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창업 통해 전도의 접점을 넓혀라… 교회가 인큐베이터 역할
작성일2019-07-16
서울 서대문구 금화터널에서 이어지는 봉원고가차도를 내려서자마자 오른쪽으로 ‘스튜디오웝’이 보였다. 이곳은 치즈케이크와 밀크티가 맛있다고 소문 난 카페다. 지난 12일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니 소문이 과장이 아니었단 걸 알 수 있었다. 33㎡(10평)쯤 되는 공간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이 많았다. 이날은 중국인 관광객들도 북적였다. 케이크를 구입해 가지고 가는 손님들도 줄을 이었다.
카페는 연세대와 이화여대 사이에 있다. 요즘은 방학이라 학생들이 없다. 비수기일 법 한데 그렇지 않았다. 사장 김연준(27)씨는 “대학 방학과 상관없이 손님이 많다. 늘 이렇다”며 환하게 웃었다. 카페는 김씨와 동갑내기 친구인 이규원, 계동윤씨가 2017년 7월 공동창업했다. 첫 사업에서 대박을 터트린 셈이었다.
하지만 이 카페는 다른 게 있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문을 닫는다. 다른 날도 아니고 손님이 가장 많을 주말에 문을 닫는 이유는, 뜻밖에도 교회 봉사를 위해서였다. 세 명의 사장은 모두 일산광림교회(박동찬 목사) 청년들이다. 평균 25살 청년들에게 창업을 권한 건 박동찬 목사였다. 박 목사는 평소 기독 청년들이 사업을 해야 한다는 소신이 있었다.
“기독 청년들이 사업을 하고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확산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왔습니다. 그래서 창업 지원을 결정했죠. 스튜디오웝이 청년 창업 2호점입니다. 1호점은 경기도 일산의 교회 근처에 있는 카페 ‘제이플랜’이고 3호점은 온라인 쇼핑몰이에요. 이들이 수익 중 일부를 또 다른 창업에 지원할 겁니다. 선순환인 거죠.”
사업 자금은 박 목사와 몇몇 교인들이 사비를 털어 마련했다. “뜻있는 교인들이 후원했고 저도 마침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얼마 안 되지만 상속을 받아 그걸 내놨습니다. 작은 도움을 줬는데 결실이 너무 크네요.” 물심양면의 지원을 한 이유에 대해 박 목사는 “세상과 호흡하는 데 필요한 일”이라고 했다.
“청년들이 교회 안에만 있으면 세상과 접촉할 기회는 많지 않아요. 작정하고 사회로 진출하려고 해도 길이 없죠. 하지만 스튜디오웝 같은 카페에선 항상 세상과 호흡할 수 있잖아요. 교회가 당연히 도와야죠.”
이 같은 그의 설명은 ‘교회의 신선한 표현(FX·Fresh Expressions)’ 운동과 맞닿아 있었다. FX 운동은 새로운 교회의 존재 양식을 찾아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영국에서 시작됐다. 실제 박 목사는 최근 열리는 FX 운동을 주제로 한 콘퍼런스의 강연자로 자주 초청을 받고 있다.
박 목사는 “요즘 FX 운동에 관심을 두다 보니 우리 교회가 하는 일이 바로 이 운동이더라”며 “청년들에게 이곳은 사업을 하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교회라고 말한다”고 했다. 옆에 있던 김씨도 박 목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말했다.
“스튜디오웝이 교회라고 생각합니다. 생업의 공간이 교회이니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동업자들도 교회 친구들이니 교회 행사가 있으면 쿨하게 문을 닫습니다. 다음 달 보름 정도의 선교여행을 가는데 문 닫고 갈 예정입니다. 휴가 낸다고 상사 눈치 안 봐도 되고 너무 좋죠. 이렇게 쉬어도 매출은 꽤 나옵니다. 감사한 일이죠.” 김씨는 이 말을 끝내자마자 카페에 들어온 손님을 응대하기 자리를 떴다. 손님은 쉬지 않고 들어왔다.
1호점도 일산의 명소가 됐다. 132㎡(40평) 규모의 ‘제이랜드’의 주인도 교회 청년들이다. 이곳도 주말엔 문을 닫는다. 문을 닫은 카페엔 청년부원들이 모여든다. 카페이자 소통의 공간이며 교회인 것이다.
박 목사는 두 곳의 카페가 실제 교회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바람도 전했다. “공간만 있다고 교회가 될 수는 없죠. 카페 회원들을 모으라고 사장들에게 제안했습니다. 이 회원들이 소그룹 모임도 갖고 봉사활동도 하다 보면 예배 공동체가 되지 않을까요.”
일산광림교회는 청년들에게만 기회를 주는 것은 아니다. 중·고등부 학생들에겐 동아리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한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친구들도 참여할 수 있다. 청소년들은 동아리를 통해 지역사회와 소통한다.
박 목사는 “중·고등부 학생들을 보며 늘 마음이 아팠다. 시키는 것만 잘하는 수동적 아이들이 돼 버렸다“며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해보라고 했다. 그게 동아리 만들기였다”고 했다. ‘유기견반’ ‘바둑반’ ‘농구반’ ‘영화감상반’ ‘게임반’ 등 25개쯤 되는 동아리가 생겼다. ‘힐링반’의 경우 여학생들이 교사와 함께 온천에 다니는 동아리라고 한다.
교회는 교회학교의 체질도 바꿨다. 아이들은 여전히 교사들을 ‘쌤’이라고 부르지만 교회가 부여한 정식 명칭은 ‘가디언’이다. 아이들을 돌보는 역할에 방점을 찍은 호칭이다. 이 교회 가디언들은 동아리 고충 처리반이다. 성경공부는 10분 안에 끝낸다. 대신 ‘서로 사랑하라’ ‘항상 기뻐하고 감사하라’ ‘친구를 용서하고 이해하라’고 가르친다.
박 목사는 다음세대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는 게 새로운 교회를 향한 첩경이라고 했다. “다음세대에게 기회를 줘야 합니다. 세상 속에서 공동체를 만들도록 해야죠. 이곳이 결국 교회가 될 것입니다. 청년 사장들은 선교사입니다. 언젠간 다양한 공간에서 예배드리는 날이 올 겁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88587&code=23111113&sid1=c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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