가장 흔한 이유 중 하나는 ‘짐작’이라고 합니다. 사실로 확인되기 전까지 짐작은 단지 짐작일 뿐인데 우리는 짐작을 사실로 믿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때때로 짐작은 사실로 착각되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자신이 짐작한 것에 대한 사실여부를 확인하지도 않고, 확인할 생각도 없이, 자신의 짐작을 끝끝내 사실로 여기기도 합니다. 그러한 이유로 짐작은 오해를 낳고 오해는 다툼이나 파탄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내 멋대로 상대방의 마음을 짐작하지 말고 그에게로 다가가 진심을 다해 물어보는 것은 소통의 기본입니다. 사랑은 예감일 때 아름답지만 소통은 명쾌할 때 아름답습니다.

 엄마와 아빠들은 어린 자녀에게 확신에 찬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합니다.
  “거짓말 하지 마. 네 얼굴에 거짓말이라고 쓰여 있거든!”
 때로는 목울대를 세우며 어린 자녀들을 향해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네가 거짓말하면 엄마 아빠가 모를 것 같니?”
 거짓말은 정말로 아이의 얼굴에 쓰여 있을까요? 거짓말은 얼굴에 쓰여 있지 않습니다. 엄마 아빠가 아이의 거짓말을 어쩌다 때려 맞췄을 뿐입니다. 엄마와 아빠가 마치 수사관이 되어 어린 아이를 유도 심문하는 것입니다. 거짓말의 징후가 아이의 표정 속에 조금이라도 쓰여 있다면 그 아이는 아직 상처받기에 어린 나이라는 뜻입니다. 우리의 짐작은 때때로 맞을 때도 있습니다. 그 짐작은 우리를 지키는 직관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짐작을 사실이라고 무조건 믿는 것은 얼마나 위험한 것입니까?

 또한 진정한 소통을 원한다면 하고 싶은 말을 잠시라도 내려놓고 오직 상대방의 이야기에만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저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다 갑 자기 그의 말이 들리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제가 할 말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때 저의 의식과 무의식은 끊임없이 제가 할 말을 찾 고 있습니다. 제가 할 말이 생각나면 그것을 잊지 않으려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귓등으로 듣습니다. 저의 이야기를 말 할 타이밍만 엿보고 있으니 상대방의 이야기가 제대로 들릴 리 있겠습니까? 상대방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 않는 제가 그를 향해 무엇을 말할 수 있겠습니까?

 진정한 소통을 원한다면 대화 중엔 내가 할 말만 찾지 말고 오직 상대방의 이야기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상대방의 이야기에 온전히 참여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이야기에 온전히 참여할 수 있을 때 진정한 소통이 시작됩니다. 하고 싶은 말을 잠시라도 내려놓고 오직 상대방의 이야기에만 귀를 기울 이는 것은 상대를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나를 위해서 더욱 중요합니다. 우리는 침묵을 통해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를 배우는 것 아닐까요?†

이철환 (소설가)

작품으로는 430만 명의 독자들이 읽은 <연탄길 1,2,3>과 <행복한 고물상>과 <위로>와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얻을 것인가> 등 총 23권이 있다. 작가의 작품 중 총 10편의 글이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과서에 실렸고, 뮤지컬 연탄길 대본은 고등학교 ‘문학’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2000년부터 책 수익금으로 운영해 온 ‘연탄길 나눔터 기금’을 통해, 낮고 그늘진 곳에 있는 이들을 후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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