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겨우내 조용했던 세상이 갑자기 분주해집니다. 어디선가 온기를 품은 바람 이 산과 들로 불어오고, 무채색 단조롭던 풍경이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다채로운 색깔을 만들어냅니다.
추위로 움츠리고 있던 나무들도 봄이 되면 가지마다 잎눈과 꽃눈을 내며 몸을 펴고 자라나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여름이 되면 무성한 잎을 흔들며 광합성을 하며 영양분을 모았다가 가을에 향긋한 과실을 풍성히 맺은 뒤 겨울이 되기 전 잎을 떨어뜨리고 다시 죽은 듯이 성장을 멈추고 추운 겨울을 버텨낼 것입니다.

이렇게 한 해를 지내고 나면 나무에는 하나의 나이테가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나무의 연수를 알려주는 나이테는 그냥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나무는 부름켜라는 세포를 가지고 있는데 날이 따뜻한 봄과 여름에는 부름켜가 빠르게 세포분열을 하며 나무가 자라납니다. 빨리 성장하기 때문에 세포들이 부드럽고, 넓은 면적을 차지하며, 색도 밝은 색을 띄게 됩니다. 그런데 겨울이 다가오면 부름켜의 세포분열 속도가 줄어들고 한 겨울에는 거의 성장을 하지 않습니다. 이때 생성된 세포들은 단단하고, 아주 좁은 선의 형태를 띠게 되고, 색도 어둡습니다. 따뜻할 때 생성된 부름켜와 추울 때 생성된 부름켜가 색이 다르기 때문에 나무에 나이테가 생기는 것입니다. 따뜻한 봄, 무덥고 습한 여름, 서늘한 가을, 춥고 건조한 겨울을 지낸 후에야 한 개의 나이테가 생기는 것입니다. 나무는 이 모든 과정을 통과하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신앙이 성장하는 모습을 가만히 살펴보면 나무에 나이테가 생기는 것과 참 많이 닮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예수님을 따라가는 신앙의 여정은 기쁨이 넘치는 봄, 열정과 소망의 여름, 응답의 가을도 있지만 고난과 인내의 겨울을 모두 거쳐 가야 하는 길입니다. 인생에 겨울이 찾아올 때는 하루하루 괴롭고 견디기 힘든 좌절감이 찾아옵니다.

그러나 겨울은 반드시 지나가고 봄이 돌아온다는 사실을 기억하길 바랍니다. 힘겨운 겨울이 찾아오면 삶에 불필요한 나쁜 습관의 잎들을 다 떨어뜨리고 신앙을 재정비하고 있으면 됩니다. 그러면 어느 날 갑자기, 어디선가 불어오는 따뜻한 봄의 바람을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고난의 겨울을 통과할 때마다 우리의 신앙은 선명한 나이테를 하나씩 만들어가며 아름답게 자라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