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칼럼

치킨런처럼 한국교회도 비상하자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17>에서 소비 트렌드 키워드를 치킨런(Chicken Run)으로 선정했다. 2017년은 닭의 해이다. 그런데 닭이 철조망 울타리에 갇혀서 아무리 도망가려고 해도 뚫을 수 없다. 그래서 절체 절명의 위기에 처하자 비상의 날개를 펴고 극적으로 울타리를 탈출한 애니메이션 영화 「치킨런」의 주인공들처럼 한계를 넘어 비상하기를 염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실제로 대한민국은 극심한 위기에 처해 있다. 「치킨런」의 주인공들처럼 비상하는 날개를 펴고 울타리를 탈출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사회는 완전히 도태될 수 있다.

이것은 한국교회도 예외는 아니다. 2017년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해이다. 한국교회는 90년대를 기점으로 완전히 부흥이 멈췄다. 쇠락과 침체의닭장에 갇힌 것 같다. 그 닭장을 빠져나가려 해도 도저히 안 된다. 이러한 때, 불가능의 한계를 넘어 날개를 펴고 치킨런을 해야 한다. 나는 이것을 부흥의 터보엔진이라고 부른다.

평지를 갈 때는 기존 엔진으로 갈 수 있다. 그러나 아주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갈 때는 기존의 낡은 엔진으로 오를 수 없다. 강력한 터보엔진이 필요하다. 그런데 터보엔진으로도 안 된다면 헬리콥터 프로펠러를 장착해서 치킨런처럼 날아야 한다. 한국교회가 비상하지 못하면 10년, 20년 이상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2017년 한국교회의 목회방향과 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하는가?

첫째, 다시 복음으로 돌아가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언제부턴가 성경이 말하는 원색적 복음을 전하지 않고 감성적 치유나 힐링, 윤리, 도덕, 철학적 메시지를 전하는 풍토가 생겨났다. 그러면서 성도들의 영혼이 점점 피폐해져가고 생명력을 잃어가면서 점점 자멸의 길을 가고 있다. 이러한 때, 급진적 복음(복음을 움직이게 만들고 사람을 행동하게 하는 복음), 선제적 복음(복음에 반응하기 위해 먼저 찾아가는 복음), 공익적 복음(개인의 영혼 구원, 교회 부흥을 강조할 뿐만 아니라 공익적 마인드로 복음을 전하는 복음)으로 재무장해야 한다.

둘째, 개혁을 선도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2017년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가 환골탈태해야 한다. 2017년과 같이 개혁을 위해 비상할 수 있는 기회가 다시는 없을 것이다. 1980∼90년대를 이끌던 소니, 도요타, 코닥 등도 시대적 개혁 요구를 거부하고 변화하지 못하다가 삼성이나 애플사에 밀리고 말았다. 그만큼 개혁은 생명과도 같다. 새로운 개혁을 멈추는 순간 조직과 개인은 사멸된다.
그런데 개혁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들은 기존의 고정관념이나 정형화된 틀만을 고집한다. 내 것만 좋다고 주장하며 변화를 거부하다가 도태되고 망한다. 한국교회도 언제부턴가 개혁과 변화 지향성을 잃어버린 채 현실에 안주하며 서로 내부 파워게임만 하고 구시대적 마인드에 갇혀서 스스로 도태되고 있다. 2017년은 구시대적 고정관념과 평면적 사고의 틀을 깨고 신사고와 입체적 마인드로 개혁해야 한다.

셋째, 생명을 역동화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프로그램보다 생명중심의 교회가 되어야 한다. 닭이 계란을 못 낳으면 몇 주를 캄캄한 암실에 가두어 놓고 모이를 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면 닭이 다시 알을 낳기 시작한다
는 것이다. 한국교회도 생명력을 잃고 너무 늙어만 가고 있다. 그러므로 다시 생명력을 역동화하는 운동이 필요하다. 교회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교회를 운영하는 것보다 단순하지만 생명회복과 생명중심의 교회로 세워가야 한다.

넷째, 일꾼을 세우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일꾼을 세우려면 제자훈련이 중요하다. 그러나 제자라는 개념이 너무 광범위하다. 제자란 예수님의 도를 따르는 사람이 아닌가.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이 유대교로부터 핍박을 받은 때에 제자라는 용어가 사용되었다. 그런데 제자라는 말이 사도행전까지만 나온다. 바울은 교회가 조직화된 이후부터는 제자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바울서신에서는 주로 일꾼이나 동역자라는 말을 썼다. 그 말이 디아코노스라는 말인데 하인, 종이라는 말이다. 이제 디아코노스 같은 일꾼을 세워야 한다. 제자훈련과는 차이가 있다. 제자훈련이 그리스도인의 신앙 인격의 성숙과 변화된 삶을 가르친다면 디아코노스 훈련은 교회론과 함께 교육하는 것이다.
교회에서 성경공부나 제자훈련을 많이 받은 사람들 중에 오히려 지도자를 끌어내리고 교회를 허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자기편에서는 교회를 세운다고 하지만 교회를 허무는 것이다. 이건 과거에 성령충만 받고 은사 받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디아코노스는 한 마디로 자기주장이 없는 사람이다. 오직 순종하고 헌신한다. 그러므로 광의적인 제자훈련과 더불어 일꾼을 세우는 디아코노스 훈련이 시급하다.

다섯째, 비상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2017년 쇠락과 침체의 담을 넘어서 치킨런하기 위해서는 비상해야 한다. 기존에 해오던 매뉴얼과 사고방식으로는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다. 창의적 영성을 발휘하여 프로펠러를 달고 날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무엇보다 목회자가 목회에 집중을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목회자가 집중해서 어떤 사역을 하려고 하면 현수막뿐만 아니라 영상캠페인, 구호 등을 통하여 교인들의 의식과 무의식을 움직일 필요가 있다. 또한 신앙의 역설화를 강조해야 한다. 어려울수록 더 헌신하고 고난이 올수록 더 충성하자고 외치며 위기를 반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2017년은 불가능과 침체의 담장을 넘어 치킨런을 하자. 다시 복음으로 돌아가는 교회, 개혁을 선도하는 교회, 생명을 역동화하는 교회, 일꾼을 세우는 교회, 비상하는 교회를 이루어보자. 닭장처럼 어두운 잿빛 패배감을 벗어나 날개를 펴고 눈부신 푸른 하늘을 향해 날아보자.†

소강석 (목사)

새에덴교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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