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일 칼럼

너에게 무엇이 있느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할 때 그 말씀에 따라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말씀하시기 전에 이미 그것들에 대한 ‘설계도’가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빈 공간에 설계도를 그리듯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상상력’,성경적 언어로 하면 ‘영안’이 곧 창조적 능력이었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보이는 것이 아니요 보이지 않는 것이니 보이는 것은 잠깐이요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함이라”(고후 4:18).

화가가 하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릴 때에도 붓을 대기 전에 먼저 빈 캔버스를 바라보며 생각으로 그림을 그린다. 머릿속 그림이 완성되면 비로소 붓을 들고 그려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베드로 대성당 입구에 있는 ‘피에타’도 처음에는 그저 돌덩이였다. 미켈란젤로는 그 돌을 바라보며 머릿속에서 먼저 ‘피에타’의 이미지를 완성한 다음 조각을 시작했을 것이다.

캐나다에서 시멘트 사업을 하는 로버트 버챠트(R. Butchart)의 부인 제니버챠트는 1904년 남편의 사업장들을 둘러보던 중 시멘트의 원료가 되는 석회석 광산을 직접 보려고 밴쿠버 아일랜드로 건너갔다. 그녀는 브렌트우드의 거대한 골짜기가 석회석을 떼어내 해골의 골짜기처럼 되어 있는 것을 보고 남편이 해 놓은 끔찍한 일에 크게 놀라며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그러나 제니 버챠트는 절망하지 않았다. 그 무서운 골짜기가 아름다운 화원으로 바뀌는 꿈을 갖게 된 것이다. 그녀는 바로 그 자리에서부터 꽃을 심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여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화원 ‘버챠트 가든(Butcart Garden)’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지금 버챠트 가든은 세계의 모든 젊은이들이 거기 가서 웨딩 촬영을 하고 싶어하는 최고의 명소가 되었다.

“에덴 동산에 두어 그것을 경작하며 지키게 하시고”(창 2:15).
본래 ‘경작하며 지키게(to dress and to keep)’의 ‘경작(dress)’이라는 말은 ‘가꾼다’ 또는 ‘옷을 입힌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하나님이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고 하신 말씀도 ‘가꾸라’는 뜻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즉 하나님이 창조한 모든 것을 잘 가꾸는 것이 바로 ‘창조의 동역자’가 할 일이고 그 ‘창조적작업’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능력으로부터 시작된다.

달란트와 므나



아담과 하와가 태어날 때에도 그러했듯이 사람은 세상에 태어날 때 빈 손으로 태어난다. 그러나 장차 ‘창조의 동역자’가 되어야 할 사람에게 하나님이 아무것도 주지 않고 그냥 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사람이 받은 ‘하나님의 형상’이고, 선물로 받은 ‘복’이고,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하나님이 기대하는 일을 넉넉히 해낼 수 있는 ‘재능’ 즉 ‘달란트’였다.
“각각 그 재능대로 한 사람에게는 금 다섯 달란트를, 한 사람에게는 금 두달란트를, 한 사람에게는 한 달란트를 주고 떠났더니”(마 25:15).
한 달란트를 받은 사람은 그것이 불공평하다고 하여 그대로 가지고 있다가 반납하여 내쫓김을 당했다. 재능 즉 달란트는 그 크기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이 경영하는 ‘큰 일’ 속의 역할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하나님은 놀라운 음성을 내시며 우리가 헤아릴 수 없는 큰 일을 행하시느니라”(욥 37:5).
하나님은 우주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분이다. 오케스트라에는 큰 악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작은 악기도 있고, 자주 소리 내는 악기가 있는가 하면 꼭 필요할 때 큰 역할을 하는 악기도 있다. 그 중의 어느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고 하나라도 없으면 교향악의 완전한 합주가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한달란트’라도 소홀히 한다면 지휘자를 난처하게 한다.
성경에는 이와 비슷한 또 하나의 비유가 있는데 바로 ‘므나’의 비유이다. ‘달란트’는 금화이나 ‘므나’는 은화이다. 달란트는 그 받은 것이 달랐는데, 므나의 경우에는 열 사람이 열 므나를, 즉 모두가 똑같이 한 므나씩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장사한 성과가 모두 달랐고, 그 성과에 따라 일을 맡게 된다. 여기서 ‘므나’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기회’를 의미한다.

“있는 자는 받겠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도 빼앗기리라”(눅 19:26).
뛰어난 물리학적 상상력으로 우주의 기원을 연구한 스티븐 호킹(S.Hawking)은 ‘대폭발(Big Bang)’로 시작된 우주의 팽창이 오늘날과 같은 상태로 되려면 사전에 세밀한 ‘설계도’가 있어야 했음을 깨달았다.

“뜨거운 대폭발 모델이 바로 시간의 시초에 이르기까지 옳은 것이라면, 우주의 시초 상태는 극히 세밀하게 선택되어야 함을 뜻하고 있다. 어째서 우주가 꼭 이런 방식으로 시작되었어야 했는지를 설명하려면 신이 우리 인간과 같은 존재를 의도한 행위가 아니고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호킹, <시간의 역사>)
그러나 호킹은 학자의 자부심으로 창조주의 존재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달란트와 므나를 내던지고 창조론자들이 말하는 ‘위대한 설계’의 모순점을 지적하며 무신론을 주장하여 무신론자들의 갈채를 받았다.

“우주는 중력의 법칙과 양자 이론에 따라 무(無)에서 만들어진 것이며 어떤 초자연적인 존재나 신의 개입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호킹, <위대한 설계>)
그래서 물리학의 천재 스티븐 호킹은 인류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아보겠다며 그토록 나가보고 싶어 하던 우주에서 길을 잃고 말았다.

“우리는 우주를 이해하는 열쇠가 될, 모든 힘들의 단일 이론에 대한 강력한 후보를 갖고 있다. 그것을 M-이론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M-이론이 무엇인지 완전히 알아내지는 못했고, 그런 까닭에 일부 사람들은 M이 바로 미스터리(Mystery)를 뜻한다고 말한다.”(루시&스티븐 호킹, <조지의 우주보물찾기>) 선지자 엘리사의 제자가 죽었을 때 그 아내가 와서 남편이 빚만 남겨 놓고 죽었는데 빚 준 사람이 그녀의 두 아들을 데려다가 종으로 삼으려 한다고 호소했다. 엘리사가 그녀에게 물었다.
“네 집에 무엇이 있는지 내게 말하라”(왕하 4:2).
그녀가 오직 기름 한 병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대답하자 선지자는 모든 이웃에게 그릇을 빌려오게 하고 그것에 기름을 따랐다. 기름이 모든 그릇에 채워지자 선지자는 그것을 팔아 빚을 갚고, 나머지로 생활하라고 일렀다.

소원의 발견


사람은 창조될 때부터 하나님이 준 ‘보물’을 지니고 태어났으나 도둑들이 그것을 훔쳐가고 강도들이 빼앗아가서 가난하게 되었다. 때로는 알리바바처럼 도둑들이 숨겨 놓은 것을 찾아내는 경우도 있고 몽테크리스토처럼 부자가 외딴섬에 숨겨 놓은 것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
“천국은 마치 밭에 감추인 보화와 같으니 사람이 이를 발견한 후 숨겨 두고 기뻐하며 돌아가서 자기의 소유를 다 팔아 그 밭을 사느니라”(마 13:44).
바다 깊은 곳에 가라앉은 배에서 그것을 건져내기도 한다.

“또 천국은 마치 바다에 치고 각종 물고기를 모는 그물과 같으니 그물에 가득하매 물가로 끌어 내고 앉아서 좋은 것은 그릇에 담고 못된 것은 내버리느니라”(마 13:47~48).
그러나 그 모든 보화의 주인은 하나님이시다.

“우리가 이 보배를 질그릇에 가졌으니 이는 심히 큰 능력은 하나님께 있고 우리에게 있지 아니함을 알게 하려 함이라”(고후 4:7).
애굽에 들어가 4백년 간 노예 생활을 한 히브리 백성에게는 금과 은이 없었으나 금과 은으로 만든 신상에 절하며 살던 애굽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금과 은이 있었다. 하나님은 애굽을 떠날 때 그들의 것을 받아 갖고 나오라 하신다.

“여인들은 모두 그 이웃 사람과 및 자기 집에 거류하는 여인에게 은 패물과 금 패물과 의복을 구하여 너희의 자녀를 꾸미라 너희는 애굽 사람들의 물품을 취하리라”(출 3:22).
출애굽 사건에서 애굽은 세상 문화를 의미하고, 홍해를 건너는 것은 세례를 상징한다고 흔히들 말한다. 그렇다면 애굽인의 금과 은을 가지고 나오라는 것은 세상에서 얻은 것을 버리지 말고 가져오라는 뜻이 된다. 하나님을 떠나 자신이 지닌 재능과 기회를 다 잃어버린 자는 세상의 학교에서 그것을 배우고 찾는데 그것도 본래 내 것이니 가지고 나오라는 것이다.
거듭남의 체험을 하고 신앙을 갖게 되면서 세상에서 배운 것과 하던 일을 다 내버리고 오직 선교 활동에만 전념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지고 나온 것도 본래 하나님의 것이므로 그분의 영광을 위해 쓰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애굽에서 가지고 나온 금도 금송아지를 만들면 화의 원인이 되고 하나님과 만나는 성막을 지으면 그분께서 기뻐하시게 된다.

“기쁜 마음으로 내는 자가 내게 바치는 모든 것을 너희는 받을지니라 너희가 그들에게서 받을 예물은 이러하니 금과 은과 놋과”(출 25:2~3).
금은 성막의 기둥과 받침과 성구들을 만드는데 사용되고 은은 성막 뜰의 기둥과 받침에 필요했다. 그리고 휘장과 덮개를 만들 청색, 자색, 홍색 실과 가는 베실과 염소 털과 붉은 물들인 숫양의 가죽과 해달의 가죽들이 포함되었고, 언약궤를 제작할 조각목과 등유와 관유에 쓸 향료와 분향할 향을 만들 향품과 호마노, 제사장의 에봇과 흉패에 물릴 보석 등이었다.

“너희는 나를 비겨서 은으로나 금으로나 너희를 위하여 신상을 만들지 말고”(출 20:23).
애굽에서 가지고 나온 금과 은은 우상을 만드는데 사용하지 말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쓰라는 것이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세상의 학교에서 재능을 배우고 기회를 찾으나 그것으로 스티븐 호킹처럼 금송아지를 만들고 리처드도킨스처럼 자신의 우상을 만들기도 한다.

“도킨스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은 무신론을 위한 사실상 비과학적 논증의 개발이다.”(알리스터 맥그라스, <도킨스의 신>)
사람이 자기 생각으로 신을 만드는 것은 가나안 신화로부터 헬라, 로마에까지 이어지는 지적 교만의 상징이다.

“눈이 높고 마음이 교만한 자를 내가 용납하지 아니하리로다”(시 101:5).
그러므로 자기 안에서 캐내었든, 세상의 학교에서 가지고 나왔든 금과 은, 즉 재능과 기회로 자기의 우상을 만들고 세우면 필경은 사망의 방으로 내려간다.

“네 마음이 음녀의 길로 치우치지 말며 그 길에 미혹되지 말지어다 대저 그가 많은 사람을 상하여 엎드러지게 하였나니 그에게 죽은 자가 허다하니라 그의 집은 스올의 길이라 사망의 방으로 내려가느니라”(잠 7:25~27).
그러므로 감추인 보화를 찾아내더라도 더 찾아야 할 것이 있는데 하나님께서 내가 그것으로 어떻게 사용하기를 원하시는지 알아채는 것이다.

“네 마음의 소원대로 허락하시고 네 모든 계획을 이루어 주시기를 원하노라”(시 20:4).
그렇게 되려면 우리의 소원이 하나님의 ‘큰 일’에 포함되어야 한다.

“너희 안에서 행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 자기의 기쁘신 뜻을 위하여 너희에게 소원을 두고 행하게 하시나니”(빌 2:13).
그렇게 되면 우리는 비로소 소원을 이루게 된다.

“우리가 너의 승리로 말미암아 개가를 부르며 우리 하나님의 이름으로 우리의 깃발을 세우리니 여호와께서 네 모든 기도를 이루어 주시기를 원하노라”(시20:5).
그렇게 하여 비로소 우리의 ‘보물찾기’는 진정한 상급이 된다.

“그의 마음의 소원을 들어 주셨으며 그의 입술의 요구를 거절하지 아니하셨나이다 주의 아름다운 복으로 그를 영접하시고 순금 관을 그의 머리에 씌우셨나이다”(시 21:2~3).†

김성일 (소설가)

1961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전 대우중공업 이사를 지냈다. 기독교 소설과 추리, 역사소설을 주로 쓴 기독교문학가로 유명하다. 저서로는 <성경과의 만남>, <성 경으로 여는 세계사 1, 2, 3>, <하나 되게 하소서>, <문화전쟁의 시대>, <제3일의 소 망>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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