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일 칼럼
네 고통을 들으셨음이라
아랍인들에게 지금 최고의 ‘보물’은 탄화수소물인 ‘석유’다. 공기가 없는 상태에서 바다 유기물이 분해되며 형성되었다는 석유 중의 탄소는 83~87%로 탄소 99.95 %의 다이아몬드를 연상케 한다. 창조주는 왜 이것을 아랍인들에게 주었을까?
세계 지도를 들여다보면 유라시아 대륙과 아프리카 대륙 사이에 복주머니처럼 생긴 반도 하나가 매달려 있다. 세계 최대의 반도라고 하는 아라비아 반도이다. 아라비아는 ‘사막’이라는 뜻이어서 어딘가 ‘고난의 땅’이라는 느낌을 준다. 아라비아 반도는 머리 위에 초승달 모양의 모자를 쓰고 있다. 그 서북쪽은 팔레스타인 지방이고 동북쪽은 메소포타미아 지역이다.
“아라비아에 관한 경고라 드단 대상들이여 너희가 아라비아 수풀에서 유숙하리라 데마 땅의 주민들아 물을 가져다가 목마른 자에게 주고 떡을 가지고 도피하는 자를 영접하라” (사 21:13~14).
드단은 함의 자손 구스에 속하는 그 땅의 원주민이고(창 10:7) 데마는 아브라함의 아들 이스마엘의 자손이다(창 25:15). 히브리어의 ‘아랍’은 아라비아 반도와 그 땅에 사는 사람을 모두 의미한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의 자손이 하늘의 별과 같이 많게 될 것이라고 했으나 85세가 되도록 자식이 없자 아내 사라가 권고한대로 애굽인 여종 하갈과 동침하여 잉태시킨다.
“하갈이 임신하매 그가 자기의 임신함을 알고 그의 여주인을 멸시한지라”(창 16:4). 사라가 남편에게 이 일을 말하자 그가 대답했다.
“당신의 눈에 좋을 대로 그에게 행하라.”
하갈이 사라의 눈총을 견디지 못해 도망할 때 여호와의 사자가 광야의 샘물 곁에 나타나서 여주인에게로 돌아가 그에게 복종하라고 타일렀다.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이스마엘이라 하라 이는 여호와께서 네 고통을 들으셨음 이니라”(창 16:11).
그리고 그 이스마엘 자손의 미래에 대해서 일러준다.
“그가 사람 중에 들나귀같이 되리니 그의 손이 모든 사람을 치겠고 모든 사람의 손이 그를 칠지며 그가 모든 형제와 대항해서 살리라”(창 16:12).
이스마엘이 14세 되었을 때에 하나님의 약속대로 사라도 아들을 낳았다. 아브라함은 100세였고, 사라는 90세였다. 약속된 아들 ‘이삭’이 젖을 떼는 날 잔치를 열었는데 이스마엘이 어린 이삭을 희롱하자 사라가 남편에게 말했다.
“이 여종과 그 아들을 내쫓으라 이 종의 아들은 내 아들 이삭과 함께 기업을 얻지 못하리라”(창 21:10).
아브라함은 아내의 말을 따라 떡과 물 한 가죽부대를 하갈의 어깨에 메워주고 그 아들 이스마엘과 함께 떠나보냈다. 가죽부대의 물이 다 떨어진 후 하갈과 아이가 마주보며 우는 소리를 하나님이 들으셨다.
“일어나 아이를 일으켜 네 손으로 붙들라 그가 큰 민족을 이루게 하리라”(창 21:18). 사라가 낳은 이삭과 그의 자손에게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역시 아브라함의 자손인 이스마엘과 그 자손에게도 맡길 역할이 있었다.
“하나님이 그 아이와 함께 계시매 그가 장성하여 광야에서 거주하며 활 쏘는 자가 되었더니 그가 바란 광야에 거주할 때에 그의 어머니가 그를 위하여 애굽 땅에서 아내를 얻어 주었더라”(창 21:20~21)
아랍의 바다
이스마엘의 자손들은 점차 그 수가 많아져 아라비아 땅의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다. 성경에서 그들은 자주 ‘느바욧’ 또는 ‘게달’의 자손으로 등장한다.
“이스마엘의 장자는 느바욧이요 그 다음은 게달과 앗브엘과 밉삼과 미스마와 두마와 맛사와 하닷과 데마와 여둘과 나비스와 게드마니”(창 25:13~15).
하나님이 하갈에게 이른 대로 그들은 이삭의 자손들을 때로는 돕고, 때로는 경고하며, 방해하는 역할도 맡았다. 아랍의 대상은 야곱의 아들 요셉을 애굽에 팔아넘기는 역할도 했고(창 37:28), 아랍 왕들이 솔로몬에게는 금과 은을 조공했으나(대하 9:14), 여호람왕 때에는 유다를 공격해 왕궁을 약탈했고(대하 21:16~17), 느헤미야 시대에는 성벽 재건을 방해했다.
“아라비아 사람 게셈이 이 말을 듣고 우리를 업신여기고”(느 2:19).
그로부터 약 3백여 년이 지나 예수 탄생 1백 년쯤 전에 ‘느바욧’의 후예로 추정되는 ‘나 바테아’인들이 에돔인들의 거처인 세일의 페트라 지역을 점령했다. 이사야 선지자는 그들에게도 메시야의 강림을 미리 알려 주었다.
“광야와 거기에 있는 성읍들과 게달 사람이 사는 마을들은 소리를 높이라 셀라의 주민 들은 노래하며 산 꼭대기에서 즐거이 부르라 여호와께 영광을 돌리며 섬들 중에서 그의 찬송을 전할지어다”(사 42:11~12).
나바테아 왕 아레타스 Ⅳ세의 딸은 갈릴리 분봉왕 헤롯 안디바와 결혼했다가 이혼을 당했다. AD 36년 아레타스 Ⅳ세는 헤롯 안디바를 공격해 치욕적인 패배를 안겨 주었다. 세례 요한을 참수하고 예수를 처형하는데 동조했던 헤롯 안디바는 결국 칼리굴라 황제 때에 루그두눔 지역에 추방되어 거기서 죽었다. 그러나 아랍인의 더욱 큰 역할은 메카에서 시작되었다.
로마 제국의 국교가 된 기독교는 그 조직과 권력이 비대해지면서 보물을 땅 위에 쌓기 시작했고,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수도원에 은둔한 수사들은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이 되라는 예수의 가르침과 멀어지고 있을 때, 아랍인들 역시 복음으로부터 소외되고 있었다. 대부분이 유목민이거나, 사막의 장사꾼들이었던 아랍인들은 성당의 규범과 의식을 따라 가기가 어려웠다.
AD 570년 아라비아의 메카에서 무하마드라는 아이가 태어났다. 25세에 40세의 부유한 미망인 카디자와 결혼한 그는 기독교의 하나님과 아랍인들의 알라신이 같다는 결론을 내리고 40세에 아랍인을 위한 예언자로 나섰다. 그가 가르치는 설교와 예배는 아랍인의 실정에 잘 맞았고, 신의 계시를 받아썼다는 ‘코란’은 아랍인들의 자존심을 살려주는데 주효 했다.
“이스마엘의 이야기를 말하라. 그는 실로 자기의 약속을 지키는데 엄격하였느니라. 그는 또한 사도이고 예언자였느니라.”(코란 19:55)
그러나 카바 신전의 유력자들이 박해를 시작하자 AD 622년 무하마드와 그의 추종자들 은 메디나로 피신했다. 이를 ‘헤지라(도피, 떠남)’라고 하여 이슬람 기원의 원년으로 삼는다. 아라비아는 서쪽의 홍해, 남쪽의 아덴만과 인도양 그리고 동쪽으로는 페르시아 만으로 둘러싸인 반도이다. 아랍인들은 ‘헤지라’로 시작해 그 모든 바다를 이슬람의 바다로 만든 것이다.
떠남의 바다
메디나에서 세력을 키운 무하마드는 지하드(聖戰)의 명분으로 무장하여 메카를 공격, 접수하고 나아가 이슬람의 깃발 아래 아라비아의 통일을 달성했다.
“코란이냐, 칼이냐?”
이슬람 군대는 그렇게 강요하며 AD 636년 시리아를 점령했고, AD 638년 마침내 예루살렘을 손에 넣었다. 그들은 또 AD 641년에 페르시아를 병합했으며, 이듬해에는 애굽의 알렉산드리아를 손에 넣었다. 다시 AD 655년에는 소아시아 길리기아 앞바다의 해전에서 동로마제국의 함대를 대파했고 동로마제국은 이때부터 동부 지중해의 제해권을 거의 상실했다.
이슬람 군대는 이어 AD 697년에 카르타고를 점령했고, 서부 아프리카에 손을 뻗었으며 AD 711년에는 지브로올터 해협을 건너 이베리아 반도 전체를 손에 넣었다. AD 720년에 는 피레네 산맥을 넘어 프랑크 왕국까지 손을 뻗다가 샤를 마르텔의 결사 항전에 막혀 겨우 발길을 멈추었다. 그렇게 해서 마침내 이슬람 세력은 모든 바다를 다 장악하게 된 것이다.
이슬람 세력이 모든 바다를 점령한 시대의 분위기를 잘 설명하는 대표적 이슬람 문학이 ‘아라비안나이트’로 알려진 ‘천일야화(千一夜話)’이다. 이야기의 배경은 AD 226년에서 651년까지 페르시아를 지배한 사산 왕조 샤흐리야르 왕의 시대로 설정했으나 AD 750년 에서 850년 사이에 활발한 해상 활동을 벌였던 바그다드 상인들의 경험담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아내에게 배신을 당한 샤흐리야르 왕이 여자를 미워하여 동침한 신부를 다음날 죽이 는 일이 반복되었다. 한 대신의 영특한 딸인 샤하라자드가 자청하여 신부가 되고, 왕에게 매일 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다음 이야기를 듣고 싶어 그녀를 죽이지 못하 는 가운데 이야기는 천일야(千一夜) 계속되고, 왕은 결국 샤하라자드와 함께 행복한 여생을 보냈다는 것이다.
180여 편의 이야기와 1백 편의 짧은 이야기들 중에 잘 알려져 있는 것이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이다. 가난한 나무꾼인 알리바바는 산에 갔다가 40명의 도둑들이 큰 동굴 앞에서 “열려라, 참깨”라고 말하면 동굴이 열려 들어가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도둑들이 물러간 후 알리바바도 “열려라, 참깨”라고 외치니 문이 열려 들어가 보니 많은 보물이 있었다는 것이다.
알리바바는 동굴의 보물을 조금씩 가져다가 좋은 일에 사용했다. 어느 날 그는 형 카심에게 저울을 빌렸다. 저울 뒤에 풀을 발라 놓았던 카심은 거기 붙어 있는 금화 한 잎을 발견하고, 아우의 뒤를 밟아서 그의 비밀을 알아냈다. 카심은 나귀를 끌고 동굴에 들어가 보물을 잔뜩 싣고 나가려는데 암호를 잊어버렸다. 그러다 도둑들에게 잡혀서 살해당 했다는 이야기다.
알리바바의 이야기가 시사하는 것은 ‘보물은 도둑의 것’이라는 암시이다. 본래 보물의 주인은 창조주였으나 인간이 에덴을 떠난 후 그것은 도둑의 소유가 되어 버렸고, 결국 찾아내는 자가 주인이 되는 것이 인간 세상의 질서가 되어버린 것이다. 또 욕심장이형 과 가난하고 착한 아우는 가인과 아벨의 이야기를 패러디한 것이고, 한국의 놀부와 흥부 도 마찬가지이다.
“선을 행하지 아니하면 죄가 문에 엎드려 있느니라”(창 4:7).
알리바바의 이야기는 산에서 시작되었으나 ‘신드바드의 모험’은 바다로 진출하게 된다. 신드바드가 상품을 싣고 바스라 항을 떠난 후 배가 난파되어 무인도에 상륙하나 기지와 행운으로 위험을 극복하고 살아서 ‘보물’을 가지고 귀환한다는 내용이다. 환상적 모 험으로 가득한 이야기의 소재들은 ‘오디세이아’를 연상케 하기도 하고, 실제 경험담을 과 장한 것들도 있다.
바위를 던져 배를 난파시키는 전설적 괴조 로크, 거대한 고래와 원숭이, 식인종, 죽음의 동굴과 보석의 계곡 등 여러 가지 환상적 모험들 중에서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아 있는 것은 공중을 나르는 양탄자(Carpet)이다. 고대의 혈거부족이 바닥의 냉기와 습기를 막기 위해 짐승의 가죽을 깔았던 것이 양털로 짜는 융단이 되었고, 유목민의 필 수품이 되었다.
용자의 희망을 넣어 짜던 양탄자가 점점 고급화되면서 왕궁과 부호들의 ‘보물’이 되고, 권력의 상징이 되었다. 오늘날에도 국가 원수에 대한 존경이나 대중적 스타의 등장에 사용되는 ‘레드 카펫’ 문화는 양탄자가 여전히 상류층의 독점물임을 입증하고 있다. 그러나 신드바드의 양탄자 판타지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라이트 형제’를 거쳐 비행 시대를 열어 놓았다.
본래 ‘천일야화’에 들어 있지 않았으나 1704년 이를 번역한 프랑스 작가 앙투안 갈랑 이 삽입해 놓았다는 ‘알라딘의 램프’ 이야기도 판타지를 ‘보물’로 바꿔 놓은 사례가 된다. 램프를 문지르면 요정이 나타나 소원을 들어 준다는 설정은 21세기에 ‘터치 폰’ 문화로 세계를 뒤덮었다. 한국의 경우, 지금 남녀노소의 절반 이상이 그 환상의 램프를 문지르며 살아간다.
“네 눈에 보이는 일로 말미암아 네가 미치리라”(신 28:34).
그러나 아랍인들에게 지금 최고의 ‘보물’은 탄화수소물인 ‘석유’다. 공기가 없는 상태에 서 바다 유기물이 분해되며 형성되었다는 석유 중의 탄소는 83~87%로 탄소 99.95%의 다이아몬드를 연상케 한다. 창조주는 왜 이것을 아랍인들에게 주었을까? 20세기 이후 에너지 공급의 주역인 석유는 전 세계 매장량이 9991억 배럴, 그 65.2%를 이슬람 지역이 차지하고 있다.†
김성일 (소설가)
1961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전 대우중공업 이사를 지냈다. 기독교 소설과 추리, 역사소설을 주로 쓴 기독교문학가로 유명하다. 저서로는 <성경과의 만남>, <성 경으로 여는 세계사 1, 2, 3>, <하나 되게 하소서>, <문화전쟁의 시대>, <제3일의 소 망> 등 다수가 있다.
※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