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달리는 아들과 순간을 사랑하는 아빠
미친 거지, 당신!
미친 거지, 당신!
아빠 홍성원 목사는 원기가 소아조로증이라는 진단을 받은 날을 잊지 못한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목사이기 이전에 한 아이의 아빠로 하나님에게 원망의 소리를 외쳤다. “미친 거지, 당신!” 그는 죄를 지었다면 자신에게 벌을 내려야지, 왜 아들에게 벌을 내리는 거냐고, 이해할 수 없다고 수없이 소리쳤다. 하나님을 향한 원망과 원기에 대한 연민 때문에 한동안 마음을 가눌 수 없었다.
“당시에 아마 제가 목사가 아니었으면 신앙을 버렸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당장 며칠 후 주일에 교회에 가서 성도들에게 설교를 해야 했어요. 하나님에 대한 원망과 불신이 가득 찬 상태에서 설교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힘들었어요. 그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돌이켜보면 교회에서 성도들에게 깊은 위로를 받으면서 마음의 상처가 회복되었던 것 같아요.”
원기를 치료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을 모두 찾아 헤맸다. 침도 맞아보고 아빠의 지방에서 추출한 지방 줄기세포 주사요법도 시도했다. 그러다가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 미국 보스턴에 조로증재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재단과 연락을 하며 임상실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기다렸다. 4년이 지나도 기다리라는 소식밖에는 없었다. 긴 기다림에 포기할 무렵 마침내 보스턴에서 연락이 왔다. 가족 모두 보스턴으로 달려갔다.
“보스턴에서 온갖 검사를 하고 2년치에 해당하는 약을 받아왔어요. 한국에 돌아와서 약을 먹였어요. 첫날은 괜찮았는데 다음날부터 원기가 속이 울렁거린다고 호소했어요.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고 구토를 자주 하다 보니 위벽이 헐어 핏덩어리가 나왔습니다. 약을 먹은 지 일주일 쯤 되었을 때 변기를 붙들고 원기가 울면서 겨우 말을 꺼냈어요. ‘엄마, 나 약 그만 먹을래. 이거 먹는다고 오래 사는 것도 아니고 머리카락이 나는 것도 아니잖아.’ 약을 끊고 며칠이 지나자 원기는 밥을 먹기 시작했고, 특유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를 내며 다시 생기가 돌았어요. 4년을 기다렸던 프로젝트는 그렇게 일주일 만에 막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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