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힘 , 삶을 바꾼다

긍정언어와 부정언어에 대한 통계

지난 7월! 그 당시 굵직한 이슈들을 한 번에 잠재운 사건이 터졌다. 40대 후반의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모신문 기자들과 저녁식사 시간에 주고받은 말이 우리나라를 일시에 혼란에 빠뜨린 것이다.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 개돼지로 보고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 1%대 99%, 민중은 99%이고 나는 1%가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우리나라도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말이 언론을 통해 삽시간에 퍼졌고 전 국민적인 공분이 들끓었다. 이러한 고위층의 막말은 참 우리를 아프게 한다. 우리의 기억 속에 아직까지 남아있는 대표적인 막말 사례를 한 가지 더 소개하면, 1997년 한보그룹 비자금 청문회에서 그룹 전문경영인(CEO)이 비자금 액수를 공개하자 당시 한보 정태수 회장은 “머슴이 뭘 안다고! 머슴이 곳간에 뭐가 들어 있는지 어떻게 아느냐, 주인인 내가 잘 안다”는 말을 해 모든 직장인들의 분노를 일으키기도 했다. 우리 사회의 지도층으로서 언어 사용에 대한 심각성을 일깨워주는 사례이다.

작년 6월에 국민대통합위원회에서 언어 사용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전국 일반 국민 13세 이상 1000명, 전화조사)를 실시해서 발표했다. 먼저 언어 사용과 관련해 가장 우려되는 점을 질문했는데 ‘청소년들의 비속어, 신조어 사용’이 53%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그 다음으로 ‘사회지도층의 막말’ 15%, ‘언론이나 방송에서의 저속한 표현’ 12% 등의 순으로 지적해 우리 국민들은 어른보다는 청소년들의 언어생활이 훨씬 더 심각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는 언어 사용 관련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누가 노력해야 하는지 물었는데 ‘언론/방송’ 36%, ‘가정’20%, ‘실제 언어 사용하는 개인’ 17%, ‘교사/학교 등 공교육’ 14% 등의 순으로 가정
이나 학교보다 언론/방송의 역할을 가장 크게 기대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실제로 서로 다른 세대와 대화나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 소통이 잘 되는지 물었는데 ‘소통이 잘 된다’ 59%, ‘소통이 안 된다’ 32%로 국민 세 명 중 한 명 가량은 다른 세대와 언어 소통할 때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였다. 특히 서로 다른 세대와 대화시 은어 사용으로 불편함을 경험한 비율은 43%나 되었다. 청소년들이
은어를 사용함으로 우려되는 점은 ‘개인 인격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가 31%로 가장 높았는데, 이러한 청소년 은어 사용과 관련해 대부분의 국민(86%)은 가정 및 사회가 바로 교정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청소년의 올바른 언어 사용을 위한 노력으로 국민들은 ‘언론/방송에서 바른 말
쓰기 노력’(24%), ‘학교에서의 인성교육’(24%), ‘가정교육 강화’(20%) 등을 지적했다.


우리의 미래, 청소년들의 언어 사용
이 조사결과에서도 나타났지만 우리 국민들의 언어생활의 심각성은 어른보다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초점이 맞춰진다. 앞의 국민여론조사와 함께 온라인 상에서 사용하는 청소년들의 언어를 빅데이터 분석(13만2천건)을 통해 알아보았는데 이는 더욱 충격적이다. 분석 결과 온라인 웹사이트에서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표현 중 32%가 욕설, 상처, 폄하 등 저속한 표현과 은어로 나타났다. 특히 욕설의 경우는 친구와 48%, 불특정인에게 25%였다. 믿기 어렵지만 청소년들의 절반이 온라인 상에서 친구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욕설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 되면 그대로 방치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온 것 같다.

청소년들의 부정적인 언어 사용에 대해 조금 더 심층적으로 들어가보자. 청소년들의 차별/편견적인 언어 사용에 대해 한국교총에서 2012년 9월 조사하였는데 (전국 초중고 1천940명, 온라인조사) 몇 가지만 소개한다. 조사결과 학생들이 가장 많이 듣는 차별/편견적 언어는 친구들로부터는 ‘외모’, 부모로부터는 ‘형제간 서열’, 교사로부터는 ‘성적과 관련된 내용’인 것으로 밝혀졌다. 먼저 친구들로부터 ‘키, 몸무게, 신체부위 장애 등 외모’를 이유로 차별/편견의 말을 들은 적 있다는 비율이 32%였다. 또 외모 외에 ‘너희 집은 그것도 없냐?’, ‘부모님이 그런 일도 하시냐’ 등의 말도 상당수 듣고 있었다.

한편 부모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차별/편견적인 언어는 형제간 서열 문제인데 ‘첫째가 모범을 보여야지’, ‘네가 형이니까 동생에게 양보해’ 등의 말을 들은 경험이 25%였다. 그밖에 부모로부터 ‘머리가 나쁜 것 같아’, ‘도대체 누굴 닮은 거야’, ‘언니, 오빠처럼 공부좀 해라’ 등 학업성적이나 지능을 이유로 차별/편견적 말을 들은 경험이 26%에 달했다. 또 ‘하고 다니는 꼴이 꼭 ‘OO같구나’, ‘옆집 친구 봐라’와 같이 생활태도 관련 거친 말을 들은 경험도 21%로 나타났다. 반면 교사로부터는 친구, 부모에 비해 차별/편견적인 말을 들은 비율이 상대적으로 적었으나, ‘다른 애들처럼 공부 안 하니?’와 같은 학업과 관련된 말을 들은 비율이 17%로 나타났다.

학생들이 꼽은 가장 마음에 상처로 남은 말 1위는 ‘너는 왜 그 모양이니?’(29%) 같은 비하적 표현이었으며, 이어서 ‘OO처럼 공부 좀 잘 해라’(24%), 신체관련 비하의 말(21%), ‘내가 너 그럴 줄 알았어’(20%) 등이었다. 한편으로 학생이 뽑은 가장 좋은 느낌을 주는 말 1위는 ‘기운 내, 할 수 있어’(28%), ‘너는 참 좋은 애 같아’(22%), ‘너는 소중한 사람이야’(21%), ‘네가 자랑스러워’(14%), ‘사랑해’(13%) 등의 순이었다.

여기서 놀라운 사실은 차별/편견적 언어 사용과 관련하여 가정이나 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었는지 질문했는데 대부분의 학생(80%)이 ‘없다’고 응답했다. 전사회적으로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바른 언어교육이 필요하다는 반증이다.

어른부터 솔선수범
성경에서 말을 잘못해 죽음까지 초래한 인물이 있다. 나발이다. 그는 다윗의 보호 아래 양털을 깎고 수입을 많이 얻은 자였다. 그런데 다윗이 나발에게 종들을 보내 떡과 건포도 등 약간의 식물을 얻어오게 했는데 그만 나발이 종들에게 막말을 해댔다. “다윗은 누구며 이새의 아들은 누구냐. 근일에 각기 주인에게서 억지로 떠나는 종이 많은데 내가 어찌 내 떡과 고기를 어디로서인지 알지도 못하는 자들에게 주겠느냐?”

결국 나발은 이 말 때문에 죽임을 당하게 된다. 예수님은 산상수훈 말씀에서 “형제를 대하여 라가라 하는 자는 공회에 잡혀가게 되고, 미련한 놈이라 하는 자는 지옥 불에 들어가게 된다”고 말씀하셨다. ‘라가’라는 말은 유대인들이 욕할 때 쓰는 말로 결국 욕하지 말라는 말씀이다. 예수님은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것은 마음에서 나오나니 이것이야말로 사람을 더럽게 하느니라”고 하셨다. 예수님은 말을 마음의 문제로 인식하셨다.

청소년들의 언어 사용 문제는 이제 한국사회의 문제이고 미래의 문제가 되어 버렸다. 이에 대한 해결은 우리 어른들이 먼저 솔선수범하는 모습이 필연적이다. 언어학자들은 개인의 집단 활동이 부정적인 언어 사용을 감소시킨다고 말하고 있다.
즉 집단 활동에서 얻는 정서적 지지가 욕설, 은어, 폄하 등의 부정적 언어 사용을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이를 보면 청소년 시기에 교회 공동체 활동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한국교회가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 아울러 차제에 한국교회 차원에서, 언론과 함께 전국적으로 바른 언어생활운동을 벌여나간다면 이 사회를 더욱 더 밝게 하는 복음적 활동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본다.†

지용근 (대표)

(주)지앤컴리서치, 목회데이터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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