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달리는 아들과 순간을 사랑하는 아빠

제발, 더 오랫동안

원기는 스파이더맨을 좋아한다. 지난해에는 후원단체의 도움으로 영화 스파이더맨의 실제 주인공을 만나기도 했다.

제발, 더 오랫동안


원기가 다섯 살 되던 해 소아조로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홍 목사는 아내와 밤마다 나눈 이야기가 있다.
“원기가 유치원을 졸업할 수 있을까? 원기가 초등학교에 갈 수 있을까? 시간이 흘러 원기가 유치원 졸업발표회를 하던 날, 아내와 저는 긴장해서 큰 눈만 껌뻑거리던 녀석을 보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이제 열세 살이 된 원기는 말하는 것이나 생각하는 것이 사춘기에 접어들 나이가 됐어요. 그래도 녀석은 제 새끼손가락을 잡아야 할 만큼 키가 작아요. 저는 녀석이 얼른 커서 손을 잡고, 더 크면 어깨동무를 할 수 있었으면 하는 상상을 했어요. 물론 전혀 상상치 못한 방향으로 인생은 흘러갔지만… 죽을 것 같았던 그 힘든 시간이 우리 가족을 더 끈끈하게 엮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우리 네 식구는 이제는 진짜 가족이 된 것 같아요. ‘하나님, 원기가 제 새끼손가락을 더 오랫동안 쥘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매일 기도하고 있어요.”

보스턴의 아동병원에서 원기는 동갑이면서 자신과 같은 질병을 앓고 있는 콜롬비아에서 온 미겔이라는 친구를 만났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손짓 발짓으로 의사소통을 하며 둘은 친구가 됐다.
“원기가 미겔이라는 자신과 비슷한 아이를 만났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짐작이 안 됐어요. 그런데 둘도 없는 친구가 되는 것을 보며 참 감사했습니다. 그 때의 인연으로 미겔과 어머니를 작년에 두 차례 한국으로 초청해서 좋은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제주한라병원에서 미겔의 건강을 검사해봤는데 간 수치가 너무 높고 당뇨와 대사질환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미겔은 보스턴 병원에서 준 약을 6년 동안 복용하고 있었기에 충격이 더 컸지요.”
미겔의 방한을 통해 홍 목사는 그 전부터 생각해오던 것을 실천하리라고 결심했다. 바로 아시아 지역의 소아조로증 연구재단을 설립하는 일이다. 미국에 있는 소아조로증 재단은 아이들을 분석하고 약을 찾는 일에만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홍 목사는 소아조로증을 앓고 있는 아이들과 가족들이 함께 위로하고 연대하는 일이 매우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후 그의 기도제목은 환아들과 가족들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아시아 프로제리아(소아조로증) 연구 재단을 만드는 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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