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등불이 된 진리의 복음
독립투사--안옥윤의 실제 모델 남자현 지사
민족의 반역자를 처단하려는 여성독립투사의 모습을 통해 주권을 잃어버린
백성의 아픔과 더불어 민족의 정기를 바로 세우려는 의지가 높이 솟아있음을 보게 된다.
그런데 역사물이 관객의 삶에 의미를 주기 위해서는 반드시 역사적 근거가뒷받침되어야 한다. 멋진 미모를 동반한 여성독립투사의 이미지는 비록 상업적 영화가 만들어낸 연출효과라 할지라도 과거에 과연 친일파 매국노와 일본의 고위직 인사를 암살하려던 여성독립투사가 존재했었는가에 대한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면 영화의 효과는 반감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안옥윤의 실제 모델이 존재했었고, 아울러 그녀가 기독교인이란 사실에서 우리는 이 영화에 담긴 역사를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다.
남자현(南慈賢·1872~1933) 지사.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는 남자현 지사를 소개하는 글이 실려있다.
“1919년 만주로 망명하여 서로군정서(西路軍政署)에서 활약하는 한편,독립운동을 전개하는 각 단체와 군사기관, 농어촌을 순회하면서 독립정신을 고취하였다. 동만주 12곳에 교회와 예배당을 세워 전도하였으며, 10여 곳에 여자교육회를 설립해 여성을 계몽하는 데도 힘썼다.”
의병으로 전사한 남편의 뒤를 이어 독립운동에 뛰어든 남자현 지사는 1925년에는 영화에서처럼 박청산, 채찬 등 남성 독립군과 모의하여 서울로 잠입, 총독이었던 사이토 마코토(齋藤實)의 암살을 계획하기도 했었다. 만주로 돌아간 이후에는 독립군의 어머니로 불리우며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부상당한 독립군을 간호하는 한편으로 교회를 돌보는 일을 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1933년 만주 괴뢰정부 건국일에 맞추어 친일파 이규동과 만주대사 부토 노부요시(武藤信義)를 살해하기 위해 연락과 무기운반 임무를 수행하다 일본 경찰에 붙잡혀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전통적인 유교가정에서 성장한 남자현 지사가 기독교독립투사의 삶을 살게 된 결정적 계기는 3·1운동이었다. 3·1운동은 한민족이 살아있음을 보여준 쾌거인 동시에 3·1운동을 주도한 인사들이 대부분 기독교인임을 깨닫고 그녀는 기독교신앙이야말로 조선의 독립과 발전에 필요한 원동력임을 확신했던 것이다. 교회를 세우고 여성들을 계몽하는 한편으로 독립투쟁에 나선 일은 남자현 지사에게 있어서는 나라를 되찾기 위해서 가야하는 같은 길이었음이 분명하다.
“16년 전의 임무, 지금 실행합니다"
남자현 지사의 생애는 현대를 사는 한국의 기독교인들에게 큰 자부심과 사명감을 부여한다. 첫째는 신앙과 나라 사랑과의 관계를 명확히 정립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르쳐준다. 하나님은 온 우주를 창조하시고 주재하시는 분이지만, 한 개인과 나라를 통해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시는 분이기도 하다.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나 하나님께서 우리와 나라를 통해 이루시기 원하는 하나님 뜻을 분별하고 세상의 공의를 실현하며 하나님 사랑을 전할 책임이 있다.
둘째, 나라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도 남 지사가 12곳에 교회를 세운 일은
우리에게 감동과 도전을 주는 일이다. 이것은 인생과 국가의 문제에 있어서 신앙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일인 까닭이다.
셋째는 남 지사가 당시의 여성기독교운동가들처럼 여성계몽운동에 나선 일에 주목해야 한다. 일제시대의 여성이란 여전히 가부장적인 유교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야 하는 무지와 편견의 대상이며 연약한 인간이었음을 알 수 있다. 조선독립의 꿈은 이들을 신앙과 교육으로 깨우쳐야 한다고 믿은 남 지사의 활동은 대한민국의 여성교육의 발전으로 증명되었다. 약자가 보호받고 여성이 교육을 받는데 소홀함이 없으며 여성지도자를 세울 줄 아는 사회가 선진국이란 사실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신앙으로 교육받은 여성은 남성이 미처 할 수 없는 위대한 일을 거행하기도 한다.
영화 「암살」의 명장면은 일본 밀정으로 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방 후에 경찰 고위직에 오른 염석진을 안옥윤이 처단하는 장면이다.
“16년 전의 임무, ‘염석진이 밀정이면 죽여라’ 지금 실행합니다.”
안옥윤은 김구선생으로부터 받은 명령을 해방이 된 이후에라도 반드시 지켜내고 만다. 한국인이라면 해야만 했을 일제청산을 기독교여성독립투사를 모델로 삼은 여주인공이 대신 해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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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구 (교수)
고신대 국제문화선교학과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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