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일 칼럼

너와 함께 있으리라㉛|너희가 악인을 밟으리라

안산(Anshan) 출신으로 바사(波斯, Persia)의 왕이 된 고레스(Cyrus)는 메대를 통합한 후 바로 바벨론 공략을 준비했다. BC 539년 10월 12일 바벨론 왕 벨사살은 귀족 천 명과 대연회를 열고 예루살렘에서 가져온 금잔으로 술을 마시다가 우그바루 장군이 이끄는 고레스 군대의 침입으로 그들에게 살해되었다.
“그 날 밤에 갈대아 왕 벨사살이 죽임을 당하였고”(단 5:30).
10월 29일 바벨론에 입성한 바사 왕 고레스는 바벨론의 잔인한 정책과 제도를 모두 파기하고, 자신의 장인인 메대 사람 다리오에게 치리를 맡겼다.
“메대 사람 다리오가 나라를 얻었는데 그 때에 다리오는 육십이 세였더라”(단 5:31).
그 해는 유다 백성이 바벨론으로 끌려온 지 70년째 되는 해여서 그들은 모두 예레미야의 예언을 기억하며 더 기대가 컸다.
“칠십 년 동안 바벨론의 왕을 섬기리라”(렘 25:11).
그리고 예레미야는 그 칠십 년이 차면 고국으로 돌아오리라고 했다.
“바벨론에서 칠십 년이 차면 내가 너희를 돌보고 나의 선한 말을 너희에게 성취하여 너희를 이곳으로 돌아오게 하리라”(렘 29:10).
당시 바벨론에 있던 다니엘도 그것을 깨닫고 깜짝 놀랐다.
“나 다니엘이 책을 통해 여호와께서 말씀으로 선지자 예레미야에게 알려 주신 그 연수를 깨달았나니 곧 예루살렘의 황폐함이 칠십 년만에 그치리라 하신 것이라”(단 9:2).

다니엘은 베옷을 입고 금식하며 재를 덮어쓰고 하나님께 기도한 후 선지자 이사야가 고레스 왕에 대하여 예언한 두루마리를 들고 고레스 왕을 찾아갔다. 고레스 왕은 예루살렘이 함락되기 140년 전에 기록되었다는 이사야의 예언서를 읽고 깜짝 놀랐다. 그 예언 속에 고레스 자신의 이름이 거명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스라엘의 왕인 여호와, 이스라엘의 구원자인 만군의 여호와가 이같이 말하노라 나는 처음이요 나는 마지막이라 나 외에 다른 신이 없느니라”(사 44:6).
그 ‘만군의 여호와’가 고레스의 이름을 말씀한 것이다.
“고레스에 대하여는 이르기를 내 목자라 그가 나의 모든 기쁨을 성취하리라 하며 예루살렘에 대하여는 이르기를 중건되리라 하며 성전에 대하여는 네 기초가 놓여지리라 하는 자니라”(사 44:28).
고레스에게 성공을 주신 이도 그분이었다.
“여호와께서 그의 기름 부음을 받은 고레스에게 말씀하시되 내가 그의 오른손을 붙들고 그 앞에 열국을 항복하게 하며 내가 왕들의 허리를 풀어 그 앞에 문들을 열고 성문들이 닫히지 못하게 하리라 내가 너보다 앞서 가서 험한 곳을 평탄하게 하며 놋문을 쳐서 부수며 쇠빗장을 꺾고 네게 흑암 중의 보화와 은밀한 곳에 숨은 재물을 주어 네 이름을 부르는 자가 나 여호와 이스라엘의 하나님인 줄을 네가 알게 하리라”(사 45:1~3).

이미 여호와는 그 때부터 고레스를 보고 계셨다.
“너는 나를 알지 못하였을지라도 네게 칭호를 주었노라”(사 45:4).
두루마리를 읽은 고레스의 경악과 감동을 짐작할 만하다.
“이사야의 예언은 성전이 함락되기 140년 전에 나온 것이었다. 고레스는 이 예언을 읽고 하나님의 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이것을 성취시켜야겠다는 진지한 열정에 불타게 되었다.”(요세푸스 <유대고대사> 11-1)
그렇게 해서 BC 538년에 고레스의 칙령이 나오게 된다.
“바사 왕 고레스는 말하노니 하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세상 모든 나라를 내게 주셨고 나에게 명령하사 유다 예루살렘에 성전을 건축하라 하셨나니 이스라엘의 하나님은 참 신이시라 너희 중에 그의 백성 된 자는 다 유다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서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의 성전을 건축하라 그는 예루살렘에 계신 하나님이시라”(스 1:2~3).

굳세게 할지어다
고레스 왕은 귀환하는 유다 백성들에게 지난날 느부갓네살이 예루살렘 성전에서 가져온 모든 기명들을 돌려주어 가져가게 했다. 약 5만 명의 유다 백성을 이끌고 사막 길을 달려 예루살렘으로 돌아온 지도자는 건축기술자 ‘스룹바벨’과 대제사장 ‘여호수아’였다. 그들은 칠월 초하루 나팔절에 임시 단을 세웠고, 십오일에는 초막절을 지켰으며, 이듬해 성전 지대를 놓을 때 다윗의 찬송을 불렀다.
“제사장들과 레위 사람들과 나이 많은 족장들은 첫 성전을 보았으므로 이제 이 성전의 기초가 놓임을 보고 대성통곡하였으나”(스 3:12).
돌아온 백성들은 솔로몬의 때처럼 큰 자금이 없어 그 규모가 축소되었던 것이다. 그것마저 사마리아 사람들의 방해로 지연되었다. 그들은 의사(議士, counselor)들을 매수해 주변 족속의 대표들과 연명으로 탄원서를 올렸고, 이미 BC 535년에 다니엘이 죽어 왕궁과 법정에서 유다를 도와줄 대변자도 없었다. 건축이 계속 지연되고 있던 BC 520년 유다의 선지자 학개가 여호와의 말씀을 받았다.
“다리오 왕 제이년 여섯째 달 곧 그 달 초하루에 여호와의 말씀이 선지자 학개로 말미암아 스알디엘의 아들 유다 총독 스룹바벨과 여호사닥의 아들 대제사장 여호수아에게 임하니라”(학 1:1).

여기서 다리오 왕은 다니엘서에 나오는 ‘메대 사람 다리오’가 아니라 바사의 제4대 왕인 ‘다리오Ⅰ세’이다. 유다 백성은 이미 바벨론에서 돌아왔으나 아직도 주변에 대적자가 많았으므로 하나님은 여전히 ‘만군의 여호와’로서 말씀하신다.
“만군의 여호와가 이같이 말하여 이르노라 이 백성이 말하기를 여호와의 전을 건축할 시기가 이르지 아니하였다 하느니라”(학 1:2).
하나님은 유다 백성의 안일한 생각을 꾸짖으신다.
“성전이 황폐하였거늘 너희가 이 때에 판벽한 집에 거주하는 것이 옳으냐”(학 1:4).
백성들은 그 말씀을 듣고 용기를 내어 즉시 공사를 재개했다. 하나님은 성전의 규모가 작아진 것에 낙심하지 말라고 격려하신다.
“스룹바벨아 스스로 굳세게 할지어다 여호사닥의 아들 대제사장 여호수아야 스스로 굳세게 할지어다 여호와의 말이니라 이 땅의 모든 백성아 스스로 굳세게 하여 일할지어다 내가 너희와 함께 하노라 만군의 여호와의 말이니라”(학 2:4).
하나님은 그들에게 평강의 언약을 주신다.
“내가 이 곳에 평강을 주리라 만군의 여호와의 말이니라”(학 2:9).
그들이 한 일은 ‘더 좋은 날’의 징조가 될 것이었다.
“너는 유다 총독 스룹바벨에게 말하여 이르라 내가 하늘과 땅을 진동시킬 것이요 여러 왕국들의 보좌를 엎을 것이요 여러 나라의 세력을 멸할 것이요 그 병거들과 그 탄 자를 엎드러뜨리리니 말과 그 탄 자가 각각 그의 동료의 칼에 엎드러지리라”(학 2:21~22).
특히 스룹바벨은 장차 교회를 세울 자의 예표가 되었다.
“만군의 여호와가 말하노라 스알디엘의 아들 내 종 스룹바벨아 여호와가 말하노라 그 날에 내가 너를 인장(印章)으로 삼으리니 이는 내가 너를 택하였음이니라 만군의 여호와의 말이니라”(학 2:23).

내가 정한 날에
선지자 학개가 말씀을 받은 지 두 달 후에 다시 잇도의 손자 스가랴에게 여호와의 말씀이 임했다. 구약 성경에서 27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사용한 이름 ‘스가랴’는 ‘여호와께서 기억하신다’는 뜻이었다. 성전 건축에 대한 독려는 이미 학개 선지자가 전했으나 스가랴의 예언은 학개가 그 말미에서 잠시 언급한 미래 속으로 더 들어간다.
“너희는 내게로 돌아오라 만군의 여호와의 말이니라 그리하면 내가 너희에게로 돌아가리라 만군의 여호와의 말이니라”(슥 1:3).
구약 성경에는 ‘사탄’의 이름이 세 번 등장한다. 하나님께 욥을 시험하자고 제안할 때(욥 1:6)가 그 첫 번째이고, 다윗을 충동하여 이스라엘을 계수하게 한 것(대상 21:1)이 두 번째이며, 스가랴가 본 것이 그 세 번째인 것이다.
“대제사장 여호수아는 여호와의 천사 앞에 섰고 사탄은 그의 오른쪽에 서서 그를 대적하는 것을 내게 보이시니라”(슥 3:1).
예루살렘을 도에 지나치게 파괴한 사탄이 여호와의 책망을 듣고 있었다.
“사탄아 여호와가 너를 책망하노라 예루살렘을 택한 여호와가 너를 책망하노라 이는 불에서 꺼낸 그슬린 나무가 아니냐”(슥 3:2, 개역한글).

또 여호수아가 더러운 옷을 입고 있으므로 여호와께서 자기 앞에 선 자들에게 더러운 옷을 벗기라 하시고 여호수아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네 죄악을 제거하여 버렸으니 네게 아름다운 옷을 입히리라”(슥 3:4).
그리고 여호수아와 그 동료들이 모두 미래의 예표라고 일러 주신다.
“너와 네 앞에 앉은 네 동료들은 내 말을 들을 것이니라 이들은 예표의 사람들이라 내가 내 종 싹을 나게 하리라”(슥 3:8).
그 싹(Branch)은 바로 이사야에게 예고하셨던 구원자를 말하는 것이었다.
“이새의 줄기에서 한 싹이 나며”(사 11:1).
그리고 스가랴는 일곱 등잔에 기름을 공급하는 ‘두 감람나무’를 본다.
“두 감람나무는 무슨 뜻이니이까?”
그에게 나타난 ‘여호와의 사자’가 대답한다.
“이는 기름 부음 받은 자 둘이니 온 세상의 주 앞에 서 있는 자니라”(슥 4:14).
두 감람나무는 물론 대제사장 여호수아와 건축자 스룹바벨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스가랴가 들은 ‘예표’대로 해석하면 바울이 깨달은 ‘믿음’(롬 1:17)과 야고보가 말한 ‘행함’(약 2:17)을 의미하는 것이었고 더 나아가서 사도 요한이 밧모 섬에서 본 ‘두 감람나무’(계 11:4)는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로 해석되기도 한다.
“만군의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시되 보라 싹이라 이름하는 사람이 자기 곳에서 돋아나서 여호와의 전을 건축하리라”(슥 6:12).
시대가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어서 하나님은 계속 ‘만군의 여호와’로 말씀하셨다. 그래서 유다의 남은 백성들은 장차 오실 구원자 즉 ‘싹(Branch)이라 이름하는 사람’이 올 때에는 말 위에 올라 ‘만군’을 지휘하는 영웅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스가랴는 뜻밖에도 그분이 나귀를 타고 오시리라는 말씀을 들었다.
“보라 네 왕이 네게 임하시나니 그는 공의로우시며 구원을 베푸시며 겸손하여서 나귀를 타시나니 나귀의 작은 것 곧 나귀 새끼니라”(슥 9:9).
그런데도 그의 통치가 땅 끝까지 이르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가 이방 사람에게 화평을 전할 것이요 그의 통치는 바다에서 바다까지 이르고 유브라데 강에서 땅 끝까지 이르리라”(슥 9:10).

그리고 인류에게 주어지는 마지막 반전의 기회가 시작된다.
“그들이 곧 은 삼십 개를 달아서 내 품삯을 삼은지라 여호와께서 내게 이르시되 그들이 나를 헤아린 바 그 삯을 토기장이에게 던지라 하시기로 내가 곧 그 은 삼십 개를 여호와의 전에서 토기장이에게 던지고”(슥 11:12~13).
그리고 ‘구원자’를 통해 하나님 자신이 아픔을 겪으신다.
“그들이 그 찌른 바 그를 바라보고 그를 위하여 애통하기를 독자를 위하여 애통하듯 하며 그를 위하여 통곡하기를 장자를 위하여 통곡하듯 하리로다”(슥 12:10).
그리고 뒤이어 성도들의 고난도 시작된다.
“이 놀라운 일의 끝이 어느 때까지냐”(단 12:6).
다니엘은 두 사람이 강을 사이에 두고 문답하는 소리를 들었다.
“한 때 두 때 반 때를 지나서 성도의 권세가 다 깨지기까지이니 그렇게 되면 이 모든 일이 다 끝나리라”(단 12:7).
그리고 스가랴도 그 소식을 듣고 있었다.
“만군의 여호와가 말하노라 칼아 깨어서 내 목자, 내 짝 된 자를 치라 목자를 치면 양이 흩어지려니와 작은 자들 위에는 내가 내 손을 드리우리라”(슥 13:7).
그리고 마침내 그분이 계획하신 ‘여호와의 날’이 온다.
“그 날에 그의 발이 예루살렘 앞 곧 동쪽 감람 산에 서실 것이요”(슥 14:4).
또한 모든 거룩한 자들이 주와 함께 하게 될 것이다.
“그 날에 생수가 예루살렘에서 솟아나서 절반은 동해로, 절반은 서해로 흐를 것이라 여름에도 겨울에도 그러하리라 여호와께서 천하의 왕이 되시리니 그 날에는 여호와께서 홀로 한 분이실 것이요 그의 이름이 홀로 하나이실 것이라”(슥 14:8~9).
그리고 마지막까지 인류를 미혹한 ‘가나안 사람’은 영원히 사라진다.
“그 날에는 만군의 여호와의 전에 가나안 사람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라”(슥 14:21).
BC 516년 대제사장 여호수아와 건축자 스룹바벨이 주도해서 세운 제2성전이 완공된 후 BC 458년 아론의 16대손인 학사 에스라가 귀국하고, BC 445년 느헤미야가 총독으로 부임하여 예루살렘의 훼파된 성곽을 수축할 때에 하나님께서는 ‘만군의 여호와’로서 주시는 마지막 말씀을 선지자 ‘말라기’에게 내리신다.
“내 이름을 경외하는 너희에게는 공의로운 해가 떠올라서 치료하는 광선을 비추리니 너희가 나가서 외양간에서 나온 송아지 같이 뛰리라 또 너희가 악인을 밟을 것이니 그들이 내가 정한 날에 너희 발바닥 밑에 재와 같으리라 만군의 여호와의 말이니라”(말 4:2~3).†

김성일 (소설가)

1961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전 대우중공업 이사를 지냈다. 기독교 소설과 추리, 역사소설을 주로 쓴 기독교문학가로 유명하다. 저서로는 <성경과의 만남>, <성 경으로 여는 세계사 1, 2, 3>, <하나 되게 하소서>, <문화전쟁의 시대>, <제3일의 소 망> 등 다수가 있다.

※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