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없던 바나와족에 이야기성경 선물

작성일2019-03-24

브라질 아마존 바나와 인디오 부족과 함께한 강명관 선교사. 강명관 선교사 제공

강명관(55) 심순주(51) 선교사 부부는 맹수와 독충 그리고 고립된 지리적 위치 때문에 그 누구도 가기를 꺼리는 브라질 아마존에서 2000년부터 복음을 전하고 있다. 성경번역선교회(GBT)와 명성교회에서 파송 받았다. 지난 20년 동안 바나와 부족과 함께 살면서 성경을 부족 언어로 번역했다. 지난해 12월 문자가 없던 바나와 부족에게 그들의 언어로 쓰인 성경책이 전해지기까지의 이야기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브라질 아마존 정글엔 250여 부족 30만명 이상의 인디오들이 살고 있다. 바나와 부족은 100여명의 소수부족이다. 강 선교사는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찾으시는 예수님의 마음으로 그들에게 다가갔다.

“누가복음을 통해 99마리 양 가운데서 잃어버린 한 마리의 양을 찾아다니시는 주님의 사랑을 느꼈습니다. 주님께 큰일 큰 업적 큰 제사를 지내고 싶었던 마음을 회개하고 바나와 부족을 만났습니다.”

바나와 부족은 문자와 책을 대하는 걸 힘들어했다. 강 선교사는 구전 문화권인 이들에게 성경을 이야기로 들려줬다. 그들은 들은 이야기를 남에게 그대로 전달했다.

“성경에서 하나님의 구속사 관점의 100가지 이야기를 뽑았어요. 천지창조, 노아와 홍수, 아브라함 모세 예수님, 사도 바울, 종말과 심판 등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이야기 성경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강 선교사는 한 권의 성경을 이들에게 전하기 위해 먼저 이들의 언어를 배우고 분석해 문법과 사전을 만들었다. 이야기 성경을 만드는 동안 힘들었던 것은 이들에게 없는 추상명사를 번역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용서 영광 거룩 유혹 감사 등이다.

“용서의 개념을 이들의 문화 속에서 찾아내기 위해 옆 사람의 발을 밟기도 했어요. 그때 ‘용서해달라는 것을 뭐라고 말해야 하느냐’고 물었어요. ‘네가 잘못한 것을 내가 잊어준다. 기억하지 않을게’라고 답했어요. 이들에게 용서란 ‘기억하지 않는다’였어요. 진정한 용서란 상대의 잘못을 한 번, 두 번, 일곱 번 기억하며 용서해주는 것이 아니라 아예 기억하지 않는 하나님의 용서를 바나와 부족을 통해 다시 배우게 됐지요.”

또 세상 죄를 지고 가는 ‘어린양 예수’를 번역할 때였다. 양 대신 돼지를 키우는 부족은 아무리 양을 설명해도 알아듣지 못했다. 돼지는 구약성경에 불결한 짐승이며 양은 정결하면서도 신약에서는 예수님을 상징하는 말이기에 대체 불가의 단어였다.

“시내에서 양을 사서 경비행기에 실어와 알려주면서 세상 죄를 지고 가는 어린양 예수님을 설명했어요. 양을 브라질 말로 ‘카네이루’라고 설명하며 그렇게 사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바나와 부족이 회의하더니 양이 ‘양~양~’하고 우니 양을 ‘양’이라 하겠대요. 그래서 바나와 부족에게 양은 양이 됐습니다.”

테이블 위에 놓인 ‘바나와 이야기 그림성경’ ‘아마존 이야기 성경. 강명관 선교사 제공

강 선교사는 지난해 12월 ‘바나와 이야기 그림성경’ ‘아마존 이야기 성경’을 한국에서 인쇄해 부족에게 전달했다. 20년에 걸친 작업이었다. 이제 바나와 부족은 이들의 언어로 예배를 드리고 찬양을 부른다. 조금씩 글을 읽는 청년들도 생겨나고 있다. 바나와 이야기 그림성경을 보며 같이 성경공부도 한다.

브라질 아마존에서 사역하는 다른 선교사들이 이야기 성경을 포르투갈어로 번역해 공유하자고 요청했다. 100여명을 위해 번역한 이야기 성경이 이제는 100만명 이상을 위한 아마존 이야기 성경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지현 선임기자 jeehl@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68404&code=23111117&sid1=c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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