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생명권리 침해가 ‘죽음의 밥상’ 불러”

작성일2017-08-18

선한이웃공동체 이형균 목사가 운영하는 전남 곡성의 양계장. 산란계들이 자유롭게 거닐며 모이를 먹고 있다. 이형균 목사 제공

사상 초유의 계란 판매 중단 사태를 불러온 ‘살충제 계란’의 충격파가 크다. 신학자와 목회자들은 끝없는 인간의 탐욕이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거스르는 생명 학대로 이어지며 빚은 비극이라고 말한다. 이번 기회에 넘치는 먹거리에 대한 탐욕을 끊고, 생명을 존중하는 축산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창조질서 거스른 생명 학대의 참사

생태 신학자들은 인간의 먹거리를 위해 공장형 축사에서 학대에 가까운 방법으로 가축을 사육하는 것에 대해 줄곧 경고해왔다.


장윤재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교수는 17일 “지금 우리의 밥상은 ‘생명의 밥상’이 아니라 다른 생명을 학대해서 얻은 ‘죽음의 밥상’”이라며 “그 좁은 공간에 닭을 쳐 넣고 진드기 목욕도 못하게 학대하고, 그 진드기를 잡겠다고 살충제를 뿌린 건 우리 입에 살충제를 뿌린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누가복음 11장 11∼12절 ‘너희 가운데 아버지가 된 사람으로서 아들이 생선을 달라고 하는데, 생선 대신에 뱀을 줄 사람이 어디 있으며, 달걀을 달라고 하는데 전갈을 줄 사람이 어디에 있겠느냐?’(표준새번역)는 구절을 언급하면서 “지금 이 세대는 달걀을 달라는 자녀에게 전갈을 주는 부모와 다를 바 없다”고 한탄했다.

또한 장 교수는 선지자를 보내 수없이 경고했지만 듣지 않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의 모습(렘 7:25∼26)과 지금 우리의 처지가 똑같다며 안타까워했다.

해양생물학자 레이첼 칼슨이 1962년 DDT 같은 살충제의 폐해를 지적하는 ‘침묵의 봄’을 펴낸 이후 무수한 경고가 있었지만 듣지 않았다는 것이다.

“생명 있는 축산으로의 전환 절실”

유미호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연구실장은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창세기 1장의 말씀은 인간뿐 아니라 동물에게도 주어진 것”이라며 “그들이 우리에게 ‘고기’로 온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으로 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실장은 “동물 복지를 생각하는 생명 있는 축산으로의 전환이 절실하다”며 “생산자의 얼굴 있는 거래가 좀 더 확산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개신교계에서는 이미 의미 있는 시도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작은예수공동체 소속 손주완 목사는 2004년부터 충북 충주 지역에서 농촌교회 7곳, 목회자 11명과 함께 영농조합을 만들어 양계 사업을 펼치고 있다. 화학비료나 항생제는 사용하지 않는 ‘자연방사 무항생 양계’ 방식으로 닭 2500여 마리를 키우고 있다. 올 초 AI파동 때나 지금이나 손 목사의 양계장은 아무런 피해가 없다.

손 목사는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 욕심을 버리지 않는다면 이런 재앙은 막기 힘들 것”이라며 “하나님은 우리를 청지기로 세우셨음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친환경농법으로 산란계 700여 마리를 키우는 전남 곡성의 선한이웃공동체 이형균 목사도 “이번 사태는 하나님의 창조질서의 범위를 벗어난 결과”라며 “‘대접받고 싶은 만큼 남을 대접하라(마 7:12)’는 성경 말씀은 비단 인간관계뿐 아니라 가축 사육 현장에도 적용되어야 할 진리”라고 전했다.

28년 동안 친환경 방식으로 닭 5000여 마리를 키우고 있는 ㈜정농 대표 전석호 목사의 당부도 와 닿는다. “성경은 ‘우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롬 12:1)고 말합니다. 흠 없이 정결한 제물이 되기 위해 우리는 몸속으로 들어오는 먹거리, 그 재료가 되는 가축을 키울 때도 해로운 성분을 사용하지 말고 정직한 방법으로 사육해야 합니다.”

김나래 이사야 이현우 기자 narae@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800561&code=23111111&sid1=c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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