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칼럼

[시온의 소리] 꽃밭을 거닐었으면 사막으로 가라

‘꽃밭을 여행했으면 사막으로 가라/ 사막을 다녀왔으면 다시 꽃밭으로 가라/ 꽃밭의 향기를 사막에 날리고/ 사막의 침묵을 꽃밭에 퍼뜨리라/ 꽃밭에는 사막의 별이 뜨고/ 사막에는 꽃밭의 꽃잎이 날리리니.’

내가 쓴 ‘꽃밭 여행자’라는 시다. 우리는 꽃밭만 거닐고 싶어한다. 꽃의 향기와 나비의 춤을 볼 수 있는 화원의 평화를 원한다. 그러나 꽃밭을 여행했으면 밤의 침묵과 고독, 목마름이 있는 사막으로 가야 한다. 가수 이선희의 ‘클라이막스 콘서트’에 갔을 때 ‘나는 간다’라는 노래가 가슴을 사무치게 했던 기억에 남는다.

‘낙타를 타고 사막의 모랫길을 간다/ 너무도 다른 사막의 낮과 밤/ 해는 타 올라 내리쬐고 시린 밤 별은 손에 닿을 듯 있다… 저 넓은 사막을 나는 간다.’

우리 사회는 자연환경의 사막화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영성의 사막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할 때 우리는 교회라는 ‘꽃밭’을 떠나 세상의 사막으로 가야 한다. 과거 3·1운동 당시 대부분 목사와 장로들은 정치적 행보로 비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나서는 것을 꺼렸다.

무엇보다 종교의 본질이 다른 타종교 사람들과 독립운동을 같이 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과 의구심이 남아 있었다. 그럴 때 남강 이승훈 장로는 막말에 가까울 정도로 강력하게 호소하며 설득했다. “여보시오들. 나라 없는 놈들이 무슨 천당을 간단 말이오. 백성들이 다 지옥에 있는데 당신들만 천당에 가서 고통받는 백성들을 내려다보고 있을 겁니까.”

그래도 감리교의 신석구 목사 같은 경우는 기독교의 정체성을 포기하면서까지 타종교와 함께 독립운동을 해야 하는지 갈등이 많았다. 그래서 금식하며 기도하던 중 기독교 진리의 정체성을 가지면서 나라를 찾고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확신이 생겼다. 그래서 신 목사는 33인 가운데 나중에야 동참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그때부터 절대로 소극적으로 독립운동을 하지 않고 일제와 어떤 경우도 타협하지 않으면서 끝까지 신사참배 반대 운동을 했다.

신 목사의 영향으로 당시 한국교회 목회자들은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다. ‘아, 우리는 너무나 교회 안에만 있었다. 이제 적어도 목양의 영역을 민족으로 확대하고 국가적으로 확대하자. 독립운동을 하는 것은 정치적 일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야말로 민족목회, 국가목회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당시 기독교인 숫자는 적었지만 3.1운동을 가장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독립운동을 하게 되면서, 민족 종교로 자리매김하며 폭발적 부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들은 교회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목양의 꽃밭을 일군 것이 아니라 목회 영역을 민족적, 국가적으로 확대했다. 기꺼이 민족의 광야로 달려간 것이다. 이를 통해 빼앗긴 들녘, 곧 사막화된 조국 강산에 꽃밭의 향기를 날린 것이다. 그리고 사막의 침묵과 고독을 교회 안에 가져온 것이다. 그래서 우리 기독교가 민족종교, 애국 종교가 될 수 있었다.

오늘의 한국교회도 마찬가지다. 우리만의 신앙적 카르텔과 이너서클만을 쌓고 갇혀 있으면 안 된다. 지금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교회생태계를 깨뜨리려는 반기독교적 사상과 문화가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우리가 이러한 음모를 막지 못하면 한국교회도 머지않아 유럽교회들처럼 사막화돼 버리고 말 것이다. 우리가 선지자의 눈을 가지고 내부적으로는 성경적 가치를 지키며 외부적으로는 연합해 기독교 사상과 문화의 영향력을 확대해야 할 때다.

그대는 지금도 여전히 꽃밭만 거닐고 있는가. 교회 안에서만 은혜를 소모적으로 즐기고 있는가. 교회 안에서 꽃향기를 맡고 은혜를 만끽했으면 우리 모두 함께 사막으로 나가자. 그냥 가지 말고 꽃밭의 향기를 가지고 나가자. 그리고 사막의 침묵을 꽃밭에 퍼뜨리자. 그럴 때 꽃밭에는 사막의 별이 뜨고, 사막에는 꽃밭의 꽃잎이 날리리니.

소강석(새에덴교회 목사)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76602&code=23111413&sid1=mco

소강석 (목사)

새에덴교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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