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을 만나다

작성일2017-03-26

정말 너무나 부러운 사람이었다. 남자가 봐도 멋있는 남자, 전도사가 봐도 멋있는 전도사였다. 키가 크고 얼굴도 잘 생긴데다 목소리까지 좋았다. 중고등부 가을 부흥회에서 처음 만난 그 전도사는 완벽하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 때 처음으로 한 사람이 예배 시간에 기타로 반주하면서 찬양인도를 하고 이어서 말씀까지 전할 뿐만 아니라 그 흐름을 그대로 이어서 찬양과 기도의 마무리까지 연결하는 탁월한 One-man Leading Worship Service(한사람의 주도적인 예배 스타일)를 보고 감탄에 감탄을 해야 했다.

특히 그 전도사는 미리 찬송이나 말씀을 준비하지 않고 모든 집회 장소에 2시간 정도 일찍 와서 기도한 후에, 그 교회에 가장 필요한 찬송과 성경 본문을 뽑았다. 그는 늘 그렇게 집회를 이끈다고 우리에게 말했다. 물론 우리는 2시간 만에 그 전도사가 요청하는 모든 것을 준비하느라 정신없지만, 그 집회는 탁월했고 그 집회를 그런 방식으로 이끄는 한 사람의 모습에서 도전을 받았다. 더 감격적인 사실은 그 전도사가 그렇게 우리 교회에 한 번 집회하러 온 것으로 끝내지 않고 조만간 정식 사역자가 되어서 우리 교회 중등부 담당 전도사로 온다는 소식을 듣게 된 것이다. 나는 그 전도사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싶은 마음으로 기대감에 들떠 있었다.

나는 당시에 고등부 전도사였기 때문에 중등부로 온 그 전도사의 예배와 사역을 관심있게 지켜보았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지 않아서 중등부 아이들이 이상한 이야기를 했다. 그 전도사가 매주 똑같은 설교를 한다는 것이다. 매주 다른 성경본문으로 설교를 시작하지만 결국 메시지는 몇 달 전 집회에서 들었던 그 내용과 늘 같은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리고 찬양도, 기도도 늘 똑같다고 했다. 나는 염려가 되어서 개인적으로 그 전도사님과 만나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마음이 찢어졌다. 그 전도사는 탁월한 하나님의 사람이 아니라 전혀 준비하지 않는 스타일의 목회자였다. 말 그대로 일이 닥치면 하는 스타일이었던 것이다. 집회 요청을 받아도 전혀 기도나 찬양, 그리고 말씀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가 항상 집회 장소에 도착해서 마치 ‘영감 있는 사람인양’ 흉내만 내고 결국은 그가 늘 익숙하게 해 왔던 레파토리를 반복할 뿐이었다.

그의 설교와 사역의 스타일은 곧 삶의 스타일이었다. 늘 닥치는 급한 일만 처리하고 있었고 돈도 시간도 그렇게 사용했다. 자신의 영혼에 가장 중요한 말씀이나 기도가 없었다. 즉 급한 일만 하다 보니 중요한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무엇보다 그는 자신의 ‘소명’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매번 메시지는 ‘소명’이었다. 자신이 발견하지 못한 그것을 자신에게 끝없이 되풀이하여 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이 일, 저 일을 닥치는 대로 하였고 이 교회, 저 교회를 돌아다녔다. 한 번은 신선했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그 전도사는 결국 몇 달이 못 되어 다른 교회로 떠나고 말았다.

우리 인생에 이런 사람들이 정말 많다. 특히 신앙의 사람들, 무엇보다 기독교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그런 안타까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인생의 급한 일에 치여서 결국 영혼에 중요한 일을 놓치고 마는 것이다. 돈 한 푼 더 벌려고 새벽에 일어나지만 영혼을 위해서 기도할 시간이 없고, 스마트폰의 정보는 끊임없이 찾으면서도 진리의 말씀인 성경은 한 줄도 읽지 못한다. 피상적인 인생의 연락처는 차고 넘치지만 결국 내 생명을 구원할 하나님과 교회 공동체와는 관계가 냉랭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열심히 살지만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을 놓치고 급한 것에만 이끌리는 인생은 나도 죽고 남도 죽는 인생이 될 뿐이다.

단 1%만 살아남는다는 작은 교회를 개척해서 담임목사로 이제 11년이 되었다. 매일 교회에 오면 해야 할 일들이 차고 넘친다. 버리고 간 쓰레기와 매일 보수해야 하는 낡은 건물의 잔해들, 수없이 걸려오는 전화와 대답해야 할 이메일들, 그 무엇보다 나를 짓누르는 재정적이고 환경적인 어려움들이 쓰나미처럼 몰려온다. 그러나 나는 가장 먼저 무릎을 꿇고 주님 앞에 엎드린다. 말씀을 읽고 다시 복음을 전한다. 나는 철저히 오전을 주님께 드리며 ‘중요한 일’에 집중한다. 자전거 타러 가고 도자기를 굽고 차를 마시며 해외여행을 꿈꾸는 분들의 모습을 부러워하지 않고 오직 오늘도 말씀을 연구하고 기도하며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다시 성도들을 위해 기도한다.

그렇게 10년을 넘어가니 올해 처음으로 생활비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이 작은 예배 공간에 사랑하는 성도들로 가득 차게 되었다. 주일 오전 예배만이 아니라 오후 예배에도 앉을 자리가 없어서 사람들은 바닥에서 예배 드렸고 금요일에는 주일학생들까지 모두 나와 기도한다. 셀이 조직되어 삶을 나누며 기도신문이 발행되어 기도 응답이 시작되었다.

마태복음 6장 33절에서 주님은 “너희는 먼저 그분의 나라와 그 의를 구하라”고 하셨다. 그러면 “나머지는 하나님께서 책임지시겠다”고 하신다. 나는 이 말씀을 믿는다. 그리고 그 말씀이 현실이 되는 것을 체험하며 산다. 급한 일만 하다가는 중요한 일을 하지 못하게 되어 결국 나도 죽고 남도 죽는 인생이 된다. 그러나 좀 힘들더라도 이제 삶의 방식을 바꾸어서 중요한 일을 먼저 하기 시작하면 급한 일이 점차 사라질 뿐 아니라 나도 살고 남도 사는 인생이 된다.

10월의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그 뜨겁던 여름도 지나간다. 이렇게 우리의 삶도 하나님 앞에 서는 날이 오는 것이다. 더운 여름이 마치고 이제 새롭게 무엇인가 시작해 보려는 <신앙계>의 독자들에게 그 무엇보다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보길 바란다. 그리고 그 중요한 일을 먼저 하기를 부탁한다. 급하게 밀려오는 일들로 인해 마음이 나뭇가지처럼 흔들리고 있을 때 우리는 다시 깊은 뿌리를 내리는 나무가 되어 서야 한다. 시편 1편의 축복의 나무처럼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인생이 진실한 주님의 축복으로 아름답게 열매 맺기를 이 시간 간절히 기도한다.†

강산 (목사)

십자가 교회 , <나는 진짜인가? >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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