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 3000명은 있지 않을까?” 밥퍼 응원 페이스북 글 감동

작성일2018-11-15

김동호 목사가 지난 11일 서울 지하철 청량리역 앞 밥퍼나눔운동본부 마당에서 열린 ‘밥퍼 30주년 기념 예배’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다일공동체 제공

“아무리 세상이 각박해도 천사 3000명은 있고도 남지 않을까?”

높은뜻연합선교회 대표 김동호 목사가 다일공동체의 밥퍼나눔운동본부 재건축 모금 캠페인을 응원하면서 감동적인 일화가 담긴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눈길을 끌고 있다. 네티즌들은 나눔과 섬김을 몸소 실천하고도 자신보다 남을 우선 챙긴 그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김 목사는 14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보다 다일이 먼저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주일이었던 지난 11일 서울 지하철 청량리역 앞 밥퍼나눔운동본부 마당에서 열린 ‘밥퍼 30주년 기념 예배’ 소식을 전했다.

그는 다일공동체가 ‘다일천사병원(이하 천사병원)’을 설립한 배경에는 가톨릭 병원에서 근무하던 수녀 간호사의 따끔한 한 마디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김 목사는 “다일공동체는 급한 환자가 생기면 무료 진료를 해주던 한 가톨릭 병원으로 환자를 모시고 가곤 했다”면서 “어느 날 작고하신 목사님의 부인에게 응급상황이 발생해 급히 (가톨릭) 병원으로 모시고 갔다. 다일 사람들이 환자를 ‘사모님, 사모님’하고 부르니 수녀님들이 목사의 부인이라는 걸 알고 치료를 거부했다. 그들은 ‘개신교는 천주교보다 교세가 큰데 평생 목회하다 돌아가신 목사님의 아내 한 분 못 살펴드리고 어떻게 가톨릭 병원으로 모시고 올 수 있느냐’고 했다”고 적었다.

최일도 목사. 국민일보DB

그 사건 이후 다일공동체를 이끌던 최일도 목사가 가난한 이웃을 위한 천사병원 건립을 계획하게 됐다는 것이다.

다일공동체는 청량리 뒷골목 직업여성들이 모아준 47만5000원을 시작으로 ‘1004’ 모금 운동을 벌인 끝에 2002년 10월 4일 천사병원을 열었다. 정부 지원 없이 순수 민간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천사병원은 개신교 최초이자 유일한 전액 무료병원이다.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이웃들을 위해 내과, 치과, 안과를 기본과목으로 진료하고 있다.

다일공동체 제공

김 목사는 “당시 어느 구청에서 7억 원을 지원해 주겠다고 했지만 나랏돈으로 쉽게 병원을 짓는다는 게 마음이 내키지 않아 모금 운동을 벌였다”면서 “한 계좌에 100만 원씩 1004명을 모으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아마 10배 이상 모금되지 않았나 싶다”고 전했다. 김 목사 자신도 모금에 동참했다. 그는 “그때 우리 집 식구가 여섯이었는데 우리도 600만 원을 처형에게 빌려서 헌금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그러면서 ‘밥퍼 사역’ 30주년을 맞은 다일공동체가 밥퍼나눔운동본부의 재건축을 위해 시작한 모금 캠페인을 응원했다.

김 목사는 “밥퍼 건물은 가건물이어서 새로 제대로 된 건물을 짓기로 했다”면서 “예산이 30억 원이라고 한다. 천사병원처럼 100만 원 천사 운동을 벌이자고 제안했다. 아무리 세상이 각박하다 하여도 100만 원 정도 기꺼이 내고 싶어 하는 천사 3000명은 있고도 남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이어 모금 계좌번호를 적고는 “아이고 우리 재단 모금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우리보다 다일이 먼저다”라며 재치 있게 글을 마무리했다.

김동호 목사 페이스북 캡처

그의 글에 네티즌들은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며 화답했다. 글을 읽고 감동받아 모금에 동참했다는 댓글도 이어졌다.

김선희 씨는 “제가 스마트하지 못해 (모바일뱅킹을 하지 못하고) 은행 가서 송금했습니다”라면서 “귀한 일에 동참할 수 있게 이끌어주신 목사님 감사합니다”라고 적었다. 김은자 씨와 이명현, Thomas Sunghyun Lee, Chul Min Kim 씨 등도 후원 사실을 알렸다.

최홍 씨는 김 목사가 자신보다 다일의 일에 앞장서는 걸 칭찬했다. 그는 “밥퍼 재건축을 위해 후원도 필요하지만 다일이 먼저라고 하시며 앞장서 도와주시니 감사하다”고 적었다.

최 목사도 김 목사의 페북을 찾아왔다. 그는 “나보다 남이 먼저라고 하시다니…. 동일 업종에서는 정말 듣기 어려운 말이네요”라면서 “선배다운 선배께서 하신 말이니 거룩한 주님의 말씀처럼 들린다. 이 무익한 종이 무슨 말을 더 하리오! 일체가 은혜요 감사 뿐”이라는 글을 남겼다.

다일공동체 제공

밥퍼 사역은 1988년 11월 최 목사가 청량리역 광장에서 나흘을 굶어 쓰러졌던 노인에게 밥 한 그릇을 제공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30년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거리 무상급식을 이어왔다. 지난해 5월엔 어려운 이웃에게 나눈 밥이 1000만 그릇을 돌파했다. 밥퍼나눔운동본부는 그러나 임시 건물이어서 한꺼번에 많은 인원을 수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2845275&code=61221111&sid1=chr

※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