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 밑에 보물 있다

한 해를 돌이켜 보면서 느끼는 것은 많은 기대가, 꿈이, 희망이 깨어졌다는 것입니다. 무수히 깨어진 것들을 쓸어 담는 씁쓸함, 그것이 한 해 마지막 우리의 자화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깨어진 꿈 거기에도 섭리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면 큰 은혜가 됩니다.

13세기 페르시아 시인 루미는 말했습니다. “폐허 밑에 보물 있다”고.

한 해 동안 실패했다고 느끼는 것, 내 뜻대로 안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도 다시 살펴보면 다 하나님의 섭리가 있습니다. 조각이불은 버려진 조각들을 모아 완성한 작품입니다. 깨어지고 찢어진 미완성이 모아져서 완성품이 되는 것, 그것이 하나님의 섭리입니다.

금년 10월, 9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테너 안형일 성악가가 제자들과 함께 연주회를 가져 황금빛 노익장을 과시했습니다. 연주회 전 한 신문과 인터뷰를 가졌는데 거기서 탁월한 발성법을 터득하게 된 동기에 대해 밝힌 바 있습니다. 그가 젊은 시절, 연주회를 하루 앞두고 간장게장을 먹었는데 그만 식중독에 걸려 밤새 고생을 하게 되었습니다. 공연 당일 취소까지 검토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할 수 없이 탈진에 가까운 몸으로 무대에 서게 되었는데 놀랍게도 최상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힘을 다 빼니까, 그야말로 인간이 자신했던 힘을 다 버리니까 절정의 소리가 나오더라는 인터뷰 내용이었습니다.

최악이 변해 최상이 된 것입니다. 최악의 상황이라고 절망할 것 없습니다. 우리 하나님은 합력하여 선을 이루게 해주시는 분이십니다. 올 해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고 많은 것이 깨어지는 체험을 했습니다. 그러나 인간에 실망하고 환경에 절망하는 것보다 그것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섭리에 초점을 맞추고 감사하면 길이 다시 열립니다.

“하나님이 자기를 사랑하는 자들을 위하여 예비하신 모든 것은 눈으로 보지 못하고 귀로 듣지 못하고 사람의 마음으로 생각하지도 못하였다 함과 같으니라”(고전 2:9).†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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