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부활절이 되면 기독교인은 예쁜 그림을 그려 넣거나 포장한 달걀을 이웃과 주고받으며 부활의 기쁨을 나눈다. 1일 부활절을 앞두고 해외 선교사들을 통해 각 나라의 부활절 풍습을 들어봤다.

가장 많이 거론된 것은 역시 부활 달걀이다. 달걀은 무덤에서 부활한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한다. 달걀 안에서 잠자던 병아리가 껍질을 깨고 나오기 때문이다.

부활절 달걀 나누기는 중세 수도원에서 시작됐다는 게 통설이다. 사순절 기간 수도자들은 육류는 물론 생선도 먹지 않다가 부활절 아침이 되면 기쁘게 부활을 맞이하는 하나의 예식으로 달걀을 먹었다고 한다.

부활절 달걀 풍습은 전 세계에 전파됐다. 널리 알려진 풍습으로 ‘달걀 굴리기’와 ‘달걀 찾기’를 꼽을 수 있다. 이 풍습은 미국 백악관 잔디마당에서 천진난만하게 뛰어노는 아이들 모습이 TV에 보도되면서 부활절의 대표적인 행사로 자리 잡았다.


달걀 굴리기는 경사로에 달걀을 굴려 깨지지 않고 목표지점에 먼저 도착하는 달걀이 이기는 경기다. 달걀 찾기는 어린이들이 예쁘게 장식된 진짜 혹은 가짜 달걀을 찾는데, 가짜 달걀 안에는 사탕이나 초콜릿 등이 들어있다.

영국은 젊은 예술가나 건축가들이 큰 달걀 예술품을 만드는 문화가 있다. 런던 시내 곳곳에 부활절 달걀 조형물들이 설치된다. 사람들이 이런 부활절 달걀을 찾아낸다고 해서 ‘더 빅 에그 헌트(The Big Egg Hunt)’라고 부른다.

호주는 달걀 대신 토끼 모양의 초콜릿이나 액세서리를 나누는 풍습이 있다. 학교나 직장은 ‘이스터 홀리데이(Easter Holiday)’라는 휴가를 갖는다. 시드니로열이스터쇼는 매년 부활절을 전후해 시드니 올림픽공원에서 펼쳐진다. 1823년 시작된 호주 농·축·수산물 경진대회에서 기원했으며, 해마다 10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참여한다.

이탈리아의 부활절은 우리나라 설이나 추석 명절 같은 분위기다. 주부들은 식탁 가운데 부활절 달걀을 놓는다. 눈길을 끄는 것은 토끼모양이 새겨진 빵과 과자다. 눈을 뜨고 자는 동물인 토끼가 어둠을 이겨낸 부활의 의미와 통한다고 여긴다.

폴란드는 가정마다 ‘축복바구니’에 붉은 칠을 한 달걀, 빵과 소금, 흰 소시지를 담는다. 이 음식은 부활하신 예수, 건강과 성공, 새 봄의 풍년을 의미한다.

독일은 전통 퍼레이드와 축제가 이어진다. 부활절을 앞두고 모든 크리스마스트리를 한곳에 모아 태운다. 이것은 겨울을 정리하고 새 봄을 준비하는 의식이다.

스페인에서는 속죄와 회개를 의미하는 예복을 입는다. 금요일은 슬픔의 의미로 검정색, 토요일은 자주색, 부활절인 일요일은 기쁨의 의미로 흰색 예복을 입는다고 한다. 십자가 사건을 재현하는 행렬이 펼쳐진다.

멕시코는 기업체와 학교, 심지어 관공서까지 휴무다. ‘모닥불 행사’라는 것도 있다. 예수를 배반한 유다와 악을 상징하는 종이인형을 태우는 의식으로, 활활 타는 불을 보며 악에 대한 선의 승리를 마음에 새긴다.

성지인 예루살렘에도 성(聖)금요일 의식에 참석하기 위해 신자들이 모여든다. 신자들은 나무로 된 십자가를 둘러메고 찬송가를 부르며 예수님의 마지막 발걸음을 따라 비아 돌로로사 골목을 걸어간다.

필리핀의 부활절은 ‘희생의 날(Sacrifice day)’이라 부른다.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을 기억하겠다는 의미다. 가게와 상점을 모두 닫은 후 부활절을 기념한다. 등에 빨간 물감을 칠하며 예수가 받은 채찍질을 생각하거나 십자가 처형 장면을 재현한다. 사람들은 거리를 다니며 “예수는 빈민을 위해 죽었습니다. 그는 빈자들의 희망입니다”라는 말을 건넨다. 이 속에는 피할 수 없는 가난을 신앙을 통해 극복하고 예수 고난을 생각하며 현실의 고통을 이겨내고자 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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