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일 칼럼

너와 함께 있으리라 ㉓|내가 너를 보낸 것이라

이스라엘 자손들이 볼 때 그들이 가나안 땅에 진입하여 연전연승했던 여호수아의 시대는 빛나는 영광의 시대였다. 그러나 승리의 상징이 된 여호수아는 가나안 사람들의 땅을 모두 다 점령하지 못하고 죽었다.
“여호수아가 나이가 많아 늙으매 여호와께서 그에게 이르시되 너는 나이가 많아 늙었고 얻을 땅이 매우 많이 남아 있도다”(수 13:1).
이스라엘 자손이 40년간의 광야 생활을 끝내고 가나안 땅에 진입한 것은 BC 1406년이었고, 여호수아가 아직 점령하지 못한 땅을 각 지파에 미리 분배 한 후 죽은 것이 BC 1390년이었다. 여호수아가 죽은 해로부터 사울의 통일 왕국이 수립된 1050년까지의 340년은 이스라엘 자손에게 가장 수치스러운 시대가 되었다.
“그들이 돌이켜 다른 신들을 따르는 모든 악행으로 말미암아 내가 그 때에 반드시 내 얼굴을 숨기리라”(신 31:18).

모세가 마지막으로 전한 그 말씀을 생각하며 여호수아는 BC 1406년 요단을 건너기 전에 근심에 잠겨 있었다. 그 때 하나님이 여호수아를 일으켜 세우셨다.
“일어나 이 요단을 건너 내가 그들 곧 이스라엘 자손에게 주는 그 땅으로 가라”(수 1:2).
그리고 그를 격려하셨다.
“네 평생에 너를 능히 대적할 자가 없으리니 내가 모세와 함께 있었던 것 같이 너와 함께 있을 것임이니라”(수 1:5).
그리고 그가 형통할 수 있는 방법을 일러 주셨다.
“나의 종 모세가 네게 명령한 그 율법을 다 지켜 행하고 우로나 좌로나 치우치지 말라 그리하면 어디로 가든지 형통하리니”(수 1:7).
그로부터 16년간 대적과 싸우며 승리를 거듭해 온 여호수아는 이스라엘의 장로, 수령, 재판장, 관리 등 모든 지도자들을 불러 놓고 그 말씀을 되풀이해 일렀다.
“너희는 크게 힘써 모세의 율법 책에 기록된 것을 다 지켜 행하라 그것을 떠나 우로나 좌로나 치우치지 말라”(수 23:6).
그리고 모세가 남겨준 특별한 당부도 전했다.
“스스로 조심하여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라”(수 23:11).
마지막으로 그는 무서운 경고를 남겼다.
“너희가 만일 퇴보하여 너희 중에 빠져 남아 있는 이 민족들을 친근히 하여 더불어 혼인하며 피차 왕래하면 정녕히 알라 너희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 민족들을 너희 목전에서 다시는 쫓아내지 아니하시리니 그들이 너희에게 올무가 되며 덫이 되며 너희 옆구리에 채찍이 되며 너희 눈에 가시가 되어서 너희가 필경은 너희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주신 이 아름다운 땅에서 멸절하리라”(수 23:12~13, 개역한글).

전쟁을 가르치려
그런데 여호수아가 죽은 후 그들은 바로 이 올무에 걸려들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강력해지면서 가나안족을 아주 몰아내지 않고 부역을 시켰다”(삿 1:28, 공동번역).
결국 ‘약속의 땅’에 진입하여 승리를 거듭하던 그들에게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 사태가 심각하고 위중했으므로 모리아 산에서 아브라함과 언약했고, 호렙 산에서 모세를 만났던 ‘여호와의 사자’가 다시 나타났다.
“여호와의 사자가 길갈에서부터 보김으로 올라와 말하되 내가 너희를 애굽에서 올라오게 하여 내가 너희의 조상들에게 맹세한 땅으로 들어가게 하였으며 또 내가 이르기를 내가 너희와 함께 한 언약을 영원히 어기지 아니하리니 너희는 이 땅의 주민과 언약을 맺지 말며 그들의 제단들을 헐라 하였거늘 너희가 내 목소리를 듣지 아니하였으니 어찌하여 그리 하였느냐”(삿 2:1~2).
여호와의 사자는 여호수아의 경고를 집행했다.
“내가 그들을 너희 앞에서 쫓아내지 아니하리니 그들이 너희 옆구리에 가시가 될 것이며 그들의 신들이 너희에게 올무가 되리라”(삿 2:3).
여호와의 사자가 그렇게 이른 말씀을 듣고 백성들이 소리를 높여 울며 그곳의 이름을 ‘보김’이라고 했다. ‘보김’은 ‘우는 자들’이라는 뜻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울며 태어난 그들의 울음이 ‘약속의 땅’에서 다시 터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의 울음이 다시 터지게 된 것은 고난의 탯줄에 공급되는 하나님의 ‘말씀’을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 후에 일어난 다른 세대는 여호와를 알지 못하며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위하여 행 하신 일도 알지 못하였더라”(삿 2:10).
그들은 급속히 가나안의 신들에게 빠져버렸다.
“그들이 여호와를 버리고 바알과 아스다롯을 섬겼으므로”(삿 2:13).
이스라엘에게 진노하신 하나님이 그들을 주위에 있는 모든 적들의 손에 넘겨주어 노략을 당하게 하셨으나 그들은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들의 고통이 극심해지면 하나님이 그들 중에서 사사(士師, Judge)를 세워 그들을 노략자의 손에서 구해내게 하셨으나 그 사사가 죽으면 더욱 타락하여 더 많은 신들을 따라가 섬겼다. 하나님은 그들의 미련함 에 분노하시면서도 그것을 훈련의 기회로 삼으셨다.
“이스라엘 자손의 세대 중에 아직 전쟁을 알지 못하는 자들에게 그것을 가르쳐 알게 하려 하사”(삿 3:2).
그들이 미련해질수록 당하는 고통도 더 커져서 하나님은 그분의 간절한 ‘사랑’을 접어둔 채 우선 ‘전쟁’에 개입하실 수밖에 없었다. 메소보다미아 왕 구산 리사다임의 손에 고통을 당할 때에는 유다 지파의 옷니엘을 사사로 세우셨고, 모압 왕 에글론에게 모진 학대를 당할 때에는 베냐민 지파의 왼손잡이 에훗이 사사가 되었다.
“에훗이 왼손을 뻗쳐 그의 오른쪽 허벅지 위에서 칼을 빼어 왕의 몸을 찌르매 칼자루도 날을 따라 들어가서 등 뒤까지 나갔고 그가 칼을 그의 몸에서 빼내지 아니하였으므로 기름이 칼날에 엉겼더라”(삿 3:21~22).

블레셋을 막아내기 위해 삼갈을 사사로 삼기도 했다.
“아낫의 아들 삼갈이 있어 소 모는 막대기로 블레셋 사람 육백 명을 죽였고 그도 이스라엘을 구원하였도다”(삿 3:31).
심지어 가나안 왕 야빈에 맞서기 위해서는 여성을 사사로 쓰셨다.
“그 때의 랍비돗의 아내 여선지자 드보라가 이스라엘의 사사가 되었는데”(삿 4:4).
야빈의 군대장관 시스라를 죽인 자도 여인이었다.
“헤벨의 아내 야엘이 장막 말뚝을 가지고 손에 방망이를 들고 그에게로 가만히 가서 말뚝을 그의 관자놀이에 박으매 말뚝이 꿰뚫고 땅에 박히니 그가 기절하여 죽으니라” (삿 4:21).
드보라는 여호와를 찬양하고 야엘을 칭송했다.
“겐 사람 헤벨의 아내 야엘은 다른 여인들보다 복을 받을 것이니 장막에 있는 여인 들보다 더욱 복을 받을 것이로다”(삿 5:24).

어려운 고비마다 하나님이 전쟁에 개입하여 승리의 기록을 남기기는 했어도 이 ‘사사의 시대’가 이스라엘로 보아서는 가장 수치스러운 시대였고, 하나님 쪽에서는 가장 민망한 시대이기도 했다. 승리의 기쁨은 잠깐이나 고통의 세월은 너무 길었고 이스라엘 자손은 거의 짐승처럼 비참한 삶을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 비상시국에 ‘여호와의 사자’가 다시 나타나 므낫세 지파의 ‘기드온’을 찾는다.
“여호와의 사자가 아비에셀 사람 요아스에게 속한 오브라에 이르러 상수리나무 아래에 앉으니라 마침 요아스의 아들 기드온이 미디안 사람에게 알리지 아니하려 하여 밀을 포도주 틀에서 타작하더니”(삿 6:11).
본래 미디안의 조상은 아브라함의 서자였다. 아브라함이 서자들에게 재산을 나눠 주고 동쪽으로 떠나게 했으나(창 25:6) 미디안은 광야에 남아 유목민으로 살았고, 모세는 미디안의 한 지파인 겐 족속의 사위가 되었다. 금속 기술을 지닌 겐 족속은 후일 유다 지파 훌의 자손과 함께 에브라다의 주민이 되었다. 그러나 나머지 미디안은 후일 모세의 대적이 되었고(민 31:7), 늘 이스라엘을 괴롭혀 왔다.
“이스라엘 자손이 미디안으로 말미암아 산에서 웅덩이와 굴과 산성을 자기들을 위하여 만들었으며”(삿 6:2).
기드온이 몰래 수확한 소량의 밀을 작은 포도주 틀에서 타작한 것은 미디안 사람들에게 들켜 빼앗기지 않도록 몰래하기 위해서였다. 이미 여호수아가 죽은 후에 이스라엘이 당할 고난을 우려해 경고했던 ‘여호와의 사자’가 기드온에게 나타났다.
“큰 용사여 여호와께서 너와 함께 계시도다”(삿 6:12).
기드온에게는 그 말씀이 몹시 낯설었다.
“여호와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면 어찌하여 이 모든 일이 우리에게 일어났나이까? 여호와께서 우리를 버리사 미디안의 손에 넘겨 주셨나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임무를 맡기신다.
“너는 가서 이 너의 힘으로 이스라엘을 미디안의 손에서 구원하라 내가 너를 보낸 것이 아니냐”(삿 6:14).

바알과 싸우는 자
그러나 기드온은 두 손을 내저었다.
“내가 무엇으로 이스라엘을 구원하리이까 보소서 나의 집은 므낫세 중에 극히 약하고 나는 내 아버지 집에서 가장 작은 자니이다”(삿 6:15).
므낫세는 요셉의 장자이면서도 에브라임에게 장자권을 빼앗겨서 입장이 민망해진 지파였고, 그 중에서도 기드온은 작은 존재였다.
그런데도 하나님은 또 너와 함께 하리라는 말씀으로 그를 설득하신다.
“내가 반드시 너와 함께 하리니, 네가 미디안 사람 치기를 한 사람 치듯 하리라.”
그러나 기드온은 다시 ‘표징(表徵, sign)’을 요구했다.
“나와 말씀하신 이가 주 되시는 표징을 내게 보이소서”(삿 6:17).
기드온은 염소 새끼를 잡아 고기를 준비하고 가루 한 에바로 무교병을 만들어 상수리 나무 아래로 가져갔다.
“고기와 무교병을 이 바위 위에 놓고 국을 부으라.”
기드온이 그대로 하자 ‘여호와의 사자’가 손에 잡은 지팡이 끝을 고기와 무교병에 대니 바위에서 불이 나와 고기와 무교병을 살랐다.
“슬프도소이다 주 여호와여 내가 여호와의 사자를 대면하여 보았나이다.”
여호와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안심하라 두려워하지 말라 죽지 아니하리라”(삿 6:23).
기드온이 여호와를 위해 거기서 제단을 쌓고 그것을 ‘여호와는 평강이라’ 즉 ‘여호와 샬롬’이라고 했다. 죽지 않으리라는 말씀에서 그는 ‘평강의 하나님’을 만났던 것이다. 그는 하나님의 지시대로 바알의 제단을 헐고 수소를 잡아 아세라 상을 찍은 나무로 태워 하나님께 번제로 드렸다. 성읍 사람들이 이를 알고 기드온을 끌어내 죽이려 하자 그의 부친 요아스가 나와 그들에게 큰 소리로 물었다.
“너희가 바알을 위하여 다투느냐?”
그는 몰려온 자들에게 경고했다.
“그를 위하여 다투는 자는 아침까지 죽음을 당하리라”(삿 6:31).
그들이 더 이상 떠들지 못하고 잠잠해졌다. 그날부터 그들은 기드온을 ‘여룹바알’이라고 불렀다. ‘바알과 싸우는 자’라는 뜻이었다. 그 소문을 듣고 미디안과 아말렉의 연합군이 요단을 건너 이스르엘 골짜기에 진을 쳤다. 기드온이 나팔을 불어 출병을 요청하자 아셀, 스불론, 납달리 등의 지파가 군사를 보냈다. 하롯 샘 곁에 진을 친 기드온의 병력을 둘러보신 하나님께서 너무 많다고 하셨다.
“너를 따르는 백성이 너무 많은즉 내가 그들의 손에 미디안 사람을 넘겨 주지 아니하리니 이는 이스라엘이 나를 거슬러 스스로 자랑하기를 내 손이 나를 구원하였다 할까 함이니라”(삿 7:2).
기드온은 하나님이 지시하는 대로 두려운 자는 돌아가라 하였더니 2만 2천 명이 돌아갔고 남은 병력은 만 명 정도였다. 하나님은 그 병력이 아직도 많다고 하셨다. 결국 물가에서 손으로 물을 움켜 마신 자 3백 명이 선발되고 나머지는 다 돌려보냈다. 기드온이 그 3 백 명에게 일러 항아리에 횃불을 감추고 미디안 진영에 접근하자 일제히 항아리를 깨며 횃불을 들고 나팔을 불면서 외치게 했다.
“여호와와 기드온의 칼이다”(삿 7:20).
하나님이 함께 하셔서 적들의 진영에는 서로를 공격하는 큰 혼란이 일어났고, 미디안 연합군 12만 명이 죽었으며 미디안의 방백 오렙과 스엡을 잡아 참수했다. 기드온의 군대는 잇달아 갈골까지 추격하여 나머지 만 5천 명을 진멸하고 미디안의 두 왕 세바와 살문나를 죽였다. 또 기드온 군사에 식량 공급을 거절했던 숙곳 방백들을 잡아 들가시와 찔레로 살을 찢었고 브누엘 사람들을 처형했다.
“당신이 우리를 미디안의 손에서 구원하셨으니 당신과 당신의 아들과 당신의 손자가 우리를 다스리소서”(삿 8:22).
이스라엘 사람들이 그렇게 간청하자 기드온이 대답했다.
“여호와께서 너희를 다스리시리라.”†

김성일  (소설가)

1961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전 대우중공업 이사를 지냈다. 기독교 소설과 추리, 역사소설을 주로 쓴 기독교문학가로 유명하다. 저서로는 <성경과의 만남>, <성 경으로 여는 세계사 1, 2, 3>, <하나 되게 하소서>, <문화전쟁의 시대>, <제3일의 소 망>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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