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그루버 칼럼
언약적인 사랑
하나님의 사랑을 구약에서는 ‘헤세드’로, 신약에서는 ‘아가페’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표현한다. 헤세드나 아가페를 영어로 옮기려면 적당한 단어가 없다. 영어로 사랑(love)이라고 옮기면 헤세드가 갖고 있는 강렬한 의미가 줄어든다. 하나님의 사랑인 헤세드는 언약관계 안에서만 이해되는 사랑이다. 유대인들은 출애굽기 19장 5~8절을 여호와 하나님과 이스라엘 국가 간에 결혼의 언약으로 이해했다.
“세계가 다 내게 속하였나니 너희가 내 말을 잘 듣고 내 언약을 지키면 너희는 모든 민족 중에서 내 소유가 되겠고 너희가 내게 대하여 제사장 나라가 되며 거룩한 백성이 되리라 너는 이 말을 이스라엘 자손에게 전할지니라 모세가 내려와서 백성의 장로들을 불러 여호와께서 자기에게 명령하신 그 모든 말씀을 그들 앞에 진술하니 백성이 일제히 응답하여 이르되 여호와께서 명령하신 대로 우리가 다 행하리이다”(출 19:5~8).
여호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아내로 맞으시는 언약을 맺으셨다는 것이다. 신약에서도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를 신랑과 신부의 관계라고 말한다. 이 결혼언약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파키스탄 같은 서남아시아 무슬림 국가나 중동지역을 가봐야 한다. 무슬림 국가로 들어가서 시장에 가면 상점에 주인도 점원도 다 남자이고 심지어 물건을 사러 다니는 사람들도 대부분 남자라는 사실에 놀라게 될 것이다. 많은 무슬림 국가에서 아내는 남편에게 종속되어 가정을 지키며 살아가고 남편은 경제력과 자기 방어력이 없는 아내를 위해 필요를 채워주고 보호해준다.
여자가 결혼하면 남편의 소유가 되어 남편에게 철저히 순종하고 섬기며, 남편은 힘없는 아내를 사랑하고 보호하며 필요를 채워주어야 하는 문화 속에서 여호와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민족에게 하나님께서 남편이 되어 주어 이스라엘을 보호하고 채워주시고 사랑해주실 것을 약속하시며 이스라엘이 하나님만을 사랑하며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는 아내가 될 것인가를 물으신 것이다.
언약(covenant)은 계약(contract)과 다르다. 현대사회에서는 계약은 맺어지지만 언약은 맺어질 수가 없다. 언약(covenant)은 군주나 왕 같은 절대적인 힘을 가진 갑이 조건을 내걸고 연약한 을은 그 조건을 받아들이고 언약관계에 갈 것인지 만을 결정하게 된다. 계약(contract)은 동등한 두 명 이상이 서로 상의 가운데 결정한 조건을 걸고 계약을 맺는 것을 의미하며 계약은 서로 정해놓은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깨어진다. 그러나 언약은 강한 자가 모든 조건을 다 요구하고 약한 자는 그 조건을 지키며 강한 자의 보호와 축복을 받을 것인지 만을 결정하며 한 번 언약이 맺어지면 그 언약을 지키는 충성을 해야 한다. 언약은 주종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약속인 것이다.
“여호와께서 명령하신 대로 우리가 다 행하리이다”(출 19:8a).
유대인들은 시내산에서 여호와 하나님이 제시하신 조건인 언약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함으로 여호와 하나님과 결혼관계에 들어갔다. 그렇기에 호세아나 다른 선지서에서 여호와 하나님은 하나님과의 언약을 저버리고 다른 우상을 섬기며 타락해 간 유대인을 음란한 여자와 간음한 아내라고 하신 것이다.
사도 바울은 에베소서 5장 32절 말씀에서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를 아내와 남편의 관계라고 말했는데 구약에서 하나님과 유대 백성과의 관계를 아내와 남편의 관계로 이해했던 유대인에게 사도 바울의 이 말씀은 새로울 것 없는 상식적인 이야기로 들렸을 것이다.
그런데도 사도 바울은 에베소서 5장 31절에서 “이 비밀이 크도다 나는 그리스도와 교회에 대하여 말하노라” 하며 “이 비밀이 크다”고 말한다. 유대인들은 이미 하나님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아내와 남편의 관계로 알고 있었는데 왜 그리스도와 교회가 아내와 남편의 관계인 것이 큰 비밀이라고 했을까? 그리스도가 하나님의 아들이시며 하나님의 영광의 광채로 하나님의 또 다른 인격이신 것과 “남편이 아내와 합하여 그 둘이 한 육체가 될지니”(31b)에 그 답이 있다고 나는 믿는다.
남편과 아내의 관계
마가의 다락방에 성령이 강림한 오순절은 이스라엘의 3대 절기 중 하나로, 유대인들이 모세를 통해 하나님의 언약을 받고 시내산에서 하나님의 언약백성이 된 날 즉, 하나님과 결혼한 날이다.
유월절, 오순절, 장막절에 유대인 성인남자들은 예루살렘으로 모이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기 위해서 이스라엘 전국뿐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에 흩어져 살았던 유대인들도 예루살렘으로 올라왔다.
예수님 부활 후 첫 오순절 날 성령이 마가 다락방에 임하셨다. 출애굽 후 시내산에서 첫 오순절 때는 하나님께서 손가락으로 돌비에 말씀을 새겨주셨지만 예수님 부활 후 첫 오순절에는 마가 다락방에서 기도하며 기다리던 120명의 유대인들의 마음 가운데로 언약의 저자 되시는 성령이 직접 임하신 것이다. 선지자 예레미야에게 주신 말씀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그 날 후에 내가 이스라엘 집과 맺을 언약은 이러하니 곧 내가 나의 법을 그들의 속에 두며 그들의 마음에 기록하여 나는 그들의 하나님이 되고 그들은 내 백성이 될 것이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렘 31:33).
시내산에서 첫 오순절에 맺은 언약은 돌비에 새겨진 문자를 지키는 것이었지만 마가 다락방에 임하신 성령은 인간의 마음속에 임하셔서 말씀을 이루어가는 언약이었다.
성도가 겸손하게 자신을 내려놓고 뜻과 힘과 마음과 의지로 하나님을 사랑하고자 할 때 성령은 성도의 마음 안에서 그리스도와 연합을 이루며 그 성도를 제사장과 거룩한 신부로 세워가신다. 이 연합의 비밀은 참으로 세상은 이해 못하는 큰 비밀인 것이다.
무한 경쟁사회이며 정보사회인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성도들은 이 복잡한 세상에서 쉽게 지치고 낙망하며 좌절할 수 있다. 그러나 성도들은 그리스도의 신부이다.그리스도를 마음과 뜻과 힘과 의지를 다해 사랑하고 섬기면 그리스도가 신부인 성도들을 보호하시고 채워주시며 축복해주시고 사명을 감당하게 하실 것이다.
성도들은 자신의 힘과 지혜와 노력으로 경쟁에서 이기고 필요를 채우며 자신의 야망을 이루어가며 사는 세상 사람들과 다르다. 자신의 야망과 유익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기로 결심한 성도들에게는 하나님께서 성도에게 하나님은 그가 찬양을 하거나 기도를 하거나 말씀을 읽거나 이웃을 사랑하거나 가족을 위해 섬길 때도 마음과 뜻과 힘을 다해 사랑할 수 있도록 성령을 통해서 은혜를 주신다.
나는 열일곱 살에 자동차 한 대를 분해했다가 조립했을 정도로 기계를 다루는 일을 좋아했고 과학을 좋아했기에 늘 끊임없이 사물을 관찰하고 원리를 알아내어 적용하려고 했다. 규모가 큰 전자회사에서 중역으로도 일했던 다소 복잡하고 내 생각이 많은 나를 하나님은 지금까지 어린 아이 같은 단순한 믿음을 가진 사람으로 단련시켜 오셨다. 어린 아이처럼 단순하게 하나님을 전심으로 사랑하고 찬양하고 기도하고 말씀을 읽으며 하나님의 손에 이끌리어 하나님 나라로 들어가 그리스도와의 연합에서 오는 천국의 기쁨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도록 나의 인간적인 힘과 지혜와 지식과 야망과 계획을 내려놓도록 해오셨다.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모든 것을 아시고 모든 것을 준비하시며 채우시는 하나님의 손에 이끌리어 그분이 원하시는 곳으로 가면 모든 것은 준비되고 모든 것은 채워진다. 내가 아니라 그리스도가 원하시는 모든 뜻은 이루어진다. 나의 생명이 이미 그리스도 안에 감춰져있고 나는 죽었기에 그리스도는 충만한 생명을 부어 주신다.
진정한 평화와 자유는 그 안에 있다. 신랑 되신 그리스도와 친밀한 사랑도 그 가운데 있다.
시편 17장 7~8절에서 이스라엘은 남편 되시는 하나님께 이렇게 고백했다.
“주께 피하는 자들을 그 일어나 치는 자들에게서 오른손으로 구원하시는 주여 주의 기이한 사랑을 나타내소서 나를 눈동자 같이 지키시고 주의 날개 그늘 아래에 감추사….”
자신의 유익과 야망을 이루고 채우기 위해서 기도하고 애쓰며 종교적인 신앙생활을 하는 자가 아니라 주님 그분의 영광을 위해 그분의 기쁨을 위해 그분의 마음을 알고 나누기 위해 그리스도 앞에 머무는 그리스도의 신부를 신랑 되신 그리스도는 지키고 보호하시고 채워주시며 영광스럽게 변화시켜 가신다.†
헨리 그루버 (목사)
‘세상을 걷는 중보기도자’로 알려 져 있는 필자는 18세 때부터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의 우범지역에서 주님과 함께 걷기 시작해 지금까지 주님과 함께 걷고 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 그가 만난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며 복음 을 전하고 있다. 그의 삶에는 초자 연적인 이적들이 많이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걸으며 기도한다는 사실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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