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 국도엔 숨은 기독유적 ‘김한달 벨트’ 있다. 올겨울, 전국 기독교 성지순례 어때요

작성일2018-01-18

한국고등신학연구원이 제작해 ‘한국기독교 성지순례 50’에 수록한 ‘한국 기독교의 영적인 대동여지도’. 전국 기독교 유적지를 50개 벨트로 나눴다.

강원도 고성에서 경북 포항까지 이어지는 동해안 7번 국도는 여행객이 즐겨 찾는 코스다. 하지만 이 길을 따라 보석 같은 기독교 유산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매우 드물다. 이 도로가 생기기 한참 전, 눈물로 복음의 씨앗을 뿌린 이들이 있었고 그 씨앗이 곳곳에서 교회로 자라나 100년 넘게 기독교 신앙을 이어오고 있다. 겨울방학 기간 동안 가족, 교회 공동체와 함께 숨어 있는 신앙 선배들의 흔적을 찾아보며 자신의 신앙을 점검해보면 어떨까.

요즘 주목받는 한국고등신학연구원 키아츠(KIATS)의 ‘한국기독교 성지순례 50’은 전국 기독교 유적을 50개 벨트로 나눠 소개한다. 대략 하루 동안 이동할 수 있는 거리를 기준으로 벨트를 나눴다. 가령 ‘서울 정동-신문로 벨트’는 미국 감리회 선교사 아펜젤러가 학생을 가르쳤던 배재학당을 중심으로 정동제일교회, 구세군 서울제일교회 등 인근 13개 교회와 유적지를 묶었다.

강원도 7번 국도 인근엔 ‘김한달 벨트’가 있다. 김한달(1865∼?)은 강원도 삼척의 김씨 가문에서 태어났다. 기독교에 입문한 뒤 개척교회 순회전도사로 활약했던 인물이다. 그동안 한국교회에는 제대로 알려지지 못했다.

당시 삼척은 미신이 강한 바닷가 고을이었다. 기독교에 입교한 김 전도사는 가문은 물론 이웃으로부터도 심한 냉대와 멸시를 받았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1911년 삼척시 산양리 홍순옥의 집에서 창립예배를 드리며 하가교회를 세웠다. 삼척제일교회(1912) 동해 북평제일교회(1913) 망상 죽전교회(1914) 강릉 옥계교회가 모두 그의 발길이 닿으면서 시작된 교회다.

북평제일교회와 천곡교회에는 최인규(1881∼1942) 권사의 신앙 스토리가 남아 있다. 양반집 출신인 그는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술에 취해 막 살았다. 하지만 김한달의 아들 김기정 목사를 통해 예수를 만난 뒤 180도 달라졌다.

북평제일교회 기도처를 교회로 짓기 위해 6396.69㎡(1935평)에 달하는 논밭을 팔았다. 직접 만든 강대상에서 말씀을 전했다. 1940년 5월 끝까지 신사참배를 거부하다 결국 일본 경찰에 체포됐다. 온갖 고문과 수모를 당했지만 끝내 뜻을 굽히지 않았다. 불경죄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아 대전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렀다. 당시 함께 수감된 목사의 ‘신사참배 하겠다는 말만 하고 일단 나가자’는 제안에 “목사인 줄 알았더니…” 하며 돌아앉았다는 일화가 들려온다.

50개 벨트마다 중요한 기독교 유적과 관련된 인물들의 삶이 촘촘히 얽혀있다. 어디를 가든 우리가 잊고 있던 기독교 역사를 마주하게 된다. 경북 영주 예천 군위군을 잇는 ‘경상도 북동부 벨트’에선 한국전쟁 당시 공산군을 전도하다 순교한 엄주선 강도사와 내매교회 강문구 목사 등을 만날 수 있다. 책을 편집한 김재현 키아츠 원장은 17일 “한국 기독교의 영적 대동여지도를 그린다는 마음으로 작업했다”고 말했다. 19세기 말 호레이스 언더우드 선교사가 당시 한양을 그린 고산자 김정호의 ‘수전전도’에 교회가 세워질 때마다 하나씩 표기했던 것처럼, 한반도 지도에 남아있는 기독교의 주목할 만한 신앙 유적을 전체적으로 그리는 작업을 했다는 것이다.

책 발간 이후 키아츠는 기독교 유적지 순례를 기획하는 교회 등에서 강의 요청시 맞춤형 안내를 제공하고 있다. 김 원장은 “번잡한 일상을 떠나 기독교 성지 현장에서 역사에 말을 걸며 개인과 공동체가 성찰할 기회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886478&code=23111111&sid1=c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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