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 뿌리 내린 한인교회, 복음 실은 선율로 전도
작성일2019-03-20
이탈리아 로마 중심가에 있는 로마연합교회(홍기석 목사)는 교회음악에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제법 유명하다. 교회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만 2만명에 육박한다. 훌륭한 솔리스트의 특송은 물론 화음이 어우러진 찬양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음악을 매개로 가톨릭의 본산인 로마에서 개신교 영성을 지키며 복음을 전하는 로마연합교회를 지난 10일 찾아갔다.
로마 국방부와 기병대 등이 있는 중심가에 위치한 교회는 1893년 미국 감리교회가 세운 건물이다. 아름다운 스테인드 글라스와 벽화가 인상적인 교회는 현재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홍기석 목사는 “이탈리아 감리교회 본부(OPCEMI)와 연합체를 구성하고 있는 발데제 교회가 함께 사용한다”며 “로마연합교회도 본부의 일원으로 이곳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탈리아 개신교의 주축인 연합체에는 발데제 교회 90여곳과 감리교회 40여곳, 성도 5만여명이 소속돼 있다.
한국의 많은 기독교인들이 이탈리아는 종교개혁과 무관하다고 생각하지만 이탈리아 개신교의 뿌리는 예상보다 깊다. 프랑스 리용에서 태어난 평신도 개혁자 발도(1135~1218)는 독일의 마르틴 루터보다 앞선 1179년 로마에서 열린 3차 라테란 공의회에서 개혁을 요구하며 종교개혁의 기치를 올렸다. 하지만 가톨릭교회는 청빈한 생활과 성경 중심의 신앙을 강조했던 이들을 무자비하게 핍박했다.
홍 목사는 “700여년간 알프스 남단인 이탈리아 피에몬테 골짜기에 숨어 살던 이들은 화형당하고 굶어 죽고 목이 잘리고 얼어 죽으면서도 신앙의 양심을 지켰다”며 “발도파의 신앙을 한국교회가 꼭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가 바쁜 목회 중 아내이자 동역자인 김정임 목사와 함께 ‘몰타에서 몽블랑까지’라는 책을 써서 발도파 신앙을 소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홍 목사는 1994년 이탈리아 선교사로 파송 받아 가족들과 함께 로마에 왔다. 1996년 공식 창립예배를 드린 로마연합교회는 이탈리아 개신교회의 정식 구성원인 동시에 기독교대한감리회 유럽지방 중앙연회의 일원으로 있다. 주일 오전에는 이탈리아 교회가 본당에서 예배를 드리고 로마연합교회는 오후 3시에 모인다. 건물 지하 공간에서 각종 소모임도 한다.
이곳 복도엔 교회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사진과 그림들이 걸려 있다. 특히 로마의 솔리스트들이라는 의미를 지닌 ‘이 솔리스티 로마’의 선교 공연 장면이 눈에 띈다. 이곳 교인의 80%가 이탈리아로 유학 온 성악가들이다. 선교지가 정해지면 저마다 일정을 조정해 공연에 합류하는 식으로 선교 공연을 해왔다.
시작은 1994년 11월 성탄절을 앞두고 유학생 10명과 홍 목사 가족이 인근 개신교 양로원을 찾아 위로 공연을 한 것이었다. 홍 목사는 “당시 우리보다 더 어려운 사람도 있을 것이란 생각에 양로원에 가서 동요 ‘고향의 봄’과 찬양 ‘예수 사랑하심은’ 등을 부르고 중간중간 제가 메시지를 전했다”며 “성탄절에 젊은 사람들이 찾아온 게 처음이라며 많은 분이 우셨다”고 회상했다.
그중 83세 개신교 은퇴 목사였던 노인이 “1년 전 마지막으로 그린 그림”이라며 선물로 작은 액자를 건넸다. 이듬해 노인은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준 그림은 지금도 교회 벽에 붙어 있었다. 홍 목사는 “이 일을 계기로 희망과 기쁨을 주자는 의미의 ‘호프앤조이’라는 선교 공연을 시작했다”며 “이탈리아 구석구석은 물론 아프리카 모잠비크와 콩고, 남미의 콜롬비아와 에콰도르 등 전 세계를 다니며 1200여회 공연을 했다”고 말했다.
공연 환경이나 여건은 좋지 않지만 참여하는 멤버들은 오히려 공연을 통해 하나님의 은혜를 누린다고 입을 모은다. 소프라노 강채원씨는 “처음 아프리카에 갔을 때는 걱정도 많이 되고 무서웠는데 공연할 때마다 즐거워하는 현지인들의 모습을 보며 하나님이 우리 일정에 늘 동행해주신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바리톤 김강순씨는 “한국엔 개신교인이 많아서 형제라는 감정이 적고 ‘우리 교회’만 챙기곤 하는데 이탈리아엔 워낙 개신교인이 소수여서 모두 형제라는 느낌이 강하다”며 “리보르노라는 작은 항구도시의 교회에서 공연했는데 개신교의 불모지에서도 신앙생활을 하는 분들이 있다는 생각에 감격스러웠다”고 말했다.
홍 목사는 “복음에 사로잡힌 교회, 성령께서 인도하는 교회, 땅끝까지 찬양하는 교회라는 비전을 붙잡고 200여명의 교인들과 함께 앞으로도 온 힘을 다해 하나님의 사역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로마=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68187&code=23111113&sid1=c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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