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끝자락에 서서

해마다 12월이 되어 달력에 더 이상 넘길 페이지가 남아있지 않게 되면 ‘한 해를 정리해야 할 때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1년 동안 있었던 행복했던 기억, 아쉬웠던 경험, 감사했던 일들, 미안했던 순간들을 하나하나 되짚어보며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고 나면 올해도 하나님께서 함께해주셔서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2018년 10월 22일 이 시대의 영적 거장 중 한 명인 유진 피터슨 목사님이 하나님 품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는 ‘목회자들의 목회자’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후배 목회자들이 사명에 기쁨으로 헌신할 수 있도록 글과 설교를 통해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또 사람들의 존경을 받을 만큼 청렴과 절제의 인생을 살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아쉬워하며 그의 삶을 정리하는 추모의 말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의, 그 어떤 말보다 유진 피터슨 목사님 본인의 유언 한 마디가 그의 인생을 가장 잘 정리해준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Let’s go(함께 갑시다.)” 그는 임종 직전 몇 번 미소를 짓더니 편안하게 이 말을 남기며 세상을 떠났습니다. 내가 무엇을 이루었다고 자랑하는 것도, 무엇이 부족했다고 후회하는 것도 아닌 인생의 마지막 자리에서 다시 새롭게 시작한다고 이야기한 것입니다.

우리의 삶도 이와 같으면 좋겠습니다. 1년을 살다 보면 한 해의 마지막인 12월을 맞이하게 되는 것처럼 인생을 살다보면 삶의 마지막인 죽음의 순간이 찾아오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이 끝을 향해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유진 피터슨 목사님이 고백한 것처럼 새로운 시작을 향해서 나아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 입니다.
한 해의 끝자락에 서서 지난 일들을 감사함으로 잘 정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성령님과 함께하는 새로운 출발을 준비할 수 있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형제들아 나는 아직 내가 잡은 줄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달려가노라”(빌 3:13~14).†

(恩海)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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