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답을 찾기 위해

작성일2018-07-17

앞사람의 잘못된 선택은 뒷사람의 잘못된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나의 생각은 정말로 나의 생각일까요? 아닐 수도 있습니다. 방송을 통해 들은, 혹은 책을 통해 읽은 누군가의 견해를 마치 나의 생각처럼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는 의심해봐야 합니다.



 내 생각에 대한 지나친 확신은 나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때로는 내 ‘생각의 틀’을 부수어야 새로운 세계가 열립니다. 저의 저작 <연탄길>이 출판사로 부터 다섯 번이나 거절당했던 이유가 있습니다. 제 원고에 대한 지나친 확신 때 문이었습니다. 제가 쓴 원고가 최고라고 확신했고, 원고를 보냈으니 출판사로부터 금세라도 출간을 제의하는 전화 연락이 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섯 번이나 번번이 거절당했을 때 저는 저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제 원고에 대한 의심과 질문을 거듭하며 원고는 더욱 좋아졌고 마침내 책으로 출간되어 430만 독자의 사랑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지하철에 있는 어느 화장실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화장실을 들어서는 순간 화장실 풍경이 몹시 낯설었습니다. 잠시 동안 어리둥절했습니다. 바로 그 순간, 여자 화장실로 잘못 들어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자들만 사용하는 소변기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깜짝 놀라 화장 실을 성급히 빠져나가려는데 운이 없게도 한 여성과 화장실 입구에서 정면으로 마주쳤습니다. 그 여자 분이 제게 뭐라고 했을까요? 그 여자 분은 깜짝 놀란 듯 두 눈을 아주 동그랗게 뜨고 “어머, 죄송합니다”라고 말하고는 남자 화장실로 쏙 들어가 버렸습니다. 저는 남자 화장실로 잘못 들어간 그녀를 향해 “죄송합니다. 거기 남자 화장실이에요”라고 소리치고는 도망쳐버렸습니다. 물론 저의 실수였지만 저 때문에 그 여자 분만 애꿎게 봉변을 당했으니 몹시 죄송했습니다.
 제가 이 말씀을 드린 이유가 있습니다. 앞사람의 잘못된 선택은 뒷사람의 잘못된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나의 생각은 정말로 나의 생각 일까요? 아닐 수도 있습니다. 방송을 통해 들은, 혹은 책을 통해 읽은 누군가의 견해를 마치 나의 생각처럼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는 의심해봐야 합니다. 내 생각으로 착각하고 있는 그 누군가의 견해가 잘못된 견해라면 그것은 분명 나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가 화장실에서 겪은 것처럼 앞사람의 잘못된 선택은 뒷사람의 잘못된 선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행동심리학의 창시자로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프린스턴 대학교의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Kahneman) 교수의 말에 의하면, 사람들은 자신이 만들어놓은 ‘생각의 틀(프레임)’을 사실이라고 믿어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잘못된 의사결정을 할 때가 많다고 합니다. 우리는 실제로 우리가 사는 사회의 주류에 의 해 만들어진 ‘생각의 틀’ 속에 갇혀 있을 때가 많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내 생각이 정말 ‘나의 생각’이 아니라, 사회의 주류에 의해 혹은 교육에 의해 주입되거나 강요된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나의 생각’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 들 중에 관습이나 문화나 유행에 의해 주입되거나 강요된 생각은 얼마나 많겠습니까? 그러므로 나의 생각이나 상황에 대한 가치판단을 지나치게 확신하지 말고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당당한 고백만으로 우리는 이전에 보지 못했던 세계를 볼 수도 있습니다.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고백만으로 우리는 악마가 파놓은 함정을 피해갈 수도 있습니다. 망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 생각에 대한 지나친 확신 때문에 망합니다. 주관에 함몰된 자는 객관의 보편성을 놓칩니다.
 세상이 가장 원하는 사람은 자신이 틀렸을 때 틀렸다고 용기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책에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내 생각이 틀렸어”라고 용기 있게 고백할 수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 힘을 합해 더 나은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공감되시는지요? 예수님의 가르침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우리의 생각이 맞을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더 나은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우리의 생각을 의심하고 질문을 던져야겠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답은 우리의 생각과 정반대쪽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마음의 힘’을 가진 사람은 더 나은 답을 찾기 위해 그 어떤 것도 확신하지 않습니다. ‘마음의 힘’을 가진 사람은 더 나은 선택을 위해 자신의 생각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을 던집니다. ‘마음의 힘’을 가진 사람은 확신하지 않고 기도합니다.†

이철환 (소설가)

작품으로는 430만 명의 독자들이 읽은 <연탄길 1,2,3>과 <행복한 고물상>과 <위로>와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얻을 것인가> 등 총 23권이 있다. 작가의 작품 중 총 10편의 글이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과서에 실렸고, 뮤지컬 연탄길 대본은 고등학교 ‘문학’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2000년부터 책 수익금으로 운영해 온 ‘연탄길 나눔터 기금’을 통해, 낮고 그늘진 곳에 있는 이들을 후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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