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목사’라구요? 한국교회 파수꾼입니다

작성일2019-03-24

한국교회 주요 기관목사들이 21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심만섭 한국교회언론회 사무총장, 신광수 세계한국인기독교총연합회 사무총장, 이효상 교회건강연구원장, 김명일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사무총장, 천영철 한국교회봉사단 사무총장. 강민석 선임기자

한국교회가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교계 단체들이 분열과 대립을 지속하면서 한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대표적인 연합기구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교회연합의 분열에 이은 잇따른 통합무산이 대표적 사례다. 겉으로는 교회일치와 연합을 지향한다고 하면서 각 단체 임직원들의 자리다툼도 여전하다.

21일 오후 기독교 선교단체들이 밀집한 서울 종로5가의 한 카페. 김명일 목사 등 중년의 목회자 네댓 명이 차를 마시고 있었다. 김 목사는 “가끔 기관목사들끼리 식사를 겸한 모임을 갖는다”며 “한국교회에 대해 이야기하고 각종 현안에 대한 해법도 모색한다. 좋은 방안이 나올 때도 있지만 한탄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20년 군목생활을 마치고 2008년부터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 사무총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는 기관목사다. 교회 외에 교단 총회나 선교단체, 교단연합단체, 학교, 군(軍), 병원, 복지기관 등 특수 분야에서 복음사역에 종사하는 목회자를 말한다.

그는 “한국교회에 좋은 지도자가 많다. 그런데 다들 개인적인 능력이 뛰어나 그런지 연합행사 한번 치르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 힘들다. 각 단체 기관목사들의 올곧은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고 했다.

김 목사 등 이날 만난 기관목사들은 한국교회 위기상황과 해법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기관목사를 하며 겪은 이야기들도 진솔하게 털어놨다.

한국교회 주요단체 임직원이 ‘동성애 맞불집회’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국민일보DB

그들은 스스로를 ‘한국교회 지킴이’로 부른다. 교회를 공격하는 안티세력에 발 빠르게 대처하기 때문이다. 또 동성애와 이슬람채권 수쿠크법 문제가 발생하자 관련 단체를 설립하고 대책마련에 나선 것도 기관목사다. 대통령 선거와 총선, 지자체 선거에서 각 당과 후보를 대상으로 기독교 관련 정책을 검증하는 등 한국교회 보호에도 앞장섰다. 재해현장에서 봉사활동을 지휘하고 대형예배나 집회, 세미나, 포럼 개최 등 연합사업 성공을 위해 힘을 쏟는다.

하지만 이런 역할에도 불구하고 힘든 점이 적지 않다. 개교회나 교단 중심의 행사들이 많다 보니 연합행사가 들어설 자리가 녹록치 않다. 대우도 좋지 않다. 간혹 기관목사를 ‘담임목사 보조하는 부목사’나 ‘아르바이트생’ 정도로 취급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또 일부 새 대표와 임원들은 자기 사람을 쓰기 위해 기관목사를 의도적으로 외면하거나 비인격적으로 대하기도 한다. 사례비도 많지 않아 담임목사 청빙을 기다리거나 목회를 병행하는 기관목사도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임직원이 밥퍼봉사를 하고 있다. 국민일보DB

한국교회언론회 사무총장 심만섭 목사는 교계 기관목사의 현황과 자세에 대해 언급했다. 심 목사는 “교계 기관목사는 1000명 이상으로 추산된다”며 “아무나하는 직책이 아니다. 적어도 교회의 하나 됨에 대한 신학이 있고 연합과 섬김의 자세가 있어야 한다. 단순히 자리를 탐내는 것으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기관목사들이 교단정치에 관여하고 분열을 조장해 비판받고 있다. 기관목사는 정치가 아닌 신앙과 한국교회를 섬긴다는 겸손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무엇보다 재정을 사용하는 데 있어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 목회자들이 가장 시험받기 쉬운 것이 재정이다. 기관의 재정도 한국교회 성도들의 헌금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한국교회건강연구원장 이효상 목사는 “알아주는 이 없고 성도가 없어도 묵묵히 한국교회를 위해 청춘을 바친 분들이 바로 기관목사”라며 “한국교회의 유·무형 자산이자 보배”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기관목사들의 열정과 시선이 더 높은 곳을 향하고 희망을 품고 한국교회의 미래를 그릴 수 있도록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관목사들에게 한국교회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물었다. 세계한국인기독교총연합회 사무총장 신광수 목사는 “성경말씀에 따라 교회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한국교회봉사단 사무총장 천영철 목사는 “한국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이 복음을 전하기에 앞서 인격적으로 성숙해야 한다. 그래야 올곧은 복음을 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미래세대 사역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인구감소, 신앙교육 부재에 대한 절박함을 깨닫고 팔을 걷어 붙여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68407&code=23111111&sid1=c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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